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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는 지난 16일 기업 차원의 세계 최대 온실가스 총량 거래제인 EU ETS의 시사점과 국내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주요과제에 대해 산업계와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사진=정윤정 기자>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환경부는 지난 16일 기업 차원의 세계 최대 온실가스 총량 거래제인 EU ETS의 시사점과 국내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주요과제에 대해 산업계와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EU ETS는 온실가스 배출총량에 상한선을 두고 참여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거나 팔 수 있게 함으로써 탄소 배출량 감축에 비용 효율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 ‘철강 산업 총량제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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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환경에너지기획실 박현 팀장은 국내 철강 산업의

   원단위 목표설정에 대한 강력한 요구를 표명했다.

   <사진=정윤정 기자>

탄소배출 감축제도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철강 산업은 총량 감축대신 원단위 목표설정을 강력히 요구했다. 포스코 환경에너지기획실 박현 팀장은 “영국의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철강사 중 가장 경쟁력이 약했고 자동차 산업도 붕괴됐다. 우리나라 철강 산업 관계자들이 영국같이 산업을 약화시키면서까지 배출권거래제로 넘어갈 것인지 묻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의 가장 큰 재정적 뒷받침은 중화학공업이며 철강회사에 탄소배출 감축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질수록 자재 단가가 올라가는 등 소비자 비용 부담만 늘어날 것이다. 철강 산업계에서는 원단위가 합리적이며 국내 철강회사 중 총량제를 요구하는 기업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발전부문 특성상 세계수준의 발전효율을 내는 신규설비로 구성돼 있어 이것을 최신설비로 교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고,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재인 RPS를 동시에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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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동서발전의 최종신 차장은 발전산업에 장기간

무상할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정윤정 기자>

한국동서발전의 최종신 차장은 “할당 방법보다는 할당 수준이 중요하며, 업체가 얼마나 제도에 순응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할당 수준에 관해서는 발전부문의 세계적인 효율을 감안해 합리적인 감축 수준을 요구해야 하며, 1%를 충족하는데 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RPS를 동시에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100% 무상할당이 상당기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배출량이 매우 투명해 가감이 있을 수 없고, 현재 감축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비용부담만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SK, 현대에 이어 국내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 4위에 오른 삼성그룹은 15개 계열사가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어 탄소시장과 관련해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내부관리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사업장에서는 실제로 원단위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박찬우 수석연구원은 “LCD와 반도체는 지속적으로 원단위가 개선됐지만, 배출총량을 보면 나아지지 않았다. 만약 BAU 대비 국가목표가 설정돼 있는데 원단위를 기업과 산업별로 적용하더라도 나중에 국가 감축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 삼성은 관계사가 매우 다양하다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연구원은 “일본에서 저탄소 전자제품을 개도국에 보급해 개도국 시장에서 감축된 배출권을 양국 간에 창출하고, 개도국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이 있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받게 되면 비용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센티브 제도만으로는 움직이기 힘들 것이고 당사의 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럽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적극적

 

한편 지난 2008년 영국산업연맹(CBI)은 기후변화가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영국의 번영에도 큰 위험을 끼친다는 것을 인지해, 영국 기업들은 영국과 EU가 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데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사업제의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영국산업연맹은 EU ETS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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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영국대사관의 김지석 선임기후변화담당관은 전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산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점을 지적

했다. <사진=정윤정>

철강 산업을 비롯한 많은 국내 기업에서 총량제보다 원단위 목표설정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주한영국대사관의 김지석 선임기후변화담당관은 “배출권거래제 도입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늘어 결국 소비자들에게 비용부담이 돌아간다는 논리만 내세울 뿐 기후변화가 가져올 영향이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기본 취지는 뒷전이다. 원단위 목표설정을 해도 결국 탄소배출 총량은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지석 담당관은 “유럽의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배출권제도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한국 기업들은 ‘철강 산업계는 누구도 총량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반대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 산업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본래의 뜻을 무시하면 원단위나 특례법이나 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철강 산업이 중요하지만 전체 기후변화 대응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나 기업의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설계해주는 컨실팅 회사인 RCC의 문승재 사장은 “현장에 가보면 정부가 너무 탄소감축 수치에만 집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CEO들은 에너지를 한 번 절감하면 유지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데 2~3년이 지나면 이런 문제들이 드러날 것이다. BAU 등 수치에만 집중하면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생길 수 있다. 2~3년 정도 현장에서 관찰해보니 10~20년 대비한 대기업은 그렇지 않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배출권거래제 정책이 시행되면 그때 가서 하겠다는 회사들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철강 산업계는 계속적으로 원단위 목표설정을 요구하고 있어 총량감축을 추진하려는 정부와의 팽팽한 기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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