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KBS의 ‘1박2일’에 방영된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은 생태 탐방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증가로 관람객이 갑작스럽게 늘었다. 올레길은 소위 ‘대박’을 맞았고, 둘레길 주변의 지역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올레길은 올레마을과 기업을 결연해 특산물을 통한 수익사업을 하는 등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안겨줬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지리산 둘레길은 방송이후 관광객이 갑작스럽게 늘어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던 지역사회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둘레길을 따라 노점상과 편의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펜션도 등장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기를 기준으로 관광 편의시설들이 생기면 이후에 관광객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역을 관리할 것인지가 문제다.
뿐만 아니라 탐방로가 난 산길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밟고 다녀 흙길이 유실되거나 나무뿌리가 지면에 드러나 상하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또한 제주 올레길은 성산일출봉을 보는 관광객들을 위해 철새들의 기착지를 가로질러 길을 냈다. 새들이 잠시 쉬어 가는 동안 관광객들이 지나다니게 되면 결국 그 곳을 떠나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은 야생동물들이 가장 많이 사는 양지바른 산등성이를 따라 나 있어 서식지를 위협한다.
정부부처와 지자체는 탐방로의 성공에 힘입어 ‘길 만들기’를 위한 예산경쟁에 힘쓸 때가 아니라 기존의 길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정비하고 지역사회와 동물 서식지를 보호하며 인간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진정한 생태길을 만들기 위해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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