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연구원 주최한 토론한마당 끝마쳐

미래 물리적·정보적 네트워크 논의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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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회 서울플랜 토론한마당'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안상미 기자>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지난달 31일부터 매주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2030년의 서울의 미래를 구상한 ‘서울플랜 토론한마당’이 지난 27일 5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의 토론이 주제에 따른 해결책과 정책적인 논의가 많았다면 이번 5회째 토론한마당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견주어보며 미래를 설계할 힌트를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역사가 서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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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강연에 나선 통의도시연구소 최종현 소장

주제강연은 통의도시연구소 최종현 소장의 ‘서울로 가는 길-서울 연구의 시공간적 확장을 위한 시론’이었다.

 

서울의 미래를 계획하려면 과거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최 소장은 서울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조선조 이후의 도성 내부에 집중돼 있어 그 이전을 알기 위해 고려시대부터 남겨진 서울의 흔적을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양(혹은 한성부)을 수도로 정하기 전 수도 후보지 대부분이 한강유역 주변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그 지역들에 사찰이 밀집해있었다는 점을 알아냈다.

 

사찰위치도.
▲ 고려말, 조선초 왕사와 선사의 주석 및 입정 사찰위치도

 

최 소장은 “고려 말과 조선 개국 초기의 승려들이 한강 주변 산사에 머무르며 입적했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한양은 불교의 입지관인 ‘삼산양수지’와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려 중기부터 천도지로 한양이 빈번하게 거론된 배경도 불교의 영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태조 이성계에게 수도 후보지로 한양을 거론한 이는 승려 무학이었으며, 그가 궁 자리에 대해 한양을 수도로 권했다는 기록도 있다.

 

삼산양수도.
▲ 삼산양수도

 

불교에서 신봉한 ‘삼산양수지’는 세 곳의 산이 삼각형으로 놓은 지형 사이에 호수가 아닌 두 갈래의 물길이 흘러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최 소장은 중부지역의 삼산은 용문산, 삼각산, 관악산이며 양수는 북한강과 남한강으로 해석했다.

 

천도후보지.
▲ 천도후보지 제안과정<자료=통의도시연구소 최종현 소장>

 

최 소장은 “고려시대의 불교계는 한양을 수도로 삼으며 새로운 불국토(佛國土)를 구현해 이상향을 추구하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수도로 정해지기 전 한양은 이미 고려시대에 수준있는 기반시설과 규모를 갖췄을 거라 짐작한다. 다만 불교문화가 발달했던 고려가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국가 통치이념이 유교로 바뀌고 사찰이 있던 자리에 향교가 들어서면서 불교는 폐기, 배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 도로망 건설로 변화

 

수도가 정해진 후 인구증가와 생활권이 확장되면서 한양의 규모는 본래 지역의 경계에서 더 커졌다. 최 소장은 여기서 인구증가와 이동에서 조선(造船)기술과 조운(漕運)의 발달을 특징으로 꼽았다.

 

주변도로.
▲ 고려시대 한양부 주변도로와 부내도로

 

물줄기를 타고 강이나 바다로 이루어지는 각종 물류의 수송은 강변을 따라 새로운 취락을 조성했으며, 경강을 축으로 일정 간격마다 물류의 중심지가 생겼고 외지인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곳이 됐다. 물류기술의 발달은 인구이동의 결과이자 정착의 계기가 됐다.

 

청교도.
▲ 개경과 남경을 잇는 간선도로인 '청교도'

아울러 조선 숙종 때, 고려시대의 개경과 남경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와 주변 고을들을 잇는 도로망이 생겼다. 개경은 현재 북한의 개성시이며 남경은 서울의 낙산, 안산, 북악산, 신용산에 걸친 영역이다. 최 소장은 “남경은 여러 지역의 사람들과 물자가 드나드는 출입구 역할을 했다”며 “이처럼 한양은 조운이나 도로망에 있어 편리하고 접근성이 양호한 입지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의길’에서 정체성 발견

 

남경후보지
▲ 남경후보지

최 소장은 “국토, 도시, 마을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행로와 동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대 도시학에서 중요히 다루는 도시적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를 연구하고 시공간적으로 확장해가려면 남경의 후보지였던 용산, 해촌, 노원 등의 영역을 정확히 밝히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조건 개국 때 한양에서 살던 백성들은 견주로 이주하고 지식인, 유가들이 새로 정착하게 됐다. 견주의 영역과 기능 등의 연구도 진행돼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계속해서 최 소장은 서울이 역사도시로서 지켜야 할 지침 몇 가지를 말했다. 그는 사대문 내외의 역사흔적이 있는 곳에 대규모 재개발을 지양해야 하며, 특히 일부 재벌들이 주도하는 재개발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시민이 주체가 되는 소규모 개발을 선도해야 하고 작은 골목과 실개천을 보존해 수면, 녹지를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울 시정의 모든 것이 공개해 시민과 소통하고 전문가, 행정관료의 지위를 보장해 정치적인 시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가치 발굴, 보존해야

 

자유토론에서 토론자들은 주제강연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주고받았다.

 

사회를 맡은 서울연구원 이창현 원장은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공간적으로 확대된 곳이다. 강연을 통해 역사에서 미래를 찾는 연결고리를 찾은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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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기호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김기호 교수는 “삼산양수지가 불교의 이상향이라면 불교가 융성했던 경주는 수도 후보지에서 왜 제외됐는지 의문이 생긴다. 한양과 불교와의 관계가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석정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대규모·전면철거 방식의 개발을 하다 보니 역사보존이 잘 안 됐다. 이제는 어디를, 얼마만큼이 아니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에너지 차원에서 혹은 다음 세대의 삶을 고려해 새로운 건축물과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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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대학교 건축학부 이상구 교수

경기대학교 건축학부 이상구 교수는 "오래 전부터 마포나루 주변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가보니 거대한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변해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 안에서 역사적인 부분이 잘 보존되지 않는다. 역사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닌 개발만을 위한 도시의 변형을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하자센터 전효관 센터장은 “현재 서울 도시기본계획의 자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이라는 시 단위로 도시계획을 논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사람은 자신의 영향이 미치는 공간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데 시를 위한 논의는 관료적이고 행정적이다.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끼리 상황을 공유해야 진정한 시민참여”라고 꼬집었다.

 

전 센터장은 이어 “요즘 젊은 세대가 반지하에 많이 산다는데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 도시설계를 구상하거나, 치안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는만큼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이 모여 문제를 논의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큰 단위의 논의만 하고 있다”며 “시민참여의 근본적인 주체가 겉도는 것 같다. 마을공동체도 이와 같은 시각에서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이제원 도시계획국장은 “서울의 600년 역사동안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며 “그동안 도심에 개발과 계획이 집중된 것 사실이다. 앞으로는 도심 외 지역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최 소장은 “서울은 수도로서 균형 있고 열려있는 도시여야 한다. 서울과 지방도시의 개성과 특색이 보존될 때 진정한 세계 속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을 마치며 이창현 원장은 “서울은 네트워크가 듬성듬성한 도시다. SNS와 같은 네트워크는 활발하지만 이웃과 마주한 지역적 네트워크는 미약하다. 과거에 물길, 차마의 길, 자동차의 길이 있었다면 지금은 정보의 길이 생긴 것 같다. 준비된 토론한마당은 이 자리로 마치지만 앞으로 물리적·정보적 네트워크에 따라 도시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해석과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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