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는 무모한 무탄소 여행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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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달만에 떠나는 '무·무·무'는 한강 뚝섬 전망 콤플렉스 인증센터에서 출발했다.


[환경일보] 박종원 기자 = 한 달에 한 번. 출근도 마다하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이용해 무탄소 여행에 도전하는 박 기자의 당일치기 여행기. 장마로 인해 두달만에 떠나는 네 번째 여행은 지난해 10월 개통한 남한강자전거길을 향해 떠났습니다. <편집자주>

 

"화상 막기 위한 장비 착용해야"

 

지난달 장마로 인해 쉬었던 ‘무·무·무’가 한강 뚝섬 전망 콤플렉스 인증센터에서 다시 시작됐다. 집을 나서기 전 확인했던 일기예보대로라면 한 낮의 더위는 불 보듯 뻔했다. 날은 덥지만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긴 바지에 팔토시, 장갑, 두건 등 햇빛을 가리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집을 나섰다.

 

장마가 끝난 후의 강렬한 햇빛은 정말 엄청났다. 특히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인해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보다 가만히 서있을 때 더위가 더 심했으며 계속된 비로 인해 3주 만에 자전거에 오른 탓인지 엉덩이에 왠지 모를 불편함도 느껴졌다.

 

인증센터를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 시끌벅적한 한강의 수영장을 지나쳤다. 본격적인 방학의 시작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강수영장은 아이들로 넘쳐났고 자전거 도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한 자전거에 바리바리 짐을 묶고 자전거 여행을 가는 듯한 모습의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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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역과 잠실나루역 사이에 놓여 있는 참실철교는 2호선과 함께 한강을 건널 수 있다.

 

지하철과 함께 한강을 건너다

 

한참을 달리다 한강 남단으로 건너가기 위해 강변역에서 잠실나루역을 향하는 2호선과 함께 잠실철교를 건넜다. 때마침 엄청난 크기의 구름이 해를 가리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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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나루 자전거공원 인증센터에서 인증수첩 첫페이지인 아라자전거길과 한강종주자전거길의 서울

구간 스탬프를 모두 채울 수 있었다.


구름이 걷히고 한강 남단으로 내려와 다시 햇빛을 맞으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빨간색의 광나루 자전거공원 인증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곳 인증센터에 들어가 스탬프를 찍음으로서 마침내 인증수첩의 첫 페이지인 아라자전거길과 한강종주자전거길의 서울구간 스탬프를 모두 꽉 채울 수 있었다.

 

기쁨도 잠시. 찌는 듯한 인증센터를 나와 다시 팔당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광나루에서 팔당까지 가는 길은 암사 언덕을 제외하고는 직선으로 쭉 뻗은 평지로 이뤄져 있어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단, 그늘이 없어 온 몸으로 뜨거운 햇빛을 모두 받으며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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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당을 향하는 길중 유일한 언덕인 암사 언덕의 경사도는 심하지는 않지만 매우 길다. 특히 오르

막 후에 내리막은 시속 50㎞가 넘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처럼 짜릿하다. 

 

인내심이 필요한 암사 언덕

 

유일한 언덕인 암사 언덕은 경사도는 심하지 않지만 매우 길다. 특히 다 올라왔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언덕이 시작되기 때문에 빠르게 오르기보다는 천천히 꾸준히 오르며 체력을 잘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암사언덕에 오르자 비로소 굳어 있었던 몸이 풀리는 듯 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암사 언덕을 힘들게 오른만큼 내리막은 짜릿하고 길었다. 특히 굴곡없이 일직선으로 쭉 뻗은 내리막길은 시속 50㎞가 넘는 속도를 낼 수 있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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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직선으로만 쭉 뻗어있는 이 길은 팔당으로 가는 길 중 가장 지루한 길이다.


시속 50㎞의 속도가 모두 줄어들고 난 후 조금 더 달리다 보니 팔당으로 가는 길 중 가장 지루한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고 아주 멀리 팔당대교의 모습이 보일뿐이다. 아무 생각없이 직선으로 뻗은 길을 열심히 달리다보면 예전 펭귄이 달리던 전자오락처럼 팔당대교가 점점 커지며 마침내 지루했던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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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으로 가던 길에 더운 땡볕에 국토대장정을 하는 대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팔당대교에 도착하자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평소에 자주가는 맛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맛집을 향하던 중 길 건너편에 국토대장정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길 건너에 있어서 직접 격려를 해주지는 못했지만 대학시절 국토대장정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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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과 주말에 자전거 손님이 많은 이 곳은 자전거 주차장을 따로 운영해 자전거 분실에 대한 걱

정 없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자주 가는 맛집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바글거렸다. 시원한 국수를 파는 이 곳은 여름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 특히 평일과 주말에 자전거 손님이 많아 자전거 주차장을 따로 운영하고 주차관리요원이 자전거도 함께 지켜주기 때문에 자전거 분실에 대한 걱정 없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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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별미인 초계국수는 쫄깃한 국수에 새콤달콤한 닭가슴살, 살얼음이 얼은 육수를 부어 놓은

음식으로 더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음식이다.


