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임석 박사 3
SOFA 규정에 따라 한국이 막대한 부담 떠안아

지자체와 협의 통한 현명한 오염조사사업 기대

 

과거 노무현 정권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매우 급하게 돌아갔던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두 가지 갈래에서 또 다른 숙제를 던져준다. 긍정적인 측면은 전국에 산재한 1950년 이후 자천타천으로 1960여 미군기지들이 해방 이후 60여 년 만에 고국에 품에 안긴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평택기지와 같은 대규모 미군기지가 새롭게 형성되고 그로 말미암은 제2의 건설경기를 맛보게 된다. 그러나 환경 측면에서는 어렵고 난해한 숙제를 우리에게 떠넘기고 미군기지는 대부분 폐쇄됐다.

 

독일은 미군기지 이전을 하면서 독일정부는 미국과의 다양한 협상과 오랜 논의 속에 수년간의 토양오염조사를 마무리하고 조사비와 오염된 토양의 복구비를 미국 측이 부담하게 했다. 물론 독일정부는 미군이 투자한 신축 및 증축건물에 대해 잔여가치를 보상할 의무를 지기는 했지만 이는 국제적인 협상과 상호 존중 속에서 서로의 위신과 체면을 살려 가면서 그야말로 상생의 협상이었고 함께 고민해 해결점을 찾는 공평한 사후관리였다.

 

반면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 와서 매우 급하게 미군기지 이전을 우리 쪽에서 먼저 요구했다. 물론 미군기지에 대한 사전환경오염조사나 위해성 평가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졸지에 우리 정부가 발표했고 모두가 어리둥절한 사이에 미국이 이에 응함으로써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각종 협약서가 체결됐다. 그 내면에는 전 세계에 널려 있는 미군기지에 대해 미국정부도 엄청난 관리비와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이미 수년 전부터 통합적인 시설구축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기지 이전 요구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을 것이다.

 

SOFA 제4조 1항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해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제공됐던 당시의 형태로 원상회복 또는 보상해야 할 의무가 없다. 또한 2001년에 서명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르면 ‘인체건강에 대해 알려진 실질적이고 급박한 위험(KISE)’ 수준의 오염만을 미국이 치유한 후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얼마 전까지 사용하고 있었던 미군기지에서 KISE 수준의 위해성을 발견하기는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 치유와 관련해 우리 측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 년만 더 기다렸다면 기다리는 동안 미군기지에 대해 충분한 사전토양오염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가지고 미국 측과 협상했다면 과연 오늘날 수년간 끌려가는 환경위해성 조사를 하고 조사비용도 우리 측이 투자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한미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용산기지이전협정(YRP) 등에 의한 협상은 외교부와 국방부 그리고 환경부가 함께 하는 과제였다. 그러나 3년 이상 한곳에서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와 해결방안을 강구한 주요부처 인력들은 있었을까? 이 같은 분야의 국내 전문가들의 활용도는 얼마나 깊고 용의주도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지난 2007년 반환미군기지 환경협의가 이뤄지면서 올 3월로 새해를 넘겼다. 그 긴긴 시간 속에 우리가 명증하게 결과론적 환경위해성 문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국가적 사업도 한미간의 기술과 협상력의 꽃들도 혹 일부 정치적 입김에 의해 몇몇 기업의 배불리기 작전은 아니었는가. 그리고 우리도 위대한 국제적 협상가의(로비스트라도 좋다) 탄생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아쉬움을 가지면서 우리나라 원로 고승으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씀으로 유명하신 성철 스님이 평생 딱 한 번 주례를 보면 말씀하신 주례사 몇 구절을 옮겨본다.

 

“결혼하는 두 분은 여기 앉아 있는 하객들처럼 살지 마라.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지는데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다툼이 된다. 그래서 고르고 고르다 보면 결국 엉뚱한 반려자를 고르게 된다”

 

부산의 하야리아, 파주, 김포, 캠프케롤 등 반환기지에 대한 위해성 조사는 이제 우리나라 정부 돈으로 지급되는 사업이다. 앞으로 이전될 수십개의 미군기지의 향방도 이래서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 협약에 의한 상호신뢰 속에 이뤄지는 반환기지 조사사업이 그나마 우리나라 국토의 현명한 활용을 위해 좋은 나침반이 되어 주길 뒤늦게나마 주문하고 싶다.

 

반환기지의 환경오염조사와 토양복원문제는 그야말로 신도시건설, 재개발사업 등을 통해 이뤄지는 도시 리모델링 사업과도 상호연계된 만큼 지자체와의 협의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앞으로 공장을 건설할 자리에 농경지 수준의 토양복원을 해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어 쓸데없는 국가예산 낭비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막연히 덕 좀 보려다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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