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공정무역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착한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라 지칭되는 공정무역(Fair Trad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공정무역상품 구입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저개발국 어린이를 위한 학교건립과 물 공급, 의료시설 확충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에 비해 40년, 일본보다 15년 늦었지만 조금씩 뿌리 내리고 있는 우리나라 공정무역시장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편집자 주>

 

[환경일보]박지연 기자 = 유례없을 정도로 연일 폭염과 열대야로 힘들었던 올해 여름,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준 올림픽이 없었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2012 런던 올림픽이 세계 최초 공정무역 올림픽이란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영국은 올림픽 기간 동안 1400만명분의 식품재료 구입 시 모두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했다. 지난 2009년 공정무역도시로 지정됐던 이미지를 살려 런던만의 공정무역시스템을 전 세계에 알리며 제3세계에 대한 나눔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올림픽을 만든 것이다.

 

2012 런던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은 제3세계에 대한 나눔을 실천하며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사진=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세계 최초 공정무역 올림픽 기점, ‘착한 소비’에 관심 모아져

 

새로운 대안무역으로 떠오른 공정무역을 윤리적 소비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이뤄지는 무역을 말한다. 저개발국가 상품의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제조되는 ‘과정’까지 고려해 상품을 선택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인 것이다.

 

과거 가격과 품질이 가장 중요한 구매결정의 기준이었다면 공정무역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환경과 사회의 건강성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꼼꼼하게 고려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을 말한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박영주 팀장은 “윤리적 소비는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고 질이 좋아도 생산과정에서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저임금을 강요해 만든 제품이라든지, 또는 환경을 훼손시킨 대가로 생산된 제품은 공정무역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10명중 7명은 환경, 인권, 노동과 같은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소비활동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실제 지난 1년간 윤리적 소비를 했다는 소비자는 절반을 넘었다. 이른바 ‘착한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초콜릿・커피의 달콤 쌉쌀한 맛 뒤에 숨겨진 슬픈 현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공정무역 상품은 커피와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즐겨먹는 초콜릿과 커피 뒤에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가 서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서 생산된다. 대부분 빈곤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카카오를 따고 이를 판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문제는 다국적 기업들이 싼 값에 카카오를 구매하기 위해 농부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제값을 주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현재 180만명이 넘는 어린아이들이 카카오농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가 인신매매나 노예노동의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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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공정무역 상품은 커피와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많이 마시는 커피 역시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 대부분은 농민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유통업자가 가져간다. 농민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커피 수확을 위해 어린이도 노동에 시달린다.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국내 거주하는 어려운 환경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카페 트립티의 김종규 매니저는 “우리가 초콜릿을 많이 먹을수록, 커피를 많이 마실수록 저개발국의 농민과 어린이는 더욱 혹독한 노동과 빈곤에 시달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 1950년대 미국‧유럽 중심으로 시작돼

 

공정무역은 직접 제품 생산에 기여한 이들이 가져야 할 몫을 다국적기업들이 가로채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1950년대부터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이다.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무시된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해 주고 저개발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들 외에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해 에코생활협동조합, 두레생할협동조합, 한국YMCA, iCOOP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공정무역 가게 울림 등 10개 단체가 있다.

 

아름다운커피의 박효원 간사는 “한국의 공정무역운동의 역사는 앞선 나라인 영국, 일본 등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시장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라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공정무역 규모는 200억원으로 추산되고 아직은 커피, 초콜릿, 수공예품, 의류 등에 국한돼 있지만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네팔 마하구띠 생산자들

▲네팔 마하구띠의 그루 생산자들의 모습. 그루는 아시아 여성들의 빈곤해결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추어 공정무역 의류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주)페어트레이드코리아>

 

pj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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