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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 류기현 교수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생물다양성 협약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의정서(일명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됨에 따라 각국의 생물주권이 강화됐고 자원 확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향후 국내외 생물자원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대응방안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류기현 교수를 만났다.

 

Q. 나고야 의정서는 어떤 내용인가?

 

A. 지구상의 생물자원(유전자원)은 각 나라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고유한 생물자원을 예로 들면 나리, 콩, 미송나무, 깽깽이풀, 층꽃나무, 강활 (Angelica koreana)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생물자원의 원산지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이 나고야 의정서의 취지이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생물자원이 필요한 나라는 유전자원을 소유한 나라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되고 원산지인 개도국은 생물자원을 보전하는 동시에 당장은 활용하지 않아도 소유권을 보장받는 식으로 이득을 얻게 된다. 그동안은 특허권이 배타적 권리를 대변했으나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원산지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국가 간 상호 합의의 원칙이고 강제가 아니므로 협상이 가능하다.

 

Q. 나고야 의정서의 의의는.

 

A. 석유자원과 마찬가지로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수입하는 생물자원의 가격이 급등해 산업체가 피해를 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고야 의정서에는 지구환경의 영속적인 보전이라는 보다 큰 의의가 있다. 의정서 전 단계로 생물다양성 협약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많은 원산지로부터 소수의 유전자원들이 개발돼 산업에 활용하는 나라로 옮겨졌다. 결과적으로 원산지에서는 유전자원이 소멸하기도 하고 보유국의 생물자원을 다른 나라에서 마음대로 이용하는 일들이 있었으나 나고야 의정서 발효를 통해 생물자원 보유국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생물자원을 활용한 자원개발국가는 이익을 공유하는 등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사안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고유 생물자원의 발굴과 개발을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Q. 국내외 생물자원 시장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A. 2009년 현재 국내 생물자원 시장은 약 5조6362억원, 세계적으로는 2271억달러 규모이며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는 산업이다. 바이오 의약과 식품 분야가 가장 선두에 있는데 바이오 의약 산업의 성장은 향후 가속화될 것이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수출하는 생물자원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이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품들은 로열티 지급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므로 생명공학 시장 일부가 재편될 것이다. 현재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많은 원료들을 수입하고 있어 단가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기업 이익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불리한 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고유의 생물자원을 활용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Q. 국내 생물자원 산업전망은 긍정적인가.

 

A. 유전자원의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6대 보유국이지만 생물자원 산업은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왜냐하면 의약, 식품, 화장품 산업은 그 특성상 선진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삼이나 은행잎 등을 제외하면 국내 고유 생물자원을 통한 활용도가 높지 않다. 나고야 의정서가 수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체에는 불리하겠지만 향후 이를 계기로 수입 다변화, 국내 고유자원 활용 등에 대한 발전방안을 수립하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생물자원을 이용하면 당장은 이익창출이 적지만 장기적인 이윤은 우리에게 속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수입을 하더라도 고부가가치의 우수한 의약품이나 식품을 만들어 재수출할 수 있다는 면에서 나고야 의정서 발효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본다. 우리가 식품과 의약품에 고유의 생물자원을 활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활용가능성이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Q. 중점을 두는 국내 대응방안은.

 

A. 국내 고유 생물자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운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일부 생물자원에 대한 통합 정보가 구축되고 있기는 한데 산업체에서 활용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구체적으로 나고야 의정서에서 활용되는 원산지 등의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기초 연구부터 시작해서 산업체와 정보를 공유해 활용연구까지 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수출·수입이 많은 생물자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어느 나라로부터 어떤 생물자원을 수입하고 수출하는지에 대한 동향과 의정서 발효 전후의 경제적인 피해와 이익의 요인들을 분석해야 할 것이다. 학계·산업계가 개별적으로 준비해 궁극적으로는 정보를 통합해 나가야 한다.

 

Q. 해외생물자원 확보의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나.

 

A.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생물자원과 유전자원을 먼저 발견한 쪽이 특허를 통해 배타적 권리를 가졌는데 이제는 자원 보유국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원 또는 사전통지 등 보유국과 협조하고 투자를 해야 하는 원칙이 정해진 것이다. 생물자원은 언제 멸종할지 모르고 해외 생물자원을 들여와 국내에 도입하고 활용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제협력 사업을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 보유국과의 외교가 강화돼야 하지만 의정서 발효 전부터 미얀마, 콩고 등과 체결하고 있는 기존의 국제적인 협력들은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협상 국가 상호간에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생물자원 확보를 위해 조언한다면.

 

A. 21세기 생명공학의 근간이 되는 것은 생물자원과 나고야 의정서에서 이야기하는 생물자원 이익 공유 그리고 생명공학 인력이다. 범정부차원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기초연구와 산업체 활용연구 등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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