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방제인력 턱 없이 부족, 교육기관 절실

세계 최초로 실내에 조파수조 연결·설치

 

해양환경개발교육원장
▲해양환경개발교육원 최상모 원장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6.5마일 해상에서 2척의 예인선에 의해 예인되던 해상크레인선(총톤수 1만1800톤)의 예인로프가 절단되면서 높은 파도에 밀려 부근에 정박 중이던 원유운반선 허베이스피리트호(총톤수 14만6848톤)와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허베이스피리트호에 실려 있던 원유 약1만2547톤이 유출됐고 유출된 기름은 강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순식간에 태안반도의 해안 구석구석에 부착됐다. 지속적으로 남진하던 기름은 전북 군산과 변산반도를 휩쓸고 전남 영광군과 신안군을 지나 사고발생 27일째에는 제주 추자도 해안까지 타르볼이 유입돼 초대형 기름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전국에서 약2만여척의 선박과 약200만명의 인력이 동원돼 방제작업을 펼쳤다. 특히, 자원봉사자 인원이 120만명을 넘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저력과 국민성을 알리게 되는 사상 초유의 역사적인 사고로 기록됐다.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로 인해 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허베이스피리트호와 같이 선박외판이 한겹의 외판으로 돼 있어 선체가 충격(충돌,좌초,파공 등)을 입었을 경우 곧바로 기름이 유출될 수밖에 없는 단일선체 유조선은 당초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 입항을 금지할 계획이던 것을 2011년부터 서둘러 입항 금지토록 법을 개정했다. 아울러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와 같이 피해보상액이 기존 국제기금에서 정한 한도액을 넘어설 경우를 대비한 추가기금 협약에도 가입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해양환경관리법에 의거 선박과 해양시설 등에서 해양오염방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현업 종사자들에 대한 방제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기존에 선원의 교육은 해양수산연수원에서, 해양시설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수산인력개발원에서 각각 이원화 돼 실시하던 교육을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일원화 시켰다. 또한 대형 기름유출 사고 시 교육받은 전문방제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 국가적으로 전문 방제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설치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국토해양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를 위해 국비 168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0년 11월25일에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해양클러스터로 조성되는 혁신지구에 대지 약2800평, 지상 5층 규모의 해양환경개발교육원을 건립했다. 교육원은 세계최초로 실내에 인공해안을 조성하고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조파수조를 연결·설치함으로써 실제 해상 및 해안과 유사한 환경에서 기름오염 방제실습을 실시 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시설과 유사한 시설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에도 있지만 인공해안과 조파수조가 따로 분리돼 있고 실외에 설치돼 있어 시설사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교육원의 개원행사에 참석했던 국제해사기구(IMO) 및 국제유류오염배상기금(IOPC FUNDS)의 관계자들도 이 ’인공해안과 연결된 조파수조’를 둘러보고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해양오염방제 교육훈련 및 연구개발 시설”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육원은 개원 이후 현재까지 약 3개월간 전문방제교육 2회, 법정교육 3회, 초등학생 초청 해양환경교육을 1회 실시해 총 308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또한 교육원은 164석의 국제회의가 가능한 대강당과 강의실, 연구실, 1인1실 50명 합숙이 가능한 생활관과 식당을 구비하고 있다. 교육원은 당초 해양환경관리법에 의한 법정교육인 해양오염방지관리인 교육과 방제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방제교육을 주로 실시할 목적이었으나 초중고 학생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해양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주지하고 본관 1층과 2층에 전시공간을 별도로 설치해 ‘갯벌의 생물을 찾아서’, ‘나만의 물고기 만들기’, ‘바닷속 폐기물 찾기‘, ’해양환경보전 애니메이션 동영상’ 3편과 ‘해양상식 퀴즈놀이’ 등 다양한 전시컨텐츠와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모든 국민들이 쉽고 재미있게 해양환경을 이해 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교육원은 향후, 한국국제협력단 및 국제해사기구 통합기술협력 프로그램(ITCP)과도 연계해 주변국 및 개도국 등의 외국인 교육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1995년 7월에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씨프린스호 사고로 유출된 기름이 일본의 대마도 해안까지 오염시킨 사례를 통해 대형 기름오염사고는 주변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주변국과의 국제협력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의 회원국으로서 주변국가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선도적으로 실시해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확보 및 NOWPAP 국제 교육기관 유치 등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방제교육 시는 물론, 실제 방제현장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등 각종 해양환경개선 장비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교육원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해양환경 교육훈련 및 연구개발 시설로 성장하도록 전 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미국의 멕시코만 기름유출사고는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출사고보다 약65배에 달하는 77만8000톤의 원유를 바다에 쏟아냈다. 리아스식 해안에다 단위 면적당 해안의 이용률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의 기름이 유출됐다면 어떤 지경이 되었을지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바다를 이용하고자 하는 인류의 욕구는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바다는 혼탁해 질 것이며 세계 원유 수입국가 4위인 우리나라 바다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를 능가하는 재앙이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기술을 개발하고 익혀 그 날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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