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택수 기자= 연이어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로 국민은 어느 때보다 민감해 있다. 하지만 실망감은 끊이지 않는다.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장치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핵심조항을 누락한 채로 최근 통과됐다. 국회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합의된 법안을 사실상 경제단체 봐주기 식으로 승인했다.

 

애초 개정법에서는 화학물질 사용업체가 화학물질의 용도와 사용량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때문에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보호할 수 있고 피해발생 원인을 규명할 길이 열린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애초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의 보고 규정’을 개정하면서 ‘사용’하는 사업자 부분이 삭제됐다.

 

일각에서는 경제계가 우선적으로 환노위의 법안이 과하다는 주장 이전에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회는 개정안 수정을 요구하며 찾아온 경제계 대표에게 사고예방과 수습대책을 먼저 제시하라고 요구했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불산 사고로부터 교훈을 얻었다 보기에는 안이한 대처라는 국민의 지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하 유해법)’에서는 위반 시 화학물질사용자(제품제조회사)에 대한 과징금 조항이 삭제됐다. 이에 가습기살균제 총 353건(2013년 2월초 기준, 사망 111건 포함)의 피해자에게는 법안통과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입장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환노위가 추경에 증액할 것으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예산 50억원에 대해 추경반영을 거부했다. 이로써 정부의 화학물질 사고예방 의지는 더욱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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