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인포스케이프).

▲오늘날 아이폰과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변화와 혁신은

 기업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료=인포스케이프>

지난해 국내 식음료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만한 후발주자들의 반란이 목격되었다. 여태껏 수많은 후발주자가 선두업체를 따라잡으려는 치열한 노력에도 번번이 실패를 거듭해온 것과 대비되는 사례다. 이들 기업처럼 지금까지의 경쟁 방식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넘버원 따라하기’가 아니라 ‘넘버원 따돌리기’를 목표로 삼아 차별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편집자 주>

 

자기만의 강점을 프레임으로 하는 다양한 시도로 넘버원을 무색게 한 이들의 차별화 유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쟁 요소의 차별화이다. 부수적인 가치들을 제거하고 자신만의 강점 가치에 집중하는 유형이다. 둘째, 경쟁 방향의 차별화이다. 주류가 전달해온 메시지, 가치 창출 방식 등과는 철저히 역방향을 선택해 공략함으로써 나만의 가치 색깔을 분명히 제시하는 유형이다. 셋째, 경쟁 영역의 차별화이다. 카테고리 경계를 넘나드는 제품·서비스로 기존 카테고리 내 넘버원의 제공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경쟁 시기의 차별화이다.

 

예측 가능한 가치라도 한발 앞서 ‘올인’해 제공 가치의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유형이다. 이러한 도전적인 시도들이 의미 있는 차별화로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면서 동시에 단발성에 머무르지 않고 넘버원을 진퇴양난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지속해야 한다.

 

후발주자들의 반란이 시작되다

 

“아직도 살 수 없나요? 도대체 언제쯤 물건이 들어 오나요?”

“저희도 구하기가 어렵네요. 찾는 이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서요.”

 

꼬꼬면2.

▲꼬꼬면의 출시는 레드오션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이 아닌

 변화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한국야쿠르트>

지난해 ‘꼬꼬면’이 나온 뒤로 동네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몇 달간 반복되던 풍경이었다. 하얀색의 칼칼하고 담백한 닭고기 육수로 기존 빨간 국물의 매운맛 라면에 도전장을 던진 결과다. ‘꼴찌의 반란’이라 불릴만한 이 제품의 大 히트로 20년 이상 흔들리지 않던 국내 라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새로운 라면 트렌드를 선도하게 된 꼬꼬면은 판매량에서 단숨에 ‘신라면’에 이은 2위에 올랐고, 1위 기업인 농심마저도 하얀 국물 라면을 뒤따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커피믹스 시장에서도 후발주자가 돌풍을 일으켰다. 원두의 맛과 향만을 강조해오던 주류업체들과 달리, 남양유업이 커피 크림(일명 ‘프림’)에 승부수를 띄우면서부터다. 지난해 초 무지방 우유를 넣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내세워 기존 업체들의 카제인나트륨 성분을 이슈화했다. 유제품 관련 노하우를 쌓아온 자사의 강점을 최대로 부각시키면서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 기준을 바꿔놓았다. 제품 하나로 커피믹스 사업 진출 1년 만에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해 온 동서식품도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내리막을 타자, 같은 컨셉트의 제품을 내놓으며 대응에 나서는 형국이다.

 

과감하게 레드오션과 결별하다

 

프렌치카페.

▲남양유업은 제품 하나로 커피믹스 사업 진출

1년 만에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사진=남양유업>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으로 절대 강자들이 오랜 기간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해오던 레드오션 시장에서 한참 열세이거나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가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들 사례는 해당 업계의 관점에서 성공 포인트를 분석하여 벤치마킹으로 삼는데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일회적 성공 비결을 넘어 전략적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한참 열세인 후발업체가 넘버원 기업의 아성을 어떻게 흔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까지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수많은 후발주자가 넘버원 기업을 이기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한번 승리로 당장 넘버원 기업이 될 수는 없었겠지만, 저마다 1등이 되겠다고 외쳐대며 길게는 수십 년 이상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번번이 실패만 거듭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최근 달라진 현상이 목격되는데,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택이 어떻게 변화한 것일까? 넘버원 기업이 알고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 행태의 특징과 이것이 기업 간 경쟁 구도에 미치는 영향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 이를 통해 후발주자들이 선두 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하고자 지향해야 할 전략적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영원한 넘버원도, 만년 꼴찌도 없다

 

후발주자들이 선전하고 있는 현상의 반대편은 넘버원 기업들의 아성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 돌풍에 신라면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라면 왕국’ 농심은 신제품마저 조기에 철수시켜야 했다. 산업의 특성 및 시장의 경쟁 강도에 따라 넘버원 기업의 지속성에 다소간 차이는 나겠지만, 영원한 1등 기업도 없고 만년 꼴찌 기업도 없기 마련이다. 한때 넘버원의 영예를 누려왔던 GM, 야후, 노키아의 위상을 도요타, 구글, 애플 같은 기업들이 대신하고 있듯이 후발 주자가 넘버원을 흔들고 넘버원의 빛이 쇠하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쌓아놓은 브랜드나 성공방정식으로 넘버원을 유지하기가 과거보다 훨씬 더 어려워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 소비에서 과잉 선택권 및 스마트화로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행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서 요구르트를 사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특정 브랜드의 제품만을 고집하기보다 그때그때 행사하는 제품에 손이 가기 쉽다. 과거보다 가짓수가 크게 늘어나 요구르트 카테고리 내 수십 개의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저마다 특별한 함유 성분과 기능성을 강조한 신제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 시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그저 하나의 요구르트로 보일 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열심히 차별화했다고 외쳐대도 소비자들에겐 도토리 키재기로 비치는 선택권 과잉의 시대다. 제품 경쟁이 심화할수록, 역설적으로 브랜드 차별화는 의미를 잃어가고 소비자는 카테고리 전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그만큼 소비자의 요구는 다양해지는 데 반해 이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프리우스(도요타).

▲도요타는 일찌감치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결과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빅3가 위기를 겪는

 가운데도 성장을 거듭했다.<사진=도요타>


갈수록 떨어지는 브랜드 충성도

 

제품관여도가 좀 더 높은 카테고리에서도 소비자들이 까다롭고 변덕스럽긴 마찬가지다. 서로 연결된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똑똑한 소비자’로 변모했다. 소셜미디어 서비스 이용의 확대로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 가격, 만족도 등 사용 경험을 공유하면서 과거처럼 기업이 제공하던 가치를 더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반드시 기존 넘버원 브랜드 제품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수많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며 노키아에서 애플로 이동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테고리 내 제품들이 어느 정도 엇비슷해지면서 이전만큼 아이폰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최근 닌텐도의 적자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비디오 게임업체의 선두 주자였지만 스마트폰 저변이 넓어지면서 시장 판도 변화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는 휴대용 게임기만을 게임 카테고리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 태플릿PC 등 다른 카테고리 영역으로 확대해서 제공 가치를 비교한다. 별도의 게임기 없이도 소셜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저렴하게 바로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기업들의 차별화 노력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실제로 카테고리 내 차별화를 인식하기 어렵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브랜드마저 쉽게 옮기는 상황이다. 결국, 패션, 액세서리 등 유행에 민감한 특정 카테고리를 제외하고는 브랜드 충성도 구축이 점차 힘들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넘버원 기업에도 언제든 등을 돌릴 태세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