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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기관(ISO)는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에 대한 표준 ISO 14067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최근 원재료 생산, 가공, 운송, 소비, 폐기 등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력을 검증하는 인증제도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환경 인증제도 중에서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인증제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 서비스,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공급망 관점에서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편집자 주>

 

글로벌 차원의 인증제도 등장

 

점차 인증마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유통업체가 적극 참여하면서 그린 SCM은 기업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의 유통업체 Tesco가 제안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들 수 있다. 2007년 Walker Crisp가 과자 봉지에 탄소발자국 75g이란 표시를 붙였다. 감자를 재배하는 것부터, 스낵으로 만들고, 상점에 진열하고, 먹고 나서 포장지를 폐기하는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총 75g이란 의미이다. 당시 Tesco의 CEO인 Terry Leahy는 향후 약 7만 가지 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스웨덴, 캐나다, 일본 등에서 탄소발자국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탄소성적표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도 정부 지원 하에 유통업체들이 주축이 되어 의류, 가구, 청소용품 등에 대해 탄소발자국을 표시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이후에는 강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는 향후 유럽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차원의 인증 제도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별, 국가별로 다른 인증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지속가능발전 기업 컨소시엄(WBCSD)의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은 기존 적용 범위인 Scope 1(직접 배출), Scope2(구매한 전기, 스팀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에서 확장하여 조만간 기업이 구입한 제품 및 서비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포괄하는 Scope3을 추가할 예정이다.

 

또한 국제표준기관(ISO)에서도 제품 전체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한 표준인 ISO 14067(Carbon footprint of products)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역시 중요한 관리 대상임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온실가스를 넘어 물 사용에도 유사한 인증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비정부기관 Waterwise는 Hidden Water라는 보고서에서 제품 생산 단계에서 사용되는 물, 즉 감추어진 물(Embedded water) 역시 적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국제표준기관(ISO)에서는 ISO 14046(Water footprint)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웹과 시민단체의 감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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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과 시민단체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업의 환경성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환경 문제에서도 문제를 야기한 지역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글로벌 기업에게도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여러 차례 요구해도 명확한 답변이 없거나 상황이 개선이 되지 않는다면, 웹과 SNS를 통해 지역사회 현황을 대중에게 알리고, 전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경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공급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기업평판 및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에서 현지 파트너사가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신문 지상에 이름이 실린 Coca-Cola이다. Coca-Cola의 사업구조는 자회사 Coca-Cola India가 원액을 생산하면, 현지 보틀링(Bottling) 파트너인 Hindustan Coca-Cola Beverages가 이를 구입해서 독자적으로 병입, 포장, 유통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2002년 인도 남부의 Kelara지역에서 보틀링 공장 중 한 곳이 문을 열고 2년 만에 지역 수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하면서, Coca-Cola의 물 사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수자원 부족이 가뭄 때문이란 의견도 있었으나 결국 몇 년간 이어진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2000년대 중반 해당 공장은 문을 닫았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도 인도에서 Coca-Cola의 물 관리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되어, 일부 미국 대학에서는 학교 내 자판기 설치에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물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한 Coca-Cola는 음료 생산 및 제품 공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을 안전하게 자연과 지역사회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애플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 협력업체인 대만기업 Wintek의 쑤저우 공장에서 유독물질인 노말헥산(N-Hexene)에 중독된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영국의 언론사 Guardian는 노말헥산에 중독된 Wintek 재직자와의 인터뷰 내용에서, 그들이 만든 제품 중 애플 로고가 새겨진 제품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시민단체 SACOM(Students & Scholars Against Corporate Misbehavior)은 애플 역시 이번 상황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애플의 Supplier Code of Conduct에는 협력업체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위험 요소를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36개의 환경단체가 애플에게 공식적인 해명을 요청했다. 올해 초까지, 침묵을 지키던 애플은 Apple Supplier Responsibility 보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문제상황을 명시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개선의지를 전달했다.

 

비용절감과 제품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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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SCM은 장기적으로 제품 차별화를 통한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장기적으로 그린 SCM은 비용을 절감하거나, 제품 차별화를 가능케 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환경 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환경에 이로운 지속가능 성장을 모색하는 기업에게 그린 SCM은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에너지 소모량이 적고, 유해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친환경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출시하려면 부품, 소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기농 의류, 천연 향수 등 원재료 자체를 자연친화적인 것으로 바꾸려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탄탄한 공급망 구축이 관건이다.

 

최근 그린 SCM 구축을 위해 기존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비용절감 요소를 찾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운송수단을 항공, 트럭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선박, 철도로 바꾸거나, 동종기업 혹은 협력업체와 물류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전체 물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때로는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협업하여 포장 용기를 바꾸기도 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생각의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혁신 기회를 발굴한 곳도 있다. Tesco에 최초의 탄소발자국 제품을 공급했던 Walker Crisp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모색하던 중, 지금까지 무게 단위로 감자를 구입하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해 수분을 뺀 마른 중량(dry weight)으로 거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농가 입장에서는 보관시 습도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감자 튀기는 시간을 10% 단축시킬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자사의 제품이 다른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는 점은 향후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인증제도가 널리 보급될 경우, 친환경 제품을 찾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화학회사 BASF는 2010년 매출의 12%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제품(Climate protection product)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체 밸류체인 관점에서 온실가스 3억 2,200만 톤 감축에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해당 제품을 구매한 기업들이 기존 방식으로 생산했다면 17억 2,000만 톤을 배출했을 것이나, BASF의 온실가스 감축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13억 9,800만 톤을 배출하는데 그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향후 인증제도 및 환경규제가 강화될 경우, 새로운 소구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리=김경태 기자·자료=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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