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10102_1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살기등등했던 구제역의 여파로 이 땅의 애꿎은 소·돼지 떼가 수도 없이 생매장 당했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분홍빛으로 살이 오른 돼지 떼가 땅 속에서 엉겨 붙어 버둥거리는 매스꺼운 장면을 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땅 위로 솟구치는 핏물과 침출수를 보는 것은 더 고역이었다. 여기저기서 예방백신 등의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은 정부를 질타하고 인간의 식탐을 채우기 위한 축산 기업화를 비방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한 차례 곤욕을 치르고 구제역 백서를 만들었으나 현 정부가 그대로 지키기만 했어도 최악은 면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구제역 대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자연재해나 방역체계와 정부대책의 미비가 만든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가축을 식용으로 대량생산하기 위해 비정상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을 통해 사육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의 한 치 혀끝을 만족시키기 위한 과욕이 만든 인재는 아닌가? 세계의 식량분배 상황을 보면 쌓아놓고 먹어도 식욕을 달래지 못해 가축을 비정상적으로 성장 촉진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세계식량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 7분의 1의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구제역 한파가 지나간 지금 가축 매몰과 침출수에 관한 후속 연구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식탁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탐욕이 부른 자업자득의 결과를 수습하기 위한 수고가 무겁게 느껴진다.

 

yoonjung@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