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스토리텔러 되서 지역미디어 이끌어야

마을 소속감, 정체성 강해져 소통가능 도시로 향상

 

주제발표.

▲ 서울연구원의 스토리텔링 세미나에서 ‘도시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에 대한 고찰’로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안상미 기자>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최근 마을공동체 지원센터가 문을 열면서 서울시의 마을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도시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민들 간의 소통방식이 원활하지 못해 커뮤니티 형성이 어려울 거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서울연구원은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그리고 서울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학술세미나를 열어 소통가능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재해에서 촉발된 ‘소통인프라’

 

김용찬.

▲ 주제발표를 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용찬 교수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는 '도시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에 대한 고찰'이란 주제로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용찬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17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과 한국의 상황을 빗대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살았던 앨라배마(Alabama)주는 지진, 태풍의 자주 일어났으며 아이오와(Iowa)주는 홍수와 토네이도가 발생한 지역이다.

 

김 교수는 “자연재해라는 급박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두 도시 안에 형성된 다양한 종류의 인프라와 수준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재해대책을 모색하며 지역 안에서 소통이 활발해지고 하부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 교수가 도시 커뮤니티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스트럭처(Communication infrastructure, 이하 소통형 인프라)’다.

 

구조도.
▲ 커뮤니케이션 인프라스트럭처의 맥락

 

그는 “소통형 인프라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커뮤니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체들, 다시 말해 스토리텔러(Storyteller)와 이들의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말한다”이라고 개념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해대책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속해있는 지역단위에서 경험하고 해결하게 된다. 세계화 속에서도 우리가 도시 지역의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최근 우리나라에도 큰 태풍을 겪었는데, 지역 단위로 인프라가 발달한다면 앞으로 재해대비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이 곧 스토리텔러

김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스토리텔러는 당연히 주민이 돼야 하며, 지역에 기반을 둔 단체, 미디어, 장소는 스토리텔링을 뒷받침하는 환경이라고 말한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주민은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이 속한 지역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마을의 문제와 이야기에 집중하고 ‘우리 마을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도록 소통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커뮤니티에서 스토리텔러가 된 주민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소속감이 컸다. 또 자신이 주체가 돼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는 자신감이 크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시민 참여 경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와 장소적 여건 강화해야

 

김 교수는 주민이 스토리텔러가 되려면 충족돼야 할 두 가지 조건으로 지역미디어와 장소적 여건을 꼽았다. 그는 “지역미디어는 마을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국가 차원의 정치적, 경제적, 이슈 등을 논하는 미디어가 아닌 마을의 세부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도시.
▲ 앨라배마(Alabama)주와 아이오와(Iowa)주의 모습과 지역신문

 

김 교수는 그 예로 다시 앨라배마(Alabama)주와 아이오와(Iowa)주를 들었다. 앨라배마는 주민들이 각자 소유한 대저택에 사는 부유한 마을이지만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지역신문은 있지만 주민이 주체가 아니라 뉴욕타임즈 소유의 신문으로 마을의 이야기가 아닌 사회, 경제적 정보 전달 중심이다. 그러므로 주민들이 마을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다.

 

반면 아이오와는 다운타운이 활성화돼있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활동을 활발히 하는 도시다. 아이오와의 지역신문은 마을의 사소한 소식까지 전하는 매체로 다른 마을들과 연계도 잘 돼 커뮤니티 신문의 좋은 예다. 아이오와에 홍수가 났을 때 주민들이 모두 나와 재해 수습을 했는데 지리적 정보와 수습 방법, 필요한 물품과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던 것은 이처럼 지역미디어가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두 도시는 소통형 인프라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 미디어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봉엔.
▲ 지역미디어의 좋은 사례로 꼽힌 도봉엔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지역미디어들이 있는데 도봉엔, 두꺼비마을신문, 관악FM 등이 좋은 사례다”라며 “앞으로 국내 지역미디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통형 인프라를 다지기 위해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적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마을 카페, 도서관이 있으면 좋고 어떤 계기를 통해 일시적인 장소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민자치위원회, 장학회, 공공미술 등을 통해 주민들이 모여 대화하게 된다며 “한 장소에 모여 마을의 다양한 요소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시 안의 새로운 마을을 발견하고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서울의 스토리텔링, 가능할까?

 

주제발표가 끝나고 진행된 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제시됐다.

 

최영묵.

▲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

좌장을 맡은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는 “김 교수는 재해를 통해 인프라를 발견했다는 점에 공감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마을 라디오방송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매우 현실성 있는 지역미디어였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동후 교수는 “재해를 통한 사례를 모델로 삼는 것은 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우리 정서에 맞는 접근방식이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꼬집었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기형 교수는 “시민들의 스토리텔링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공정성이 떨어지거나 자본의 영향을 받는다면 마을을 위한 미디어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선혜.
▲ 서울연구원 기획조정본부 백선혜 팀장

서울연구원 기획조정본부 백선혜 팀장은 “주제발표에서 나온 내용을 서울시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서울시는 5년간 천 개 가까운 마을공동체를 만들겠다고 계획했는데 커뮤니티의 단위나 규모를 어떻게 나눠야 효율적인지 고민해봐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지역미디어의 생성은 좋지만 꾸준한 움직임이 없다면 일회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찬.
▲ 서울연구원 마을공동체센터 박현찬 센터장

 

서울연구원 마을공동체센터 박현찬 센터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공공의 자원과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합작이다. 이미 형성된 마을공동체에서 좋은 사례들에 정책적 지원을 하며 본보기를 만들어갈 것”이라 전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서울연구원 미래사회연구실 변미리 실장은 “소통을 하려면 마련돼야 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용어에 인프라스트럭처는 안 맞지 않나”고 질문했다.

 

이에 김 교수는 “물론 사회자본과 맞닿아 있지만 자본을 뜻하는 캐피탈(Capital) 이라는 단어는 인간관계마저 자본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본뿐만 아니라 포괄적으로 환경적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용어를 그렇게 정했다”고 답했다.

 

도시건축을 전공하고 있다는 박모 학생은 “봉사활동 과정에서 내가 살펴본 마을공동체 중 몇 군데는 정치적인 부분이 가미되고 이익을 발생하기 위해 응집한 공동체라고 느껴졌다. 이익과 커뮤니티의 관계를 학계에서 확실하게 정의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청중과의 대화를 끝으로 세미나는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나고 김 교수는 “토론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학자들과 시민들이 마을공동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 현재 구로, 대림 등 공업지역 중심으로 조선족 커뮤니티 미디어를 운영 중인데 앞으로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커뮤니티 미디어에 대한 연구에도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coble@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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