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심야 조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경우 응급실이 없는 경우에도 불이 켜져 있는 등 세 곳 중 한 곳이 영업이 끝난 뒤에도 점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시민연대(공동대표 김재옥 외 6인)가 지난 3월21일부터 4월7일까지 전국 1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0개 사업장이 심야 시간대 불필요한 옥외조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정부의 야간조명 사용제한 강제조치 단속 대상인 사업장 555개 중에서도 127개 사업장이 야간조명 사용제한 조치를 따르지 않고 있어 위반율이 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야간조명 사용제한 조치에 따른 강제대상 업종 555개 사업장과, 강제조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심야 시간대 옥외조명이 꼭 필요치 않은 643개 일반 사업장 119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제조치 대상 사업장 555곳 중 127곳(23%)이 심야 시간대에도 야간조명 사용제한 조치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반 사업장은 643곳 중 263곳(41%)이 영업이 종료된 심야 시간대에도 조명을 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조치 대상 중에서는 유흥업소의 위반율이 49%(122곳 중 60곳이 점등)로 가장 높았고, 주유소(35%)와 자동차 판매업소(27%)가 그 뒤를 이었다. 은행도 조사대상 127곳 중 10곳이 옥외 조명 사용제한 조치를 위반하고 있어 8%의 위반율을 기록했다.

 

응급실 없는 병원 71% 조명 켜놔

 

강제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일반 사업장 중에서는 응급실을 제외하고 심야 긴급 조치를 요하지 않는 병원 143곳 중 102곳(71%)이 심야 시간대 간판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음식점(30%), 이동통신 매장(26%)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영업시간 외 옥외조명을 월등히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 대책으로 3월부터 시행된 경관 및 옥외조명 사용제한 조치는 7일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3월8일부터 민간부문 강제조치가 시행중이며 강제조치 대상에 포함된 사업장이 소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50만원에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에너지시민연대 측은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시행하고 있는 이번 야간조명 소등 정책의 단속은 해당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으나 실제 적발 사례는 미미한 실정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심야 시간대 옥외 조명은 에너지낭비뿐 아니라 빛 공해를 일으켜 생태계를 교란할 뿐 아니라 주변 지역 거주자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등 시민들의 건강과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국내에서도 빛공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서울특별시는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야간조명 사용제한 조치가 고유가 위기 상황에서 시행된 것이기는 하지만 영업시간이 끝난 후에도 환하게 불을 밝혀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낭비 습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의식과 자발적 참여를 당부했다. 또한 “유가와 상관없이 평상시에도 에너지 낭비와 빛공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과 조례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이번 조치 이전에도 영업시간 외 조명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한 실태조사를 꾸준히 실시해 왔으며, 과태료 대상 여부와 관계없이 자발적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유도하고 심야 시간대 옥외 조명 사용 점검, 계도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에너지절약 문화 확산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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