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 우리나라에 분포하던 여우가 중국 동북부 및 러시아 연해주 등 동북아시아에 서식하는 여우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계통임이 국내 연구 결과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안연순, 이하 ‘자원관’)은 29일 우리나라에 살았던 여우의 유전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과거 한국에서 채집된 여우 표본으로부터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전시된 여우 박제 표본.
▲국립생물자원관에 전시된 여우 박제 표본

자원관에 따르면, 여우는 유럽, 북아프리카 및 북미대륙에 안정적으로 분포하나 우리나라에서는 모피 획득이나 가축 피해 구제 등을 위해 밀렵돼 1980년대 이후 야생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았으며, 2004년 양구에서 야생으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다.

 

 이번 연구에는 양구에서 발견돼 국립생물자원관에 수장된 유전자원(표본)의 근육에서 추출한 유전자와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한남대학교 자연사박물관,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여우 표본의 모근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전 세계 각지에 분포돼 있는 여우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함께 분석해 우리나라에 살았던 여우의 유전자형을 추정했다.

 

 연구결과 전 세계 여우 집단은 크게 유라시아형, 북태평양형, 북미형, 북해도형으로 나뉘며 우리나라 여우는 동북아 개체와 함께 유라시아형과 북태평양형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관은 신생대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기에 여러 번에 걸쳐 있었을 개체군의 유입이 한반도 여우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유전자형과 지역분포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여우가 많이 이동하며 서식하는 특성으로 인해 인접 지역 간 개체군이 유전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자원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유전자형을 공유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개체를 도입해 여우 복원사업에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높은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체 도입 시 다양한 유전자형을 가지는 개체를 선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여우가 성공적으로 복원되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서식지 단편화 현상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유전자 다양성 유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향후 도입되는 여우는 계통 확인 뿐만 아니라 가계 확인과 개체이력 관리 등을 통해 유전자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사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전 세계 여우 개체군에 대한 분석과 이를 통한 한반도 개체군의 유전적 특성 파악이 높게 평가돼 국제공인 학술지인 ‘Zoological Science’ 11월호에 발표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여우 증식·복원을 위한 사업을 실시 중이며 소백산 국립공원 일대에 10월 말 여우 한 쌍이 방사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도입되는 여우 개체군의 계통 검증 및 유전자 이력 관리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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