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각종 활동으로 지구온난화는 계속 돼왔고, 이에 따라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수 만년의 지구역사를 돌아볼 때 과거에도 이런 일은 자연적으로 반복되었다고 일축하는 주장도 있다. 더불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도 아주 미미한 효과 밖에 기대할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쓸데없이 엄청난 돈을 낭비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두고 새로이 재편된 세계경제질서는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실제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거나를 떠나서 세계는 저탄소 경제로 이미 그 큰 축이 옮겨진 지 오래다.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국의 특성을 반영해 석탄을 사용하면서도 온난화의 의무를 덜기 위한 탄소포집 및 저장(CCS)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별다른 대안을 내지 못하고 그저 선진국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개도국들은 불만스러운 표정들을 감추지 않는다.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시작 전부터 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교토의정서 공약기간이 2012년 종료되기 때문에 이번 총회에서는 구속력 있는 새로운 협정을 채택해야 한다는 큰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간 이견이 너무 커서 회의 내내 비관적 전망이 우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작년 코펜하겐 총회에서 결정 못한 내용들이 떠넘겨져왔지만, 처음부터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담은 새 협정이 완성될 것이라는 전망은 낮았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릴레이 회의결과 ‘녹색기후기금’ 조성을 포함해 몇가지 합의가 도출됐다. 칸쿤회의에서 190개 회원국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개도국 지원을 위해 녹색기후기금을 마련해 오는 2020년까지 1000억달러를 조성키로 하고, 당장 지원대상에 대해 300억달러를 마련해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도국의 산림보호 조치를 지원하고, 청정에너지 기술을 이전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금조성의 책임을 질 선진국들이 자금조성방안을 구체적으로 명기해 합의문에 담지 않았기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회원국들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이해당사국 간에는 여전히 큰 벽이 놓여 있어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 말처럼 정말 쓸데없는 짓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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