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마지막 남은 자연유산이기에 그 소중함을 되새기고 향후 효율적으로 보전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보는 환경지식인들의 모임이 열렸다. 얼마 전 발기인대회를 마친 한국보전커뮤니티가 주최하고 환경일보 후원으로 지난 6월1일 단양 대명콘도에서 ‘나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보전커뮤니티운동 프로그램(KCC지식 & 솔루션 카페) 워크숍을 가졌다. 향후 이들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자연보전 커뮤니티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편집자 주>

 

 

[환경일보]박지연 기자=우리나라 숲 전체의 90%가 40년생 이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말은 이미 70년대 전후로 전체 숲이 망가져 그때를 전후해 복원했다는 의미라 더욱 충격적이다. 또한 해양국립공원이 전체 국립공원에서 49%나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지 않고 많이 훼손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늘 가까이에서 도움을 받고 있으나 정작 그 중요성에 대해선 잊고 살아온 소중한 자연, 국립공원을 돌아보고 다각도로 보전방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인 ‘KCC 지식 & 솔루션 카페’가  환경지식인, 활동가, 시민대학학생 등 150여명이 함께한 가운데 지난 6월1일 단양 대명콘도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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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 단양 대명콘도에서 ‘나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KCC지식 & 솔루션 카페’가 개최됐다.

<사진=박지연 기자>

 

이날 특별히 한국을 찾은 니키타 로푸킨(Nikita Lopoukhine) IUCN/WCPA 의장은 축사에서 “자연의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고 KCC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정부관계자, 관련 전문가, 각계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 보호지역을 지키는 연구와 기술을 발전시키는 작업은 매우 값어치 있는 일”이라며 “9월 제주에서 열리는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앞서 이런 중요한 행사가 열려 WCC의 성공적 개최에도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니키타 의장은 “IUCN의 1400명의 전문가들이 자연보전에 관한 수많은 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IUCN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한국국립공원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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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 로푸킨 IUCN/WCPA 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동성 단양군수는 축사에서 “단양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2012년 휴양 관광도시 부분 대상을 수상하며 이미 녹색도시로서의 명성을 쌓고 있다”며 “금번 KCC 행보와 함께 자연보전에 앞장서 건강웰빙도시, 자연치유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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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단양군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나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신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은식 국민대 교수 등 6명의 전문가들의 주제발표가 있은 뒤 생태학자, 공원관리자, 도시계획학자,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나에게 국립공원은 무엇인가?’…다양한 의견 도출

 

주제별 발표에서 신용석 국립공원관리공단 행정처장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문제점은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부족과 과다한 이용으로 생태적 안정성 약화 및 지역개발주의에 의한 위협이 상존하는 것”이라며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을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등 글로벌 이슈의 중심에 세우고 국립공원의 자연이 국민들에게 많은 이익이 된다는 전 국민의 인식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국립공원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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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식 국민대학교 교수는 ‘국립공원과 생태계 관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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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국립공원관리공단 행정처장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는 국립공원의 경험과 지속가능교육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국립공원 경험이 지속가능하려면 국립공원이 맥락과 장이 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국립공원 안의 생물의 연계성을 이해하고 다양한 주체를 고려하는 과정 등을 통해 인간 이외의 자연을 배려하고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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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정연숙 강원대학교 교수는 국립공원 식물 종 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생물종이 다양하다는 것은 희귀식물이 많다는 것이고, 이는 식물을 먹고사는 연관되는 곤충 등 동물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우리나라 생태계는 주변나라와 비교해서 종 다양성이 낮은데 그 이유는 대부분 숲의 나이가 40년생 이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숲이 1970년대 전후로 망가져 복원됐다는 말인데, 숲이 망가진 이유로 급속한 인구증가를 꼽았다. 결국 생물 종 자원관리를 위해 탐방객에게 최소한의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논리가 앞서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1년 내내 하는 일이 탐방객 관리, 쓰레기 제거 등에 집중되어 자체적 역량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체 연구역량을 증진시켜 장기생태 연구 등을 통해 수준 높은 데이터를 구축하여 대국민 서비스로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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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숙 강원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전체 숲의 나이, 40년생 이하

 

조태동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자연보전지구의 보전적측면과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의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공원보전지구를 좀 더 세분화시켜 절대 보전할 것은 보전하되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역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치유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현재 산림청이나 환경부에서 자연을 이용한 치유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차별화가 안 된 것 같다”며 “치유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로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지역의 국립공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므로 모두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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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동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앞서 발표자들이 자연의 보전적인 측면을 강조한데 반해 기정훈 명지대학교 교수는 도시계획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제기하지 않았던 도시와 국립공원의 완충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다. 기 교수는 “도시계획 하는 이들이 국립공원이 도시와 연결돼야 하는 것을 인식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며 “국립공원이 갖고 있는 생태적 측면을 도시계획에서 전달 할 수 있는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와 국립공원이 접하고 있는 완충지역에 있어 도시적 접근 및 생태적 접근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완충지역에 레저활동을 넣는다든지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주택건설 등도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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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정훈 명지대학교 교수
 

도시형 국립공원의 완충지역 계획의 필요성 제시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더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생태마을 전문가인 박근덕 사무국장은 국립공원이 있는 마을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를 제안했다. “국립공원 근처 마을에 사는 주민은 어떤 고민과 불편을 갖고 있는지, 그렇다면 국립공원의 가치에 동의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도록 어떤 방법으로 마을주민을 협조자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통섭적 접근을 통해 상생모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지금은 이런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가 거의 없다. 그 말은 자연을 모르기 때문에 자연을 이해 못하는 아이로 자라난 다는 것”이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가장 큰 역할은 체험프로그램이나 대안학교 등을 운영하여 국립공원의 생태관리를 운영함과 동시에 자연경험이 있는 아이들로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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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덕 생태산촌만들기모임 사무국장


