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청장
▲ 조석준 기상청장. <사진=박길상 기자>
[환경일보] 이민선 기자 = 최근 조석준 기상청장이 기상장비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상관측 장비인 라이다(LIDAR)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조 청장의 개입 의혹이 있어 한국기상산업진흥원(기상진흥원)과 케이웨더사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해 1월 기상청장이 되기 전까지 케이웨더사에서 예보센터장으로 근무했다. 이 같은 조 청장의 민간기상업 경력은 기상장비 비리 의혹과 관련한 연결고리로 부각되고 있다.

 

조 청장 취임(2011년 2월9일) 직전인 지난해 1월 기상청 산하 항공기상청은 9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레이다 장비의 일종인 라이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라이다는 항공기가 순간돌풍을 피해가도록 관제시설에 경고해주는 역할을 한다.

 

기상청 장비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기상진흥원은 지난해 8월 조달청을 통해 김포·제주공항에 설치할 2대의 라이다 구입공고를 냈다. 입찰에는 프랑스 레오스피어사 제품을 들고 나온 케이웨더사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에이전시인 웨더링크사 2곳이 참여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케이웨더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 청장은 입찰 과정에서 라이다 납품 측정거리 기준을 케이웨더사 장비 측정 기준에 맞게 15km에서 10km로 변경하게 하고 관련 정보를 케이웨더사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업체 위해 조건 변경 의혹

이 사건은 지난 3월 탈락 업체인 웨더링크사가 국무총리실에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며 불거졌는데, 이에 국무총리실에서 자체 조사 결과 조 청장의 입찰 개입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진흥원은 입찰 공고를 내기 2개월 전에 제품의 관측가능거리 규격을 400m~15㎞에서 400m~10㎞ 이상으로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웨더링크사의 장비는 관측 사거리가 15㎞, 케이웨더사의 장비는 10㎞였기 때문에 당초 조건에 미달하는 케이웨더사를 밀어주기 위해 조건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기상장비 도입 관련 입찰에 관한 모든 사업은 기상진흥원과 조달청 간에 이뤄진 사항이며 기상청이 본 과정에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 케이웨더사는 조 청장의 민간기상업자 경력만으로 이러한 의혹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사에만 수개월 필요

기상청 설립 이래 최초로 민간기상업자 출신의 인물이 한 나라의 기상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상청장에 임명된다는 것만으로 조 청장의 임명은 말 많은 인사였다. 그는 청장이 되기 전 웨더뉴스채널 부사장, 웨더프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그의 이력이 기상청과 민간기상산업육성 사이의 균형추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일각의 의구심은 조 청장 취임식 날부터 시작됐다. 기상정보 모바일용 앱을 당초 2010년 9월에 무료 배포하겠다는 기상청의 발표와 달리 민간사업자와의 정보 중복 문제로 다음해인 2011년까지 연기됐다. 2011년 3월 배포를 확정하기 전 2월9일 기상청은 조 청장 취임식에 이 무료앱 배포에 관한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포럼에서 ‘날씨 앱의 민간 기상업체 이전 추진’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오비이락’을 언급하면서 “하필 포럼 날짜가 조 청장 취임식 날로 그 문제가 이슈가 되긴 했으나 조 청장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포럼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날씨앱의 민간이전 방식은 기상청의 업무를 특보나 경보에 한정하고 일반예보는 민간업자가 진행하면서 기상정보의 유료화와 가격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우려는 조 청장의 민간기상업 경력과 맞물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조 청장이 퇴임 후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번 비리 의혹 역시 이와 연결된다. 기상청은 이번 의혹이 기상청과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 청장이 민간사업자와의 우회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안정적 위치를 확고히 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편, 조 청장의 이번 기상장비 구입 연루 의혹과 관련해 사건을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입찰서류 일체를 압수, 분석해서 혐의가 밝혀진 대상자에 대해 소환조사를 할 계획이다”면서 “현재는 내사 단계로 입찰비리에 대한 사건은 관련 공무원의 진술 등 확인할 부분이 많아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기 위해 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조 청장과 관련한 논란의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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