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정보 전달이 지진방재의 최대 핵심 기술

국내기술 프로그램 개발 위한 인력보강 급선무

 

김영신 지진관리관.
▲ 기상청 김영신 지진관리관
지난 3월11일, 전 세계 국민들은 두 번 깜짝 놀랐었다. 한번은 규모 9.0의 지진과 지진해일의 공포에 놀랐고, 또 한 번은 ‘일본 대지진’이라는 재앙에 일본국민이 매뉴얼처럼 대처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어린 시절부터 계속돼온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살아있는 교과서’처럼 보여줬다. 하지만 지진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지진재해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었던 요인으로 일본의 내진설계와 더불어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이 사전에 구축됐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대형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탁월한 대안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고 지진대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라들은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재모범국’이라 자타가 인정하는 일본이지만 지난 시절 일본도 지진재해에 속수무책이었다. 1923년 최대 규모 7.9로 추정되는 관동대지진은 극도의 혼란을 초래해 행정기관을 마비시켰고, 18만명 이상이 사망,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최근까지도 과거 일본의 경우처럼 지진재해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다른 나라들은 일본대지진과 비슷하거나 또는 그 이하 규모의 지진에서도 수십만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이번에 일본이 최대 규모의 지진에도 인명 손실이 약 3만명, 건물 붕괴 등 압사 피해가 4%로 나타난 것은 내진설계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행하고 있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뚜렷한 성과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일본은 지진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더욱 정밀하고 실용적인 다종다양한 대책들을 만들어 왔다. 특히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일본의 여러 대책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구축된 것이 아니다. 일본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1989년 신간센 고속철도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고속철도 운행 중 발생하는 지진 때문에 대형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연구됐고, 고베 대지진(1995년) 이후 신속한 지진정보 전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인식한 후 관련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방재를 위한 대책 가운데 커다란 기둥으로 급부상했고 실제로 2007년에야 일반 국민들에게 지진속보서비스가 시행됐다.

 

그 결과 2007년 3월25일 노토반도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한 신속한 지진속보 발령으로 사망자 1명, 부상자는 356명이 발생해 지진속보서비스를 시행하기 전인 규모 7.2의 고베지진 사망자가 6434명인 것과 비교하면 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한반도가 일본이나 대만,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국내외 평가에 안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은 다른 나라의 재해가 남의 재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고 국민들도 이제는 지진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진적인 밑돌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면서 지진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국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재 약 26㎞인 관측망의 조밀도를 18㎞로 낮춰야 하고, 위치나 규모, 진도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분석프로그램의 개발과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신속한 정보전달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시급하게 구축할 필요성에 동의하는 환경은 어느 정도 조성됐고, 통신기술의 발달로 조기 전달체계도 현실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하지만 조기경보의 가장 큰 핵심 기술인 진앙위치, 규모 및 진도 분석을 위한 프로그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으며 수익 창출이 어려워 민간에서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국가 연구기관에서 담당하고 지진분석 프로그램 개발 인력은 거의 없는 형편이므로 서둘러서 기술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외국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활용하면 2015년 50초 이내의 통보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2020년 외국시스템의 통보시간을 능가하는 10초 달성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지진재해로부터 우리 국민이 더욱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의 넓고도 깊은 기틀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해답은 지진조기경보시스템에 있음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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