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저감은 지구 미래 결정하는 필수 실천과제

기후변화감시센터, 동북아 대표 관측소로 자리매김

 

조주영 기후과학국장.

▲기상청 기후과학국 조주영 국장

 

2007년 발간한 IPCC 4차 종합보고서에서는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50~80%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IPCC는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등 300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한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다. 온실가스 감축이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인류과제로 급부상하게 된 계기다.

 

우리나라도 200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의 축으로 제시했다. 녹색성장이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며,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로 산업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한 계기가 됐다. 정부가 금세기를 이끌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한 저탄소 녹색성장이,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내놓으라 하는 전 세계 관련전문가들은 무엇을 근거로 이와 같은 엄청난 경고를 해서 지구촌을 긴장시킨 것일까? 과연 그들이 내세운 기후 변화 원인이 인류라는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은 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에서 운영 중인 지구대기감시(GAW, Global Atmosphere Watch)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다. GAW 관측소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기후변화의 과학정보를 제공하고자 전 지구 또는 지역규모 균질대기에 포함한 기후변화 원인물질을 관측하고 있다.

 

GAW의 메카는 하와이 마우나로아산(3397m)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인 1957년, 몸이 야위고 눈이 큰 젊은 과학자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 섬 가장 높은 마우나로아산 정상에서 이산화탄소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태평양 한중간을 관측소로 선택한 이유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순수한 지구 균질 배경대기 값을 얻기 위해서다. 그 젊은 조수가 늙어 77세의 나이에 죽고(2005년), 그의 아들이 지금도 3397m의 마우나로아 정상의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기타 온실가스를 연구하고 있다.

 

50여년 동안 태평양 한복판 3397m의 산 정상에서 꿋꿋하게 이산화탄소를 관측해 그는 그래프를 하나 만들었다. 그 그래프가 서두에 언급했던 30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라는 과학적 믿음을 준 ‘킬링곡선’이다. 어쩌면 우리의 후손들은 ‘인류를 구한 영웅’이라고 역사책에 기록할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 지구에 균일하게 분포한다는 사실을 처음 언급했고, 이를 감시해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의 농도의 상관성을 밝히는데 과학적 증거를 제공한 찰스 데이빗 킬링 박사다.

 

현재 UN에서 운영 중인 지구대기감시(GAW) 프로그램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하와이 마우나로아와 같이 지구의 균질 배경대기 값을 관측할 수 있는 지구급 관측소 26소와 지역의 대표적 배경대기 값을 관측하는 지역급 관측소 400여소를 운영해 보다 신뢰성 있는 기후변화 원인물질을 관측, 기후변화과학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GAW 관측소 입지 조건과 관측자료 처리 및 분석방법은 매우 까다롭다. 왜냐하면 인위적 오염원을 최대한 배제한 순수한 균질 지구대기 값을 관측하기 위해서다. 주변의 공장이나 기타 산업시설 등에서 이산화탄소 등의 국지적 오염원이 유입되면 지구대기감시 관측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국지적 오염원은 순간적으로 증가했다가 흩어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태평양 한 복판 하와이 최정상에서 지구 균질 배경대기 속 이산화탄소를 관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은 인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지구의 운명을 인류에게 맡겼다. 아마 킬링 박사가 50년 동안 대양의 한가운데, 높은 산 정상에서 고독하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하게 이산화탄소 관측 값을 펜으로 꾹꾹 눌러가며 하루하루 기록한 숫자가 없었다면 킬링곡선이 잉태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류는 아직도 기후변화 원인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물론 지구대기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반도 대표적 청정지역인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센터는 동북아를 대표하는 지구대기감시(GAW)의 지역급 관측소로서 기후변화 원인물질 관측하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와 소나무 숲만 보이는 곳.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고자 인위적 오염원이 적어 한반도 대표적 청정지역인 안면도에 센터가 있다.  국지적 오염원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고 순수한 이산화탄소 등 기후변화 원인물질 관측을 위해서다. 이곳에서 13명의 전문가가 40m 철탑에서 흡입한 공기를 100만분의 1에서부터 몇 조분의 1의 초정밀 인자(이산화탄소, 메탄 등 37요소)를 국제적 규정(GAW)에 따라 관측․분석하고 있다. 침묵하는 신의 미세한 숨결 한 가닥이라도 파악해 자연과 인류 상생의 길을 찾고자 하는 곳, 이곳이 바로 기후변화감시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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