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토개발 정책이 신도시 개발 위주에서 도심 고밀개발 등 압축도시 형태로 바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녹색도시계획을 세우고 도심·역세권 고밀 개발, 대중교통 지향형 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TOD)을 통해 한국형 압축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교통연구원 성현곤 미래도시연구센터장을 만나 도시개발에 있어 TOD 개념의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성현곤센터장
한국교통연구원 성현곤 미래도시연구센터장
자동차 중심 택지개발은 환경 악화시켜

역 중심의 보행 친화적 설계 적용돼야

 

Q. 도시계획에 있어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A.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편리한 승용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도로 관련 예산을 많이 지원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노인, 어린이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데 실질적 투자는 전무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던 승용차 중심의 통행패턴과 택지개발은 공로상의 교통혼잡과 더불어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를 악화시켜 왔다. 21세기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교통 중심의 공간구조와 교통체계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한 시기다. 이는 20세기 자동차 중심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지혜로운 성장(smart groth)과 일맥상통 하고 있다.

 

Q. 대중교통중심의 도시개발(Transit-Oriented Development:TOD)이란 무엇입니까.

 

A. TOD는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로 개편하고자 하는 도시계획적 접근으로 마을, 도시, 지역, 국토단위에서 모두 적용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 공간구조 개편은 최근 국가에서 발표한 고속철도망 구축계획과 더불어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 즉 주택공급 및 지역산업의 유치 등을 통해 가능하다. 특히, 고속철도역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역 경제권 구상에서 중요한 교통결절점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고속철도역을 교통결절기능과 더불어 경제활동의 거점, 정보교류의 거점으로 형성하게 하는 도시개발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공간구조를 개편할 수 있다.

 

Q. 해외에 모범적인 TOD 적용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A. 상당히 많다. 미국 서북부 오레곤 주의 포틀랜드시는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979년 Metro라는 기구를 설치해 토지이용계획과 교통계획을 수립·관리하고 있다. 포틀랜드 TOD 프로그램은 ‘2040 지역성장전략’에서 제시한 도시외곽의 녹지나 오픈스페이스로의 확장개발이 아닌 도시성장구역 내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고밀개발을 유도하는 등 TOD개념에 적합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실천적 프로그램이다. 역세권 지역에서 대중교통과 보행이용을 활성화, 2040 지역성장 전력을 지원하기 위해 도심생활권역 대부분에서 개별 건물이 주차장을 갖지 못하는 대신 집합건물 주차장을 건설해 주차장 진출입에 따른 보행자와의 상충 현상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또한 도심의 블록 규모를 소규모화 해 전면 도로의 폭원이 최대 편도 3차로를 넘지 않도록 설계해 보행자들이 신호등에 의해 보행이 규제받지 않도록 했다. 이로 인해 포틀랜드는 도심지의 고용이 73% 증가했고 단핵형으로 도시구조가 강화됐다. 또한 지역 전체에 걸친 혼합적 토지이용 개발이 확산됐으며 대중교통 이용이 증대됐다.

 

알링턴카운티의 경우 1960년대 미국 교외로 개발되면서 ‘도로공동화현상’이 생겼다. 도로 확장 대신 철도를 건설하고 5개역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했다. 이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됐고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제를 해결했으며 활력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Q. 광역급행철도(GTX)가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까.

 

A. 최근 진행되고 있는 광역급행철도(GTX)는 지역, 특히 수도권의 공간구조를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TX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광역급행 철도를 서울과 연결하는 고속네트워크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향후 공급돼야 할 주택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도시개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성장의 핵심동력인 급행 철도역을 중심으로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 중심의 지역 공간구조의 개편이 가능하게 된다.

 

Q. 대중교통 중심의 공간구조 개편을 위해서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합니까.

 

A. 대중교통 중심의 국토공간 및 지역공간의 구조적 개편은 철도역을 중심으로 한 고밀도의 복합적 개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의 국가교통체계효율화법,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세가지 법은 역세권 개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다른 두가지 법에 비해 보다 포괄적이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개발을 달성하기에는 그 근거규정이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교통 부서와 토지 부서가 협동해서 추진해야 한다.

 

Q. ‘역세권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A. 우선 역세권 개발이 대중교통의 이용촉진을 위한 법이 돼야 한다. 이 법은 단순히 철도역 주변의 도시개발이 주요 목표다. 그러나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교통에 대한 기능이 보다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입법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철도 건설과 함께 도시개발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이 필요하다. 도시가 개발되고 나서 철도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되는 것은 이미 승용차에 익숙한 사람을 철도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승용차의 편리함과 속도 등 다양한 편익을 포기하고 철도로의 이용 전환은 어렵다. 즉 GTX의 해법 역시 도시가 개발되고 난 후 교통문제 해소를 위한 철도 건설이기 때문에 승용차 중심의 통행 패턴의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보다는 기존의 버스 이용자를 많이 끌어들일 확률이 높다.

 

아울러 철도역 중심의 보행 친화적인 도시설계에 대한 계획 수립 규정이 보다 강조돼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세권 개발은 철도역의 입지적 중요성을 이용하면서도 실질적인 고밀도 개발은 간선 가로변으로 이뤄졌다. 최근 제정된 역세권 법률에서는 철도역으로의 접근성이 보다 편리할 수 있도록 보행망과 자전거 도로망, 그리고 승용차의 통행속도를 줄일 수 있는 교통정온화 기법 등이 계획수립 규정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역 중심 도시개발에서 임대주택, 장기시프트 주택, 도시형 생활주택 등 1~2인 가구와 중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되도록 행재정적 인센티브가 반드시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가구원수가 적은 가구이다. 따라서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철도 역세권 개발에서 이뤄질 경우 철도의 이용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showgu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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