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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배출.

▲정부는 원래 2013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하는 것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2015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연기한 상태다.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온실가스 규제가 현실화되고 녹색보호주의, 환경 관련 기술장벽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제 그린경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공급사슬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제거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30% 줄이기 위한 세부 목표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2009년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7대 부문과 25개 업종별로 구체화한 내용이다. 산업부문에서만 배출전망치(BAU) 대비 18.2%를 감축해야 한다. 20098월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할 때만 해도 먼 일로만 느껴지던 온실가스 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 9월까지 471개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대상 기업별로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할당되고, 연도별 감축계획까지 구체화돼 갈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우리 기업이 바로 내년부터 준수해야 할 실질적인 규제가 된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온실가스 규제

 

정부는 지난해 4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본 원칙을 수립하고 다양한 규제책을 마련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는 관리 대상으로 선정된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목표를 부과하고 이에 대해 점검, 평가, 관리하는 제도다. 471개 업체가 목표관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이들 업체는 올해 3월까지 정부에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신고했고, 9월까지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업체별 할당량을 정하고, 2012년부터 할당량을 넘기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다.

 

목표관리제가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는 직접적인 규제 방식이라면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원리를 활용한 제도다. 국가에서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부여 받은 할당량 미만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여유분을 다른 기업에 팔 수 있다. 반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할당량을 초과할 경우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결국 수요·공급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결정되고, 온실가스를 할당량 이하로 줄이지 못한 기업은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원래 2013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하는 것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2015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연기한 상태다.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에게 물리는 과징금도 배출권 평균 시장 가격의 5배에서 3배로 줄이는 등 당초 계획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규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요구 수준은 더욱 높아질 전망

 

최근 포스트 교토 체제를 위한 기후변화협상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교토 체제가 끝나는 2012년 이전에 포스트 교토 체제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나 선진국과 개도국간 입장 차가 크다. 특히 최근 핵심 추진 주체인 EU와 일본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국회.

▲ 미 하원은 2009년 6월 중장기적으로 자국에 상응하는 온실

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부과

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한 기후변화법안을 의결했다.

EU는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금융위기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재정긴축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기후변화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3월 진도 9.0의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를 해결하는 것만도 벅차다. 특히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상당수의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하고 화력 발전으로 부족한 전력을 겨우 공급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먼 얘기처럼 들린다.

 

아직 논의 중이기는 하나 이미 국제적으로 약속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25% 감축 목표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최근 이러한 국제적 상황 속에서 기후변화협상 관련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포스트 교토 협약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교토 체제의 시한을 연장하는 선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트 교토 체제가 성사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정부가 약속한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라는 온실가스 감축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국제적인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녹색보호주의 확산 우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선진국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탄소 국경세(Carbon Border Tax)’. ‘녹색보호주의(Green Protectionism)’의 한 형태로 온실가스 규제를 받는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EU와 미국에서 논의가 활발하다.

 

미 하원은 20096월 중장기적으로 자국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한 기후변화법안을 의결했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환경규제 수준이 낮은 국가의 제품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는 것이 유럽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과거에는 개도국의 기후변화협상 참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기후변화협상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선진국들의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EU의 항공산업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 사례다.

 

항공.

▲ EU는 올해 말 까지 각 항공사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배분하고, 배출량이 이를 초과하는 항공사는 초과분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EU 내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는 EU의 배출권거래제(EU-ETS) 적용을 받게 된다. EU는 올해 말 까지 각 항공사에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배분하고, 배출량이 이를 초과하는 항공사는 초과분만큼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사뿐만 아니라 중국 항공사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배출권 구입비용이 내년에만 54~271억 원으로 예상된다. 중국항공운송연합회(CATA, China Air Transportation Association)는 이 제도가 적용될 경우 중국 항공 산업에 내년에만 12600만 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U의 이러한 조치에 중국은 에어버스와의 여객기 주문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이나 환경정책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외국기업의 자국시장 접근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의 환경 관련 경쟁력 확보를 도모하는 녹색보호주의가 확산되면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로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발전하면 국가간 환경 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무역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로서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료 : LG경제연구원 도은진 연구위원

 

yoonjung@hkbs.co.kr

정윤정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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