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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도 세계 화장품 산업은 전년대비 3.7%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 성장률은 4.6%로 전세계 화장품 시장 성장률을 앞섰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이야기. 자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업체들의 남아감기 위한 자구책 마련 노력은 업계의 화두다. 이에 대한화장품협회 안정림 부회장을 만나 화장품 업계의 동향과 협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화장품 제품 자체는 친환경적이다” 안 부회장은 화장품 업계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과 편견을 불식시키겠다는 듯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강조하듯 말했다. 화장품은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근접해있고 외형이 화려해서 비환경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실질적으로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화장품은 용기도 작고, 원료도 다른 제품에 비해서는 적게 들어간다. 이것을 두고 환경파괴를 논하는 것은 터무니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과대포장, 공간비율 위배

과대포장의 대표적인 예로 화장품이 거론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부회장은 화장품의 과대포장 논란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그는 “과대포장은 공간비율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면서 “과대포장이라는 표현은 공간비율에 위배됐을 때 사용되는 말인데 이 공간비율을 맞추기 위해 견본품을 끼워 넣는 것이 오히려 과대포장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세트 판매를 없애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 이에 대해 안정림 부회장은 “영세한 업체들은 화장품의 용기와 포장을 화려하게 해야 판매량을 늘릴 수 있지 않겠냐?”면서 “살 때는 크고 화려함에 끌리면서 정작 버릴 때에는 과대포장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협회. 환경에 대해 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화장품 용기를 다시 사용하고자 고민을 거듭했고 2년여 동안 1만여개의 화장품 용기를 회수하는 수고를 감수했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판매점에 가져오면 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안 부회장은 “판매점도 소비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면서 “따로 교육을 시켜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대중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환경 측면에서 화장품 업계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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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안전성 확보 우선

인터뷰 시작부터 환경을 강조한 안 부회장은 자타공인 환경 전문가다. 때문에 누구보다 업계에 이는 친환경 노력을 유심히 봐왔을 터. 최근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표방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모습들이다. 그는 “환경을 생각하는 경영은 곧 원가절감과 연결된다”면서 “또 제품을 생산할 때 원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곧 환경을 생각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기업들의 환경 친화적 움직임이 전보다 활발해진 건 사실이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이와 관련해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은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원료도 7000여 가지나 있다. 때문에 숙지해야 할 것들도 많다. 안 부회장은 “우리 협회가 교량 역할을 해야 한다. 회원사들에게 디렉토리를 만들어주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나고야 의정서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 정보 공유가 잘 돼있지 않아 손해를 보는 사례가 분명 생길 수 있다. 그는 “영세 기업들은 이러한 정보까지 다 알기가 어렵다. 때문에 우리 협회 차원에서 꾸준히 여러 정보를 메일로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협회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화장품과 관련해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면 의견을 제시하고 또 대정부 법률, 제도 등을 협회차원에서 홍보하고 교육하는 일도 한다. 예산 제약으로 인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의 활동이지만 그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저가 경쟁, 영세 업체들 무너져

화장품 업계. 저가를 내걸고 속속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총 900여의 업체 중 600여 이상의 업체는 매출이 10억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매출규모가 10억 이하면 영세 업체에 해당한다. 그는 “저가 화장품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중소기업은 유통구조나 브랜드 파워가 없다”면서 “화장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아이템이 너무 다양하다”고 했다. 실제로 화장품 관련 아이템이 15만여개, 국내만 해도 7~8만여개의 아이템이 있다. 또 화장품 업계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색다른 아이템에 더해 가격 다운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안 부회장은 “우리도 좋은 제품 비싼 돈을 받고 판매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고 특히 영세 업체들의 어려움이 크다”고 언급했다.

 

안 부회장은 화장품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공개 회계 보고를 보면 화장품 업계 이익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제조업 평균이 2%라고 하면 이익이 높은 화장품 기업은 10%까지 간다”면서 “이러한 면만 보고 화장품 업계 가격 부풀림을 언급하는데, 외국에 비교한다면 이는 절대 높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화장품은 가짓수가 많고 보관 및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사업하기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의 영세 업체들은 직원 월급도 주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안 부회장은 ‘브랜드 파워’를 언급하면서 ‘품질, 디자인, 광고, 서비스, 신뢰’를 꼽았다. 이 5가지가 갖춰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수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땅이 좁고 땅값이 비싸다. 때문에 채산성이 떨어진다”면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수출을 늘려야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일도 이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수출 활로를 넓히는 것. 안 부회장은 “우리 협회에서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서 “6월부터는 이러한 여러 활동을 더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lmstop@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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