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가다

 

업계 최초 밀폐형 원료돔 도입, 오염물질 저감
공정과정에서 발생한 가스 활용해 전력 생산

 

[환경일보] 안상석 기자 =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을 출발,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기를 1시간30여분. 서해대교에 들어서자 저 멀리 오른쪽으로 대형 굴뚝이 즐비한 산업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송악 IC를 지나자마자 철강회사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어 이곳이 충남 당진 ‘철강 클러스터’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러기를 5분여 산업단지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자 웅장한 규모의 현대제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2.5배에 달하는 면적(750만㎡, 224만평)이 말해주듯 엄청난 규모에 처음 놀랐고 생산 시설답지 않게 너무 조용하고 깨끗하다는 데 다시 한번 놀랐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제한속도 시속 30km 이하의 교통 표지판. 공장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운전자의 체감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고속주행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제한속도 위반은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3번 위반하면 해당 차량의 당진 제철소 출입이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한국 철강 역사의 산 증인

 

현대제철은 1953년 국내 최초의 철강업체인 대한중공업사로 출범, 1978년 현대그룹으로 편입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내년에 환갑인 창립 60주년을 맞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 철강 역사의 산 증인이다.

 

건축물 골재, 기계, 선박, 가정용 기구,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폭넓게 사용될 만큼 용도가 많아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생산하는 철강산업은 자원순환형 산업이다.

 

당진 제철소는 민간 최초의 일관제철소로 원재료인 철광석에서 쇳물(고로)을 거쳐 자동차 강판 등 고품질의 철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고철(철 스크랩)을 회수해 철강제품으로 변모시키는 자원순환형 친환경 제철소다.

 

당진 제철소는 현재 고로 2기가 동시에 가동 중이며 3번째 고로는 내년 9월 준공될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77%에 달한다. 고로 3기가 완공되면 기존 전기로 방식 1200만톤, 일관제철 방식 1200만톤 등 총 2400만톤에 이르는 조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세계 10위권의 철강회사로 부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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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기술연구소 정인모 이사

검증된 최적의 환경기술 적용

 

현대제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를 비전으로 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경쟁력과 함께 환경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통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도 적극 부응하고 있다.

 

당진 제철소는 친환경 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해 건설 초기부터 설계에 이를 적극 반영했다. 현대제철 기술연구소 환경&Energy실 정인모 이사는 “당진 제철소는 이미 선진국에서 검증된 최적의 환경기술을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을 차단하고 오염물질 또한 최적의 관리시스템으로 제거하는 사전 설계 방법을 도입해 건설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밀폐형 원료처리시스템, 이른바 원료돔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으로 철강업계에서는 최초의 시도다. 부두로 들어온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를 연속식 하역기와 벨트 컨베이어를 이용해 선박에서부터 원료돔까지 밀폐된 상태로 운송한다.

 

밀폐상태로 모든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바람에 따른 비산먼지는 물론 비에 씻겨 내리지 않아 오염물질은 물론 원료의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철광석, 유연탄 등에서 발생하는 제철소에서의 가장 큰 오염물질인 비산먼지를 최소화할 수 있어 지역민원도 크게 줄었다.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인 원료돔은 마치 실내 야구장을 연상케 한다. 지름 120m, 높이 60m에 이르는 원료돔은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철광석 등 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실내는 예상과 달리 비산먼지조차 거의 없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놀랍기만 했다. 탁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졌다.

 

정 이사는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제철원료를 실내에 보관하는 밀폐형 원료처리시설은 전 세계 어떤 일관제철소도 시도하지 않은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친환경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라며 “이 때문에 다른 일관제철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료돔은 기존 개방형 처리시설보다 원료 적치 효율이 높고 기상 조건에 따른 제약이 없어 원료 관리비용이 절감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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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형 원료돔에서 모든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산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 발생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원료의 손실 역시 크게 줄었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

 

또한 현대제철은 친환경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연구소 내 환경에너지센터를 두고 다양한 대내외 환경 에너지 기술 수요에 대한 환경설비 최적화, 배출물질 최적처리기술, 부산물 자원화 확대, 에너지 회수 및 저감기술 개발 등 친환경 제철소 운영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배기가스는 TMS(굴뚝자동측정장치)를 설치해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오염 정도를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특히 대기오염물질 가운데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전기집진기를 통해 제거하고 있다.

오·폐수는 화학반응조와 생물반응조 등을 통해 전처리하고 활성탄흡착설비를 포함한 고도처리시설을 통해 재이용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이사는 “고도처리를 통해 오염물질이 제거된 물은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심해에 확산·방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생산공정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와 부산물도 적극 재활용하고 있다. 정 이사는 “고로와 코크스설비, 제강설비 등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가스를 활용해 시간당 34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추가적인 발전 설비를 가동해 연간 총 3000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제철은 철강제품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거의 100% 재활용하고 있다. 정 이사는 “고로·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부산물은 슬래그 시멘트나 골재 등으로 다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창립 60주년을 맞는 현대제철. 고로 3기가 완공되면 명실공히 세계 10위권의 철강업체로서의 위상과 함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된다.

 

assh101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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