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국 박사
예전보다 강한 기상재해 더욱 빈번하게 발생

사회적 합의 통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필요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100년만의 폭설, 기상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 이러한 말들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지난해 추석 서울에는 103년 만에 최대의 폭우가 내려 서울 시내가 물에 잠겼다. 온실가스 배출을 더 늘리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100년 간 2℃가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지껏 지구가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다. <편집자 주>

 

Q. 기후변화 적응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A. 매일 날씨가 변하는 것은 기상변동이고 기후변화는 이보다 장기적인 개념이다. 말하자면 기상은 사람의 기분 같은 것이고 기후는 통상 30년 정도의 기상변화, 즉 사람의 성격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간빙기 등 지구의 주기적인 변화라는 주장을 통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95% 이상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속도의 빠른 온도 변화는 지구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온도, 강수량, 바람, 해수면의 변화가 재난재해, 농업, 산림, 생태계, 인간의 삶 등에서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기에 어떻게 잘 적응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Q. 기후변화라는 것이 아직 불확실한 측면이 있지 않나?

 

A. 기후변화는 위협도 있고 기회도 있다. 시베리아, 캐나다 같은 고위도 국가들은 농사나 목축 등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우리 같은 중위도 국가에서는 강수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단기간에 집중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이번 태풍으로 3일 만에 1000㎜가 넘는 양의 많은 비가 내렸다. 문제는 이처럼 단기간에 내리는 엄청난 폭우가 언제, 얼마나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리 대비하면 좋겠지만 이처럼 불확실한 재해에 대해 대규모 예산을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은 소를 잃는 경험을 해봐야 대비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기후변화 적응 측면에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단순히 ‘기후가 1~2℃ 올라간다’, ‘비가 좀 더 많이 온다’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약 폭우로 초토화된 지역이 중요한 산업단지거나 주요 곡물재배지역이라면 국가 전체적으로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작년 가을에 잦은 비 탓에 작황이 좋지 않아서 배추 파동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기후변화는 실제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건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그러한 자료들을 수집해서 정리해보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피해 빈도가 늘고 있고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기상재해가 어쩌다 한번 있었다고 하면 이제는 작년에도 있었고 올해도 생기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

 

홍수.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기상재해의 불확실성은 이에

대비한 준비를 어렵게 만든다. 

Q. 기후변화에 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A.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인프라를 바꾸는 것은 많은 돈이 필요하며 아울러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캐나다의 한 도시 예를 들자면, 그곳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책을 두 가지 마련했다. 하나는 방파제를 쌓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주거지를 뒤로 옮기는 방법이었는데 예산 면에서 주거지 이전이 훨씬 많이 들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주민투표 과정에서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했고 주민들은 방파제가 일시적인 대책밖에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거지 이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 적응에서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고 많은 돈이 필요한 사업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훈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해야 할 몫이다. 아울러 정책 입안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작년의 엄청난 폭우 이후 서울시가 일부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만 7800억 원이 들었다. 그나마도 한번 피해를 봤으니까 그만한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업, 피해가 불확실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투자는 쉽지 않은 법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찬반이 있는데, 지금까지처럼 하천 본류의 제방을 높이 쌓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최소한 준설을 해서 통수능력을 키워서 홍수위를 낮추는 방식은 확실한 기후변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예년에 비해 3배 이상의 비가 내렸음에도 본류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은 효과가 있다고 본다. 4대강 사업비가 22조라고 하지만 치수비용은 대략 7조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결단’이다. 도로처럼 표가 나는 것도 아닌 곳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Q. 기후변화 적응 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A. 먼저 모든 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 기후변화가 고려해야 할 요소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예를 들면 국토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근거가 되는 법에 ‘국토계획 수립에서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선언적 조항이 들어가야 하지만 그 작업이 아직 부족하다. 또한 해안도로를 만든다고 할 때도 기후변화를 고려해서 현재보다 좀 더 안쪽으로 도로를 만들어야 해수면 상승과 모래 침식으로 인한 도로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뿐 아니라 전 국민적인 인식이 중요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론조사 결과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후변화와 적응에 대해서는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서포터즈를 모집한 것도 전문가의 시각에서 어렵게 설명하는 방식을 탈피해 젊은 친구들의 시각에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Q. 기후변화는 아직 먼 미래의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A. 변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늦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장 무엇을 해야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대비를 너무 늦추면 갑작스런 변화 포인트를 놓칠 수가 있으며 사회 기반시설을 바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확보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이러한 것들을 예상하고 미리 대응하는 것이 정책결정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100년 내 2℃가 올라가는 것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고산지대에서 식물의 생존 여부가 2℃ 내외에서 결정된다. 생태계가 파괴된다면 그 여파로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예측조차 어렵다. 그리고 평균 기온 상승이 2℃라는 것이지, 그보다 얼마나 더 많이 올라갈지 알 수 없다. 최대 얼마까지 온도가 상승할 것인지, 최악에는 어떠한 피해를 미칠 것인지에 대한 연구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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