지난 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309조 567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 관련 법안, 일부 쟁점 법안 등 41개 안건을 의결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는 여야간 격렬한 몸싸움이 계속되며 폭력국회라는 수치스러운 표현까지 불거졌다. 국회의장석을 지키려는 야당의원들과 빼앗으려는 여당 의원들이 뒤엉켜 주먹질과 발길질이 오가고, 욕설과 고성이 난무한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단상에 누워 저항하는 야당 의원들, 이들을 끌어내리려는 여당의원들의 표정은 서로 잡아 먹지 못해 안달하는 시정잡배들과 다를 바 없었다. 대한민국의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2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추태가 또다시 국회에서 일어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은 2700억원이 삭감됐다. 작년에 4250억원이 삭감됐던 것과 단순 비교했을 때는 절반수준이다. 국토해양부 소관의 국가하천정비, 농림수산식품 소관의 영산강유역 하구둑 구조개선과 농업용저수지 둑 높임, 환경부 소관의 하수처리장 확충과 공단폐수처리시설 등이 그 내용이다. 보나 준설과 같은 주요 공정에 소요되는 예산은 깎이지 않았다고 발표됐지만, 일단 처음 상정된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4대강을 처음부터 계속 전략적으로 반대하는 측의 계산은 어떻게든 4대강으로 인한 사업효과를 원래 계획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있다. 그래야만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한 명분이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700억원 아니라 270억원이라도 삭감되었다는 자체에 의미가 적잖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특성상 여당과 야당 간에 영원한 평행선이 그어져야 할 수 밖에 없다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현장에 한번만이라도 가봤다면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절실한 사업인지 알 수 있을 텐데도 온갖 억측과 비방으로 사업을 폄하하고 국민불신을 계속 조장하는 진의는 무얼까. 또한, 이들을 품어 함께 가지 않고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사람들은 뭘 했는가. 갑갑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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