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면으로 확대되는 일본 대지진의 여파
재난 극복 통한 한일 협력관계 강화 기대

 

사공목101.
▲산업연구원 사공목 연구위원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진도 9.0의 역사상 4번째 강한 지진과 쓰나미로 2차대전후 최대의 지진 피해를 겪은 일본이 이번 지진의 피해를 복구하려면 막대한 자금과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일본 내각부에서는 정전 등의 간접 피해를 제외한 직접 피해액만도 25조엔을 상회하여 1995년 고베지진 당시의 10조엔을 훨씬 상회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 정확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를 파악(집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산업에 대한 피해도 매스컴을 통해서 간헐적으로 소개된 것 외에는 자세한 상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지진의 주요 피해지역은 당초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산업집약도가 떨어진 토호쿠(東北)지역이 중심이었으나, 점차 정전 등의 영향으로 관동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의 지진 피해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정부 및 산업계를 중심으로 그동안 일본의 경제적 위상 저하를 지나치게 강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제기 되고, 일본의 부품소재 및 자본재에 대한 우리의 높은 대일의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게 되었다. 참고로 작년의 대일무역적자는 362억 달러에 달하였고, 그 중에서 부품소재 분야의 적자비중은 67%에 달하였다.

 

특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피해로 인한 방사능 누출 문제는 전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나라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한편 미증유의 재난 속에서도 질서를 잃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일본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한국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류문명의 진화”라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일본인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메이와쿠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폐를 끼치기 싫다는 차원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줄까봐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강한 사회이다. 그동안의 오랜 일본 연구와 현지 생활 경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알고 있는 필자에게 이번 지진 극복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일본지원과 일본의 흔쾌한 수용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선 우리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 신속하게 구조대를 파견하였고, 우리측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원전에 사용되는 붕산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민간 분야의 자발적인 지원이다. 욘사마를 비롯한 한류스타와 스포츠 스타의 거액의 기부를 비롯하여, 일본과의 거래가 있는 회사 및 산업체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본지원에 나서고 있다. 백미는 일본과 무관한 일반인이 언론사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한 모금에 자발적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한국내에서 태풍 등의 재해가 발생했을 때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한국과 일본간에는 경제 외교적인 유대감과 동시에 과거사 문제와 독도문제 등의 현안이 공존하는 애증관계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보여준 한국민의 자발적인 일본 지원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생생한 피해현장의 처참한 모습과, 그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경외감과, 이웃의 불행에 대해 상부상조하는 따뜻한 한국인의 심성이 어우러진 결과로 생각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기집회를 하려던 정신대 할머니들이 집회대신에 일본의 지진 희생자에 대한 추도묵념을 하였다는 뉴스는 상징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일본인은 은혜를 입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일본 지원은 일본인에게 일종의 마음의 빚으로 작용하여 한국인을 더욱더 가까운 이웃으로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일본에서 소위 ‘코리아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양국의 산업계를 포함한 비즈니스간의 협력 관계, 더 나아가 양국간의 전반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한국 속담과 함께 ‘인생만사는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이번의 재앙을 계기로 한일 양국민 간의 우정이 더욱 더 돈독하게 되고 양국 산업계의 상호 윈-윈하는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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