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는 매년 겨울 혹한의 기간을 거치며 2만 여명이 빙판 길에 미끄러져 중경상을 입는 일이 반복된다. 이 나라는 결빙구간이 아닌 곳이 거의 없을 지경이라 그저 ‘조심’이 최선이라는 의식이다. 북부 유럽의 환경선진국가인 노르웨이도 겨우 내 폭설과 추위가 계속돼 바깥 출입이 쉽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제설제를 거의 사용치 않는다. 스노우 타이어를 끼우고, 체인을 감으며 눈길을 감당할 장비에 주력한다. 도로 곳곳에 전기선을 깔아 아예 눈이 쌓이지 못하게 하고, 수시로 점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제설과 피해예방에 노력하지만, 국민 스스로가 안전을 챙긴다.

우리나라도 매년 몇 차례씩 폭설과 교통난을 겪는다. 지난 겨울에 이어 금년에도 눈이 좀 내렸더니 교통이 마비되고, 정부는 뭐하느냐 불평하며 제설제를 찾느라 난리가 벌어졌다. 조금 과장하면 제설제도 내린 눈만큼이나 뿌려졌다. 제설제로 많이 쓰이는 염화칼슘은 100% 중국 수입품이다. 국산 제설제는 단가가 중국에 비해 세배 정도나 높아 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아예 생산이 중단된 실정이다. 서울의 경우 시는 올림픽대로, 강변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 제절함을 집중 설치, 관리하고 있다. 주택가 및 이면도로는 자치구가 관리하지만, 우리의 지형적 특성상 경사로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제설제는 공동의 통행이나 편의보다는 개인 주택이나 오피스 앞에만 사용되고 있으며, 그나마 도구도 제대로 정리되고 보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처럼 엄청난 폭설과 한파도 아닌데 과연 그렇게 많은 제설제를 뿌리면서 환경에 부담을 주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겨울엔 눈이 오고, 보행과 교통에 지장이 초래된다. 이런 계절적 특성을 인정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참고, 제설제 과다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지금처럼 눈이 오면 그 즉시 제거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끔히 처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눈이 내릴 시기와 양 등 강설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며, 상습결빙구간은 전열선을 바닥에 깔거나 태양광 등을 이용해 결빙을 예방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겨울엔 눈이 와야 부족한 물을 저장할 수 있고, 다음 해 풍년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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