뜨거운 여름, 시원한 별미 초계국수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이 곳의 대표메뉴인 초계국수를 곱빼기로 시켰다. 초계국수는 쫄깃한 국수에 새콤달콤한 닭 가슴살, 살얼음이 얼은 육수를 부어놓은 음식으로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음식이다.

 

곱빼기 한 그릇을 비우고 나오다 혼자 쉬고 있는 한 라이더를 만났다. 혼자서 국토종주를 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밝힌 이 라이더는 “여의도에서 출발해 낙동강까지 내려갈 계획으로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멀다라며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도 어디까지 가는지 학생인지 물었다. 나는 직접 자전거를 타며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기자라고 하자 다소 놀란 눈치로 “자전거를 직접 타고 기사를 쓰는 기자가 실제로 있을 줄은 몰랐다”라며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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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자전거도로는 중앙선 복선화로 버려진 폐철도와 철교, 터널 등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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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내역 인증센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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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종주 남한강자전거길의 첫 스탬프인 능내역 인증센터의 스탬프.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얘기를 나누던 라이더와 헤어지고 나는 다시 양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중앙선 복선화로 버려진 폐철도와 철교, 터널 등을 사용해 만들어진 남한강자전거도로에 진입했다. 초계국수를 먹은 힘으로 열심히 달려 능내역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자전거대여소가 있는 이 곳에서 남한강자전거길의 첫 스탬프를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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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소문난 북한강 철교는 중앙선 폐철교를 재활용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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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 자전거길임을 알리는 비석앞에서.

중앙선 폐철교를 재활용한 북한강철교

 

인증센터를 벗어나 달리다보니 남한강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경관으로 소문난 북한강 철교가 나타났다. 중앙선 폐철교를 재활용해 조성한 이 다리는 투명 강화유리를 바닥에 깔아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으며 남한강자전거길임을 알리는 비석도 세워져 있다.

 

또 다시 몇 개의 터널을 지나다 국수역 근처에 있는 한 휴게소에 도착했다. 이 휴게소는 라이더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맛있는 팥빙수로 유명한 곳이다. 팥빙수를 주문하자 주인 부부는 여유롭게 팥빙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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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가격과 맛있는 팥빙수로 라이더들에게 유명한 한 휴게소의 팥빙수는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기대반 의심반으로 앉아있었지만 주인 아저씨가 들고 오는 팥빙수를 보고 의심은 사라졌다. 주인 아저씨는 얼음을 가득 넣으셨다며 팥빙수를 내려놓고 가셨다. 저렴한 가격에도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빙수는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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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에서.


팥빙수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양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양평역을 가르키는 이정표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양평역에 가기전 마지막 인증센터인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가 나타났다. 인증센터에 들러 남한강 자전거길의 두 번째 인증 스탬프를 찍으며 네 번째 ‘무·무·무’도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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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 ‘무·무·무’의 목적지인 양평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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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어플 '카디오트레이너'를 이용해 실제 이동거리를 측정했다. 이동경로는 집에서 출

발해 뚝섬 전망콤플렉스 인증센터와 능내역 인증센터를 지나 양평역까지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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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터널은 한낮에도 어두워 전조등과 후미등이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


어두운 터널 위한 전조등과 후미등 챙겨야

 

장마로 인해 두 달만에 떠난 ‘무·무·무’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지난해 10월 개통 당시 방문했던 남한강자전거길은 곳곳에 공사도 덜 끝나 어수선하고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했지만 현재는 많이 보강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 수리센터가 부족하다는 점과 곳곳에 아스팔트가 아닌 시멘트 도로들이 깔려 있어 노면이 울퉁불퉁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일부 터널은 한낮에도 너무 어두워 전조등과 후미등 없이는 사고의 위험이 있어 보여 아쉬웠다. 그럼 다음 ‘무·무·무’도 기대하시라~

 

pj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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