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연구관
국립환경과학원 최초의 탄소배출제로 건물 구현

“관심 부족으로 보급· 및 확산 지연” 아쉬워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국립환경과학원은 온실가스 배출 ‘0’와 함께 에너지 자립 100%를 통해 ‘친환경 건축의 이정표’라 할 수 있는 탄소배출제로 건물을 선보였다. 겨울철 전력 부족으로 전국이 얼어붙은 요즘, 기후변화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이 새로운 건물을 직접 찾아봤다. <편집자 주>

 

환경과학원이 선보인 ‘탄소배출제로 건물’은 건물 내 소비되는 에너지를 에너지부하 절감 기술을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후 부족한 에너지는 자연에너지 기술을 이용해 충당함으로써 연간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제로(Zero)화 한 것이다.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기술로 40%의 소비를 줄이고 남은 60%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외부로부터 전력공급을 받지 않는 ‘에너지 자립’ 건물을 만든 것이다. 화석에너지 사용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탄소 배출도 없다. 이동원 연구관은 “본격적인 겨울을 지내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자연을 이용해 생산한 에너지가 건물에서 소비한 에너지보다 많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

 

이동원 연구관이 근무하고 있는 기후변화연구과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대기오염물질의 변화, 대기질 변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관은 “국가기후변화종합계획을 보면 기후변화 취약성에 대한 연구도 포함돼 있다. 과학원에서는 기후변화가 심해졌을 때 ‘지자체별로 어떤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온실가스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일단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조차도 전문인력이 없어 국책연구기관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건물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연구관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계를 제외하면 그 중 또 절반이 건물에서 배출된다”라며 “건축물에서 충분히 온실가슬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탄소배출제로 건물을 만들었으며, 관련된 모든 기술과 자료 등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호화청사 대신 환경과학원이 제안하는 기술들을 적용한다면 지자체가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탄소배출제로건물 건축이 쉽지만은 않았다. 건물 내부에는 전력측정센서가 170여 개가 있는데 통합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에러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 연구관이 엔지니어들에게 왜 안되는지 묻자 “보통 건물을 지을 때는 투입되는 전력 하나만 측정하는데 이곳처럼 부분별로 전력을 측정하고자 100개가 넘는 센서를 설치한 사례가 없어 힘들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새로운 노하우도 쌓였다.

 

사무실 내부.
▲사무실 내부는 개인용스탠드와 자연조명만으로도 충분한 밝기를 유지한다.


수요 없어 기술 개발 더뎌

 

여름철 햇볕을 받으면 건물 외벽부터 뜨거워지는데, 이 건물의 블라인드는 건물과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햇볕만 막으면 태양광이 건물 외벽을 달구지 않게 했으며 건물 외벽 단열재도 보통 건물보다 두껍다. 사무실 내부는 동작을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LED 조명과 개인용 스탠드, 옥상에서 수집된 자연광을 연결한 태양광 조명 3가지가 있다. 사무실 전체는 자연광이 밝히고 개인은 스탠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 개인용 스탠드는 빛이 아래로 비추지만 위쪽으로도 올라가서 사방으로 산란되는 효과가 있다. 이 연구관은 “이 제품은 독일제품인데, 국내에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이런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없었던 것”이라며 “탄소제로건물에 국산화가 안 된 기술이 4가지인데 앞으로 이러한 건물들이 자꾸 생겨난다면 모두 국산화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관람객.
▲큰 관심에도 불구, 탄소제로건물을 실제로 실현하려는 시도는 아직 미약하다.

1년도 안 되는 시기에 이 건물을 보고자 방문한 사람들이 1500명을 넘고 있다. 1층의 홍보실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특징을 설명하고자 사무실 내부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이 연구관은 “문의는 많지만 실제로 기술들을 반영해서 건물을 짓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며 “개인보다는 상업용 건물에 적용하는 것이 적당한데,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아직은 미흡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에너지 100% 자립, 온실가스 제로가 가능한 건물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 제2의 탄소제로건물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 연구관은 “플러그 하나를 뽑아 절약하는 에너지는 적지만 과학원 직원 800명이 그러한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 1년에 이산화탄소 10톤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이를 전 국민이 모두 실천한다면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감축되겠는가”라며 “극단적으로 말해 모든 건물을 이런 식으로 만든다면 국가 온실가스의 25%가 감축된다. 산업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탄소배출제로건물을 기점으로 앞으로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건물의 확산을 기대해본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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