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후 국제적 가치 인정돼

시각장애인 위한 ‘손으로 보는 정원’ 등 만족도 높여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는 ‘산림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지난해 6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재 이후 대한민국 숲에 대한 보전 및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되고 있다. 본지는 192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산림생물종 연구의 전통을 잇는 국립수목원의 김용하 원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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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 <사진=한선미 기자>
Q 광릉숲이 지난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됐다.

국립수목원의 전신인 광릉수목원은 지난해 6월2일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MAB)에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됨으로써 광릉숲의 생물다양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됐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만의 숲이 아닌, 국제적인 광릉숲으로 더욱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됐다. 또한 광릉숲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제7대왕인 세조대왕릉인 광릉이 있어 더욱더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Q 생물권보전지역 등재 이후 광릉숲 가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는데.

산림, 즉 숲의 가치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먼저 목재를 생산하는 산주의 경우 한 가지 종이라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숲이 좋은 숲이지만, 생물종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이 좋은 숲이다. 다양한 종이 서식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존재하는데 그 조건 중 제1의 조건이 바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광릉숲은 지난 540년 동안 산림생태계가 그대로 보존이 돼 긴 시간 적응해온 온대활엽수 극상림(極相林)으로서 숲의 제1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물론 어떤 숲이 더 가치 있고 더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생태계 측면과 산업적 측면 등 다양한 시각에서 숲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이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광릉숲은 자연 조성된 다양한 생물종 서식지의 차원에서 좋은 숲이라 할 수 있다.

 

Q 등재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유네스코 관계자를 비롯한 각국 전문가들은 이미 광릉숲에 대한 생물적 가치는 알고 있었기에 등재과정에서의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광릉숲 주변의 주민들과 지자체에서 혹시 개발제한구역처럼 되지 않을까 반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환경에 반하는 제한만 있을 뿐 생태계보전 측면에서 등재가 돼야 한다는 설득과 수목원의 노력으로 이해하고 협조해 줬다. 과거와는 달리 생물권보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도 일반 관광이나 개발의 차원이 아닌 생태관광, 문화관광을 비롯해 브랜드를 활용한 친환경농산물 생산 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실례로 2009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전라남도 신안의 다도해에서 나오는 천일염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생산됐다는 인증 도장이 찍힌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믿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및 지자체도 좋은 상품을 제값에 팔 수 있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Q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 수목원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반도에 열대·아열대 지방의 식물들이 상륙을 하고 있다. 그러면 현지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도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온난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 스스로 옮겨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 이에 멸종하는 식물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목원은 그처럼 멸종위기에 놓인 식물을 수목원과 식물원 내에서 잘 서식할 수 있도록 보존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나고야 의정서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진 것이 바로 ‘지구식물보전전략’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 멸종위기종 식물을 비롯해 희귀식물, 특산식물 등 생태계 별로 현지 외 시설에서 최소 75%는 보존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서의 현지 외 시설이 바로 수목원과 식물원을 의미한다.

 

난대식물원.

▲ 국립수목원은 식물의 용도, 분류학적 특성 또는 생육 특성에 따라 수생식물원, 식·약용식

물원 등 15개의 전문수목원이 조성돼 있다. 사진은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는 난대식물원의

모습. <사진=한선미 기자>


Q 어떤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광릉숲의 보전·관리는 물론, 21세기 생물자원 전쟁시대에 대비해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외 산림생물자원의 산림생물자원(생물표본 포함)을 조사·수집·분류·보전·복원 및 관리하고 이를 자원화하는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까지 총 61만점의 식물과 곤충표본을 확보하고 신종 및 한반도 미기록종 59종을 발굴했다.

수목원에서 최근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8년간 ‘한반도 관속식물 분포 연구’, ‘한반도 표본인프라 구축 사업’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 기후변화에 민감하거나 취약해 우선적으로 관찰이 필요한 300종(남방계식물 100종, 특산식물 100종, 북방계식물 100종)을 선정하고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식물종의 모니터링,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식물자원 연구 분야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Q 수목원이 보존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은 어떤 것이 있나.

현재 수목원이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은 구상나무, 복사앵도, 산개나리, 병풍쌈, 개병풍 등 100여종을 포함해 자생식물 1700여종의 종자를 수집해 발아·증식·보전·복원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후온난화로 사라져가는 구상나무 등과 같은 고산식물을 저지대의 여름 고온현상을 최소화하고, 겨울철 한냉 현상을 완화하는 구조인 풍혈지(여름이면 서늘한 바람이 늘 불어 나오는 구멍이나 바위틈)를 조성해 보존하거나, 고산식물의 종자를 수집, 개체수를 확보해 이를 증식하고 있으며, 또한 현지 내 복원의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 3월28일 희귀식물 탐라란을 증식해 자생지 내에 복원하는 행사를 가졌고 앞으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운영.

▲ 국립수목원은 유치원 어린이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중이다. <사진=한선미 기자>

Q 다른 수목원과 달리 광릉숲은 탐방객수 제한 및 사전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수목원의 경우 방문객 수가 많아질수록 보존과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1997년 사전예약제 실시 이전에는 한 주에 2만명 이상의 방문으로 주말에는 의정부와 남양주까지 이어지는 교통체증서부터 매연에 의한 피해, 사람에 대한 훼손, 소음 및 주변지역 개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많은 방문객 확보를 통해 광릉숲에 대한 이해,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관심제고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방문객들이 늘어날수록 피해가 발생해 수목원의 원래 취지에 어긋나게 되자 입장제한은 불가피해졌다. 이후 ‘광릉숲 보전종합대책’이 마련되면서 방문객수 제한 및 예약입장제를 통해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현재는 주중 5000명, 토요일 3000명 입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광릉숲과 국립수목원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고 있어 사전예약제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동참해 주고 있다.

 

Q 시민들의 인식도 바뀐 만큼 수목원의 프로그램이나 운영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시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방문객의 제한, 사전예약제 등을 운영함에 따라 수목원에서도 방문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문객을 위한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공·사립수목원·식물원에 보급하고 시민들에게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지속가능한 활용성 등을 교육하는데 힘쓰고 있다.

최근 수목원은 어린이들이 뛰어다니며 즐길 수 있는 ‘어린이정원’ 조성,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손과 향기로 보는 정원’ 등의 조성을 통해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또한 유치원 어린이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운영 중이다. 이밖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행복충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며 산림욕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는 ‘숲속 O2체험프로그램’, 광릉숲에서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산새들을 찾아보는 ‘광릉숲 산새탐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여름방학기간 중에 초등학생 가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1박 2일 광릉숲 가족캠프’,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론과 실습을 통해 생활원예의 지식을 전달하는 ‘식물원예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Q  올해는 ‘세계 산림의 해’다. 앞으로 수목원의 역할이 기대된다.

그동안 수목원이 추진해온 활동 대부분이 단기적인 계획 중심이었다면 이제 중장기 관리계획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해 올해 상반기에 ‘수목원 진흥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한 5월에는 사막화 방지 관련 국제심포지엄과 연계한 ‘세계 산림의 해’ 국내 선포식이 있을 예정이며, 전국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 식물 알아맞히기 대회’ 개최를 앞두고 현재 각 공립수목원에서 예선전을 추진하고 있다.

수목원의 기능은 국가적·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향후 다양한 연구활동과 생물종 보전 그리고 체계적인 운영을 통해 수목원의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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