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상한 나라란다. 그동안 저준위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해 위험성이 적은데도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왔다고 외국의 원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공들여 관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

부산 기장군이 최근 고리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세금부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장군은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지방세 과세방안 및 항구저장시설 공론화를 위한 특별 팀을 구성했다. 그 배경은 바로 ‘형평성’이다. 지난 2005년 11월 공모방식으로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가 결정된 경주시는 특별지원금 3천억원을 받았고 총 3조4천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고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중 저준위 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선 지역에서는 막대한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데 본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시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4곳의 원전에서 임시 보관 중인 데 이제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아직까지 고준위폐기물 처분 방법이 없어 발전소 부지 내 보관하고 있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지역주민들이 고준위 폐기물처분장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기장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직 미지수지만, 지금까지의 선례를 본다면 중 저준위에도 그렇게 퍼줬는데 이제 와서 고준위에 주지 말아야 할 명분이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난감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금년 말까지로 계획한 원전관련 용역연구를 서둘러 마치고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정부 방침을 만들어 발표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을 세우고 국민과 공유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투명하고 성실한 대화와 합리적 보상에도 노력해야 한다. 직접 이해관계자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을 포함해 국민들도 국익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이해하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원전 기술개발과 건설, 해외 수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가 여기서 머뭇거리면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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