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과장
연면적 20만㎡ 이상 건축물 평가대상에 포함

층간소음, 실내공기질 등 다양한 요소 살펴

 

어느새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섰다.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도시에 사는 시대가 된 것이다. 63빌딩이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소리도 옛말이 됐다. 63빌딩을 보러 전국에서 사람들이 여의도로 관광을 오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제는 전국의 대도시 곳곳에서 랜드마크 타워나 초고층 아파트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 어지간한 건물을 보고서는 별 감흥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국민소득과 건축기술의 수준이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 도시의 삶도 높아진 국민소득만큼 쾌적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먼지, 소음, 악취, 빛 공해, 부족한 도심공원 등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새집증후군, 층간소음, 방사성 라돈 등 사람들이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건축물 내 환경 질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대형건축물 관리를 바라보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부실 아파트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같은 구조적 안전 문제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그 안에서 거주하고 왕래하는 많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 덧붙여 주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환경부는 그동안 친환경건축물 인증, 실내공기질 개선, 빛 공해 방지 등 국민들의 쾌적한 일상 주거환경을 보호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현재 건축물의 환경을 다루는 제도들은 주로 개별 건물 내 환경요소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거나 사업주의 자발적 인증에 의존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인근 대형건물에 의한 일조권 침해, 강한 빌딩바람, 열섬현상, 빛 공해 등의 포괄적 환경영향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대형건물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주변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건물 형상에 따라 주변의 바람 흐름을 변화시키고, 작은 공간에 집중된 에너지 소비 탓에 인근 대기환경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설계 시 일조권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주변에서는 하루에 서너 시간 햇빛 보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많은 물을 집중해서 쓰기 때문에 기존의 상하수도 시설에도 많은 부담을 준다. 자칫하면 지난 광화문 침수와 같은 사건이 또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 7월부터 시행 예정인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에서 연면적 20만㎡ 이상의 대형건축물을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포함할 예정이다. 기존의 친환경건축물 인증 제도가 주로 에너지 관련 부문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면, 이번에 개선되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에서는 층간소음, 실내공기질, 경관적 요소, 일조권, 바람길, 건물녹화 등 다양한 환경 및 생태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미 곳곳에 연면적 20만㎡ 이상인 건축물들이 지어졌거나 들어설 계획이다. 작년에 준공된 서울국제금융센터와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는 연면적이 50만㎡를 넘고, 제2롯데월드는 80만㎡에 육박한다. 연면적만 따지자면 서남해의 어지간한 무인도 면적보다 훨씬 크니, 실로 거대한 건축물의 섬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건물들이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지어지는 대형 건축물들은 설계 단계부터 더욱 신중한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거치게 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부 안보다 훨씬 엄격한 건축물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면적 10만㎡ 이상, 제주도는 연면적 2000~1만㎡ 이상인 건물에 대해 조례를 제정해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다. 부산시는 높이 200m 이상의 고층건물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선진국은 건축물 환경영향평가를 훨씬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100년 전부터 건축물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고, 일본은 건축물 높이가 100m를 넘어가면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니 95m 내외의 건축물들이 많다. 개도국인 중국도 2006년부터 건물 연면적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했다. 건축물 환경영향평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된 것이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여러 가지 개선 보완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우선 기존의 환경영향평가 항목들 중 건축물 평가에 적합한 항목을 식별하고 적절한 평가 기법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건축사업 및 건물 유형에 대해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지표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을 널리 수렴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다.

 

건축물 환경영향평가는 도시민들의 일상적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그동안 환경영향평가가 주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의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대형건축물 환경영향평가는 국민의 90%가 사는 도시환경 속 삶의 질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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