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와 '청소년 교육'을 키워드로 음식과 문화를 접목시킨 이색 식당이 있다.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에서 운영하는 ‘오요리’와 ‘카페 슬로비’가 그 주인공. ‘사람의 성장’을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꼽는 이곳에서는 요리, 사람, 문화, 환경을 연결고리로 지역사회 메뉴개발과 교육, 콘텐츠 사업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

 

[환경일보]박지연 기자= ‘착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회사’라는 이미지의 사회적 기업 오가니제이션요리의 롤 모델은 영국의 대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이다. 그가 15명의 문제아들과 함께 요리를 하며 훌륭한 요리사로 변신시키는 미션을 보고 요리와 문화를 접목시킬 방법을 구상하게 된 것이 오가니제이션요리의 첫 단추이다.

 

오가니제이션요리의 설립동기가 청소년들이었다면, 다문화 이주여성은 성장 동력이다. 이 회사에서 현재 주안점을 두는 것은 ‘사람의 성장’이다. 행사음식이나 단체 도시락을 주문받아 공급하는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11월 다문화 레스토랑 ‘오요비’를, 2011년 4월에는 ‘카페 슬로비’를 홍대골목에 오픈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영쉐프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먹을거리 및 환경문제에 조금씩 접근하면서 커뮤니티를 통한 로컬 푸드 및 도농연계사업 등을 펼쳐나가고 있다.

 

다국적 요리사들의 식탁, 오요리

 

오요리에 가면 다문화를 맛볼 수 있다. 오요리라는 이름은 오가니제이션요리의 줄임말이면서 맛과 향뿐 아니라 청각, 시각, 촉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집’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2-1.오요리에서 맛볼 수 있는~
▲오요리에서 맛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 요리 ‘나이고랭’

아시아 퓨전요리식당인 이곳의 경쟁력은 퓨전이다. 인기메뉴는 인도네시아의 나이고랭과 말레이시아의 미고랭, 일본의 버섯쇠고기덮밥이다. 향수에 젖은 외국인들도 자주 오는데 고향의 맛과는 확연히 틀린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이날 홀에는 러시아에서 온 나타샤가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음식도 다국적이었지만 사람도 다국적이었다.

 

2008년 하자센터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의 여성결혼이민자 공동체창업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주 여성들과 워크숍 ‘오가니제이션요리’를 시작했는데, 오요리의 요리는 그때 이주 여성들이 선보인 것들이다.

 

조은영 매니저는 “사실 처음에는 결혼이주 여성들 중에서 식당을 내고 싶어 하는 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한국말도 서툰 그들을 교육시켜 창업까지 연결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며 “올해부턴 전략을 바꿔 하자센터나 각 지역에서 직업교육에 필요한 현장실습 및 현장인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요리가 오픈하고 지난 4년 동안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만큼 노하우도 쌓였다.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우자’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채식메뉴 등 좀 더 전문화된 메뉴개발과 캐주얼 식당으로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조은영 매니저는 “오요리 음식의 매력은 좋은 식재료를 통한 건강한 요리에 있다”며 “요리를 매개로 우리 사회가 외국인과 잘 소통하는 다문화공동체로 바뀌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1.아시안퓨전레스토랑 오요리는~
▲아시아 퓨전요리식당 오요리는 음식도 다국적이었지만 요리와 서빙하는 사람도 다국적이었다.

2.러시아인 나타샤가~
▲러시아인 나타샤가 오요리의 인기메뉴인 미고랭과 나이고랭을 소개하고 있다.

그때 그 밥상의 추억, 카페 슬로비

 

7.카페 슬로비의 그때그때 밥상
▲카페 슬로비의 그때그때밥상

오랜 가뭄 끝에 꿀 같은 단비가 촉촉이 내리던 지난 6월28일 토요일. 카페 슬로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정감이 감돌았다. 이날은 와락센터와 함께 쌍용차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한 일일식당이 열렸다.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하즈와 고가 자작곡 ‘니가 뭔데 내 속을 썩여’를 통기타와 실로폰 반주에 맞춰 부르는 동안 손님들은 식사를 멈추고 잠시 음악에 취하는 모습이었다.

 

영혼을 돌볼 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우리의 바쁜 삶 속에 천천히, 하지만 자신의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슬로비(Slobbie). 카페 슬로비는 오가니제이션요리의 두 번째 외식현장이다.

