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고현준 기자 = 제주시내 곳곳에서 소나무가 마구 고사하고 있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최근 소나무가 벌겋게 죽어가고 있는 모습에 대해 시민들은 “잘 죽지 않는 소나무가 고사하는 것은 나라에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제주도에 지난 3개의 태풍이 지나간 후 제주시 조천읍과 애월 등지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해발 2백m 이하의 지역에서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조기가 닥치면서 이런 변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기후변화 등도 한 원인”이라면서 “나무가 크는 만큼 수분을 섭취하지 못해 고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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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제주시내 곳곳에서 소나무

   가 고사되고 있지만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이와 달라 도의 병해충 방제노력의 미흡이라고 지적, 주목되고 있다. 조천읍의 한 주민은 “현재 소나무가 고사하는 이유는 2년전 재선충병에 대한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생긴 인재”라는 설명이다.

 

이 주민은 “2년전에도 소나무에 재선충이 번져 소나무를 모두 잘라냈으나 잘라낸 소나무를 소각 등 처리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이번에 재선충이 또 번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최근 소나무가 죽어가는데도 그대로 방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가 재선충 방제를 포기한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에 대해 도 고영복 녹지환경과장은 “죽은 소나무를 방치할 경우 서식환경 파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이를 모두 지속적으로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나무의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병은 공생 관계에 있는 솔수염하늘소(수염치레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의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하는 재선충(Bursaphelenchus xylophilus:소나무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기 때문에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린다.

 

재선충의 크기는 0.6~1㎜이다. 실[絲]처럼 생긴 선충으로,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동 거리는 짧게는 100m 안팎이지만, 태풍 등을 만나면 3㎞ 정도까지 가능하다. 크기가 작고 투명해 육안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감염 경로는 먼저 솔수염하늘소가 6~9월에 100여 개의 알을 고사목 수피(樹皮) 속에 낳으면, 유충은 수피 밑의 형성층을 먹으며 성장한다.

 

11월에서 이듬해 5월에 걸쳐 다 자란 유충은 다시 목질부 속에 굴을 뚫고 번데기집을 만든 뒤, 번데기가 된다. 이 번데기는 5~7월에 용화(化)하는데, 이 때 고사목 조직 안에 흩어져 있던 재선충이 번데기집 주위로 모여든 다음, 우화하는 솔수염하늘소의 몸 속으로 침입한다. 보통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에는 1만5000마리 정도의 재선충이 들어 있어, 매개충이 소나무의 새로 나온 잎을 갉아 먹을 때 상처 부위 등을 통해 소나무에 감염된다.

 

감염된 재선충 1쌍은 20일 뒤면 20만 마리로 급속히 번식해 수액 이동 통로를 막고 나무 조직을 파괴한다. 감염 6일 후부터 소나무는 잎이 아래로 처지고, 20일 뒤에는 잎이 시들기 시작하며, 30일 뒤에는 잎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말라 죽기 시작한다.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데, 그 해에 90%, 이듬해에 10%가 죽는다. 대표적인 피해 수종은 적송과 해송이다.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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