김용식 영남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자연지역이 국립공원인 만큼 이와 관련한 기록의 수집과 유지 또한 중요하다”며 “이는 전문가영역을 떠나서 일반인들도 기록의 수집에 동참하여 국립공원에 역사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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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 영남대 교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역할을 남북한 60년 분단을 상징하는‘DMZ’과 연관짓는 새로운 시도도 제시됐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센터장은 “오는 7월 대한민국 DMZ 권역(특히 강원도)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공표 될 예정이고 환경부는 DMZ 구역 일부를 대한민국의 DMZ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국립공원공원관리공단이 남북한 국립공원 협력 등 미래 한반도의 자연생태계 보전 및 이용관리 문제를 담당하는 구심점이 되기 위해 공단 내에 DMZ팀을 만들어 활동을 한다면 미래에 벌어질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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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센터장


 

DMZ 국립공원 지정 준비 한창

 

갯벌전문가이기도 한 최종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실장은 국립공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 주었다. 최 실장은 “국립공원이라 하면 일반인들은 주로 산이라고 생각하는데 1997년 유명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바다생태계가 68%이고 육상생태계는 32%에 불과할 정도로 국립공원에서 바다생태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며 “우리나라 역시 육상 국립공원은 51%, 해양국립공원이 49%를 차지하는 가운데, 포는 과거 65%가, 강화도를 뺀 인천은 32%가 갯벌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7대경관지역을 보더라도 브라질만 빼고 나머지 6개 지역이 국립공원지역일만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지만 국립공원이 가진 가치는 굉장히 뛰어나다”며 “이번 KCC를 통해 전문가들과 여기 참석자들이 함께 교재를 편찬한다면 그 책자를 일반인들이 봤을 때 국립공원에 대한 인식은 훨씬 강화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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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실장

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는 앞서 활동가나 전문가들과 달리 대중과 쉽게 공감하고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앞서 얘기들은 국립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틀 안에서의 얘기이고 틀 밖의 사람들을 많이 불러 그들을 선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가령 국립공원과 관련된 많은 스토리를 대중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뮤지컬, 연극 등의 문화적인 소통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책을 정할 때 국립공원이 밀리는 것은 경제적가치의 잘못된 평가 때문으로 절대 양보해선 안된다”며 “국립공원이 가진 현재•미래 가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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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환경일보 편집대표

조규배 서울시 산악연맹회장은 “국립공원의 중요성을 논하기에 앞서 정부투자기관중 유일하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본사건물 없이 셋방살이를 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관계자들에게 이런 부분도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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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배 서울시 산악연맹회장

한편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신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는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전문가를 통하지 않으면 절대 들을 수 없는 귀한 정보들”이라며 “우리가 국립공원의 주인이라는 생각, 국립공원이 우리의 집이라는 생각이 KCC를 통해서 앞으로 더욱 발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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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을 맡은 신동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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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에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더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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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의와 함께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인터뷰>

 

니키타 로푸킨(Nikita Lopoukhine) IUCN/WCPA 의장

“KCC가 ‘2012 WCC’ 성공적 개최의 촉매역할 기대”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점점 자연과 멀어지는 모습에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이 옆에 있는데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자연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때, 한국보전커뮤니티가 생긴 것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KCC 모임이 ‘2012 WCC’의 성공적 개최의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평생을 국립공원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제자연보전연맹 세계보호구역위원회(IUCN/WCPA) 니키타 로푸킨 의장의 ‘자연 사랑’은 누구보다 뜨겁다. 전날 NH농협은행과 IUCN 및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함께한 자연보전을 위한 업무협약 참가에 이어 단양에서 열리는 KCC 워크숍에 참가하는 강행군을 통해서도 엿볼 수가 있다.

 

니키타 의장은 “농협과의 MOU는 국립공원 관리자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IUCN에서 ‘영웅상’을 수여하고 농협에서 300만원의 포상금을 지원하는 협약”이라며 “한국의 아름다운 국립공원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사실 올해 9월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을 끝으로 니키타 의장은 8년간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니키타 의장은 “돌이켜보면 임기 중에 보호지역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관한 책자를 낸 것과, 보호지역의 의미를 강화시켜 새롭게 정의를 내린 것, 기후변화에 대해 보호지역의 역할을 다루는 책을 공동저자로 낸 것이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을 작업”이라며 “이번 WCC에서는 생태복원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론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 WCC’가 열리기까지 100일이 남은 시점에서 니키타 의장은 “WCPA는 기본적으로 보호지역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보호지역과 관련된 기관들이 어떻게 WCC에 기여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드는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외에 보호지역에 관련된 파빌리온을 준비하여 보호지역들이 어떻게 자연보호에 기여하고 있는지 연사들과 전시물을 통해 적극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외에도 WCPA에서 주도하는 중요한 워크숍 4개가 있는데, 보호지역에 종사하는 스텝들의 역량강화, 전 세계 20만개 보호지역을 관리하는 내용, 보호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증진시키기 내용, 마지막으로 2014년 세계 공원대회가 시드니에서 열리는데 2년남은 시점에서 이 또한 상당한 중요한 워크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UCN은 6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환경단체로서 세계 181개국의 자연환경보전 전문가 1만1000이 참여하는 국가 및 정부기관, 비정부기관(NGO) 연합체로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지속가능발전 등 지구환경 보전에 관한 국제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국제기구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 자연환경 관련 국제협약을 기초했고 OECD 환경성과평가(EPI)와 세계경제포럼(WEF) 환경관련 평가 근거자료도 제공해 왔다. 또 보호지역 카테고리 분류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제시하는 등 자연보전 관련 이슈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18-니키타 의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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