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임기내에 녹색성장을 끝내겠다는 조급증이 녹색성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기후, 에너지 부문에 밀려 생태나 일반적인 환경문제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의견과 개발과정에서 환경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창립 3주년을 맞아 ‘저탄소 녹색성장 4년 - 평가와 대안’ 세미나를 열고 지난 4년간의 녹색성장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주제발표와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뤄졌으며 패널로는 정부 및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모여 녹색성장의 성과에 대한 의견들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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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장재연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속가능발전 대신 녹색성장을 추진해왔지만

칭찬의 말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사진=박종원 기자>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장재연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지속가능발전 대신 녹색성장을 중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추진해왔지만 칭찬의 말은 많지 않다”라며 “어렵게 유지하던 지속가능발전을 이어가려는 노력보다 부정하고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 지지로 인해 녹색성장 전략 유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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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성장위원회 양수길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높아 다음

정권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성장위원회 양수길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등 주요 입법적 조치가 이미 이뤄졌다”라며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방법이나 정책은 수정될 수 있지만 다음 정권에서도 녹생성장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여·야가 이례적으로 지지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녹색성장은 다른 환경운동과 달리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전통적인 환경운동과 갈등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환경운동의 관점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라며 “정부에서는 지구온난화가 40~50년 동안 지속되면 물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각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제에서 녹색성장이 주가 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라며 “통화나 재정은 묶어두고 공공요금을 묶어 물가 관리를 하려는 것은 갈색성장의 구시대적 발상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을 국민이나 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시민사회가 리드하고 감독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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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회연구소 구도완 소장은 “지속가능발전기본법과 달리 녹색성장 기본법에서는 국민을

소비자로 호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을 소비자로 호명하고 있어”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환경사회연구소 구도완 소장은 녹색성장 담론의 정치에 대해 발표하며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7조 2항에 ‘국민은 기업의 녹색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고 녹색제품의 소비 및 서비스 이용을 증대함으로써 기업의 녹색경영을 촉진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라며 “지속가능발전기본법에서 국민을 정치적 시민으로 호명하던 것과 달리 국민을 소비자로 호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녹색성장 국가는 환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개발 국가”라며 “권위주의 개발 국가의 폭력성을 제어하면서 민주적 생태복지국가를 만들고 시민들의 녹색 연대를 만들 수 있는 거시적,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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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성장위원회 유복환 녹색성장기획단장은 “일부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 이유로

녹색성장을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녹색성장위원회 유복환 녹색성장기획단장은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의 CO₂농도가 대폭 증가했다”라며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CO₂가 지구의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지구를 구할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고 탄소를 저감하며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0년 기준으로 총 수입액의 29%를 사용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라며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근거없는 정치적 이유로 녹색성장 반대해

 

유 단장은 “3대 전략 10대 정책 및 세부과제로 2050년까지 세계5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연간 GDP의 2%를 투자하고 있다”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스마트 그리드법 등 녹색성장 4대법 제정 등의 성과를 이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일부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치적인 신념으로 녹색성장을 반대 한다”라며 “향후 60년을 바라보는 녹색성장 계획을 겨우 3년 동안의 결과로 평가 내리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녹색성장은 장기적인 안목과 정책지속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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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녹색성장은 '성장의 한계'보다 녹색기술 발전에 따른

'한계의 성장'에 주목하는 것이 서구의 생태적 근대화와 유사하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녹색성장은 ‘성장의 한계’보다 녹색기술 발전에 따른 ‘한계의 성장’에 주목하는 것에서 서구의 생태적 근대화와 유사하다”라며 “경제와 사회를 환경에 굴복시키지 않으면서 생태계 법칙에 따르는 사회체제의 비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GDP의 2%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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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난 4년간의 녹색성장의 성과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대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는 “녹색성장이 미흡한 점은 많지만 선언으로만 머물렀던 것을 행동으로 시작한 것은 큰 성과”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은 사회적 인프라 없이 절대 이뤄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GDP의 2%나 되는 금액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라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김영선 전문위원은 “환경평가지수에서 녹색성장이 핵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후변화 항목이 68단계나 하락했다”라며 “정말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비율이 점점 줄어들어 개발 사업에 많은 여지를 주고 있다”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이 정말 세계적인 모범사례인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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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장기복 실장은 “기후, 에너지 부문에서 기반을 많이 확충했지만 생태

부문이나 일반 환경문제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신경쓰느라 환경은 뒷전

 

이어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장기복 실장은 “녹색성장은 과거의 자원집약형 성장전략이 아닌 저탄소를 내세운 성장전략”이라며 “기후, 에너지 부문에서는 기반을 많이 확충했지만 생태 부문이나 일반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과만 강조 하다보니 투입되는 비용같은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녹색성장 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구체적인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세운 것이지만 목표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면적인 정책이 강력하게 도입되야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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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환경을 지키는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을 이용한 환경사업

육성부가 되어 버렸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지금의 녹색성장은 환경에 유해한 활동을 하면서 친환경적인 것처럼 광고하는 ‘그린워시’와 같다”라며 “이미지만 있고 실체가 없으며 구호만 주창했을 뿐 실제로 진행된 것은 4대강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서 보호구역이 줄어드는 등 빠른 개발과정에서 환경부가 전혀 제동을 걸지 못했다”라며 “환경을 지키는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을 이용한 환경사업 육성부가 되버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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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녹색성장은 국민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없고 성장

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말했다.

 

“녹색 의미 퇴색, 성장 초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임기내에 녹색성장을 끝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녹색성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라며 “국민들의 생활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없고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이번 정부에서 녹색성장을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으로 인해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경이 시장경제 밖에 있을때는 녹색경제가 이슈가 됐지만 최근에는 환경마저도 화폐 가치로 생각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라며 “환경을 통한 발전에서 국가와 사회, 시장이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원점에서부터 얘기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성장위원회 유복환 녹색성장기획단장은 “정부는 NGO들과 입장이 달라 담론보다 정책이 우선시 된다”라며 “국가를 위해 성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과정에서 녹색성장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점을 양해바란다”라고 말했다. 특히 “녹색생활 문화 미흡과 에너지 전략에서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했다”라며 “60년의 장기 계획을 3년으로 평가하기보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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