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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식품 발생현황과 감축방안 토론회’에서는 폐기식품 감축을 위해 유통기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

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식량 대량 생산으로 식품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상품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 만족도가 높아지고, 유통기한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폐기되는 식량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폐기식품 증가의 이유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유통기한이 문제로 제기됐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판매 허용이 섭취 가능으로 해석되고 있어 가공식품 폐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다. 최근 열린 ‘폐기식품 발생현황과 감축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의 해석 오류를 지적하며 품질유지기한이 확대·보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일컫는다. 품질유지기한까지는 최상 상태의 식품을 섭취할 수 있고, 기한이 경과하더라도 유통 및 판매가 가능하다.

 

미국, 호주 등 국가에서는 포장일자, 소비기한, 최소보존일 등을 식품기한 제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도 소비기한, 상미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분적으로 품질유지기한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식품기술사협회 황이남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통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소비기한제도를 도입해 식품의 특성별로 세분화된 표시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식품 전체 평균 반품율은 2009년 기준 1.45%로 조사됐다. 이중 가장 많이 반품되는 다류의 경우 품질유지 기한 적용이 가능한 제품이지만,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있다. 호서대학교 채희정 교수는 “다류의 경우 품질유지기한을 적용하면 충분히 식품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지만, 유통기한이 임박되면 대부분 폐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 총생산량은 2756만톤이지만 이중 1.45%는 반품되고 있다. 제품 반품으로 인해 폐기되는 양은 40만톤으로 총 폐기금액만 5800억원에 달한다.

 

제도 개선 위해 정부 역할 중요

 

소비기한제도 확대를 위해 식품 특성별로 세분화된 표시제도가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이남 회장은 “반품된 제품을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식품폐기 저감 업체에 대한 녹색인증 마크를 부여하거나 조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황 회장은 “현재 식품제조 업체는 밀어내기식의 식품 생산으로 무리한 판촉을 진행하고 있고, 유통업체도 수입이 증대되면서 판매부진, 표시부적합 등의 책임을 제조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업체 간 경쟁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법안 마련, 규제 강화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사결과 반품된 식품의 44%는 푸드뱅크 등 구호단체로 보내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전량 폐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유음료제품의 반품제품의 재이용 기준이 마련돼 있어 우유의 경우 가공유 유음료로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재이용시 위생관리 기준을 시행해 소비기한, 상미기한 내 제품, 제품이력 확인, 재이용의 기록, 출하전 검사요령, 품질보증, 검사가이드 라인 등을 작성해 보관하고 있다.

 

반면 유통기한 제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식품의약청 이광호 부장은 “유통기한 제도 변경에 대한 논의는 이미 10년 이상 지속돼 왔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의 어려움을 비췄다. 이 부장은 “소비기한 등 기타 문제는 앞으로 꾸준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했다. 덧붙여 “유통기한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인 유통기한에 노력하고 있어 특별히 다른 나라보다 국내 유통기한이 짧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제품 보관 기술 확보 시급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식품 포장 방법의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특히 쌀의 경우 저온 저장 및 소포장으로 맛을 높이면 폐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들어 쌀 감모율이 높은 이유로 한국식품연구원 안전유통연구단 김동철 박사는 보관 기술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박사는 “쌀이 단순한 식량에서 상품으로 변화하면서 밥맛, 품위, 안전성이 모두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건조, 저장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어 맛이 떨어지고 폐기되는 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이남 회장도 식품 보관 및 유통방법 개선을 통한 폐기식품 감축을 제시했다. 황 회장은 “출고전 제품의 온도관리하고, 제품 특성에 따른 살균방법을 선택하는 등 기술적인 방안도 폐기식품 감축의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freesmh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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