 

카페 슬로비의 인기메뉴는 ‘그때그때밥상’이다. 정말 그때그때마다 다른 밥상이 차려지는데 집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에게 건강에 좋은 엄마의 맛을 선물한다. 물론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무농약 제철 채소는 경기도 이천의 콩세알 나눔마을에서, 자연친화적 유정란은 경남 거창의 쌀 농부를 통해, 유기농 콩으로 만든 두부는 강화 콩세알 나눔센터로부터 공수해온다. 또한 카페 슬로비에는 몇 개의 텃밭도 만들어 직접 재배하고 있으며 그때그때밥상에서 맛 볼 수도 있다.

 

카페 입구쪽 벽에는 에코샵이라고 해서 친환경 소재 또는 재활용 소재 등을 이용한 친환경상품을 위탁판매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등 눈에 익은 사회적기업의 제품들도 눈에 뛰었다.

7-1.쇠고기 덮밥
▲소고기 덮밥

 

한영미 오가니제이션요리 공동대표는 “카페 슬로비는 도시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천천히 더 나은 삶을 함께 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서로 의지해 살기,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끼니를 거르지 않기, 요리해준 사람에게 감사하기 등 아주 사소할 수도 있지만 삶의 기본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4.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하즈와 고가 자작곡 ‘니가 뭔데 내 속을 썩여’를 통기타와 실로폰 반주에 맞춰 부르고 있다.


6.카페 입구에는 에코샵~
▲카페 입구에는 에코샵이라고 해서 친환경 소재 또는 재활용 소재 등을 이용한 친환경상품을 위탁판매하고 있다.

 

<인터뷰>

 

오가니제이션요리 한영미 공동대표

 

“일터가 곧 삶의 터전, 대안적 외식업 생태계 만들 터”

 

8.오가니제이션요리의 한미영 공동대표
▲오가니제이션요리의 한영미 공동대표

“오가니제이션요리가 추구하는 것은 사람의 성장을 기본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로컬 푸드를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10년 가까이 청소년 교육기관에 몸 담았다는 한영미 대표는 사람의 성장을 1차적 목적으로 잡는다. 이것이 오가니제이션요리 설립 동기와 바로 연결되는데 이곳에서 주력하는 것은 ‘영쉐프 교육’이다. 

 

“청소년 교육기관에 있으면서 보육원이나 자립생활관 같은 시설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들이 요리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미래를 꿈꿨으면 하는 바램에서 현장실습과 연계한 교육을 시작하게 됐죠”

 

매주 요리수업을 통해 기본을 익히고, 카페에서 1년 정도 실습을 하면서 모든 과정을 마치면 이곳 매장이나 파트너십을 맺은 업체에서 일을 한다. 지금은 시설 아이들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아이들, 탈(脫) 학교 청소년, 장애아들도 그 대상이 됐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장차 연대해 청년 레스토랑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한영미 대표의 바램이다.

 

여기에 더해 로컬 푸드 또는 도농연계사업으로 표현되는 먹을거리 문제와 지구를 이롭게 하는 환경문제에도 조금씩 접근하며 이를 풀어가는 열쇠로 ‘커뮤니티’를 실천하고 있다. 4월부터 11월 첫 주 월요일마다 카페 문을 닫고 영셰프들과 함께 이천 율면의 콩세알 나눔마을로 농부체험을 떠난 것이 벌써 3년째다. 여기에는 카페 손님 중에 희망자도 같이 동참할 수 있다.

 

“씨 뿌리고, 철마다 작물을 수확하는 등 다 같이 농사일을 거들고 한솥밥을 먹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새로운 가족공동체와 더불어 분리된 일과 삶이 아닌 ‘일터가 곧 삶의 터전’이란 인식을 통해 삶을 바꿔나가는 것이죠”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농업에 관심을 둔 오가니제이션요리에서는 올해부터 청년팀과 함께하는 노들텃밭 만들기를 매주 2회 지원하고 있는데,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도시 인근에 옥상도 마련하고 농사짓기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농산물 직거래 농가도 늘려나가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농업을 위해 슬로비 카페의 ‘그때그때 밥상’ 콘텐츠도 강화할 계획이다.

 

“사회경제적 네트워크 안에서 공동으로 사람과 환경에 도움 되도록 사회해석을 바꾸는 활동을 통해 결국 사람이 성장하고 사회로 진출할 기반을 마련하는 대안적 외식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pj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