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균원장님프로필이미지-2013년겨울편-1월10일-02-04
조림을 넘어 지속가능한 이용 고민해야
풍요로운 국민의 삶 위한 연구 필요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김채미 기자 = 1982년 공직생활을 시작한 윤영균 원장은 산림청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산림맨이다. 그가 말하는 공직의 기본은 ‘신뢰’다. 국가 정책은 다양한 계층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두루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느 일방에 편향돼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인터뷰를 위해 만나자마자 대뜸 윤 원장은 기자에게 먼저 질문을 날렸다. “환경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전통적인 환경은 물, 대기, 토양 등의 매체 관리를 중심에 놓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 국토의 64%가 산림이다. 산림이 있어야 물이 풍부해지고 동식물의 서식처가 만들져 우리가 ‘환경’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생긴다. 개인적으로 환경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0%는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시대 변화에 맞춰 산림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연료비가 없어 나무를 베다가 모조리 땔감으로 쓰는 바람에 민둥산이 되면서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산에 나무가 없었다.

 

1·2차 치산녹화 사업(1973년~1987년)과 제3차 산림기본계획(1988년~1997년)을 통해 적극적인 녹화사업을 펼친 결과 오늘날의 모습이 마련됐다.

 

사람들은 왜 도시를 떠날까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나무심기를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이용’을 고민할 때가 왔다는 것이 윤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국민들이 이제는 산림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친숙한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부는 캠핑 열풍은 이러한 의식변화를 반영한다. 첨단 문명과 인스턴트 식품에 길든 현대인들은 ‘편리성’으로 가득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힐링’ 받기를 원한다. 아빠들이 캠핑을 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사실은 수십 년에 걸친 노력의 산물이며 굉장한 보물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유일한 기능을 가졌으며 산림이 있기 때문에 산사태, 홍수 등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과거 우면동 산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개발로 산림이 파괴되면서 지지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림이 있어야 계곡에 물이 많아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다. 또한 야생 동식물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림이 필요하다.

 

산림의 가치.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09조원에 달한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인 가치는 109조에 달하며 자산 가치는 약 3800조원에 달한다. 이를 달리 계산하면 산림은 국민 1인당 연간 약 216만원 상당의 산림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지금의 산림을 만들고자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노력했다. 그렇다면 산림은 무조건 보존해야 하는 가치일까? 그렇지 않다. 일부 원칙주의자들은 자연, 환경, 산림에 대해 인간이 개입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지만 어차피 60억이 넘는 인류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 지구의 모든 생물은 인간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더욱 건강한 자연, 환경, 산림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자연도 위험에 처할 때가 있다. 산불이 나거나 병해충 침입, 산사태 등 다른 자연현상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것도 자연현상의 일부니까 놔두면 자연적으로 치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그런 방식에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라고 단언한다. 자연 스스로 치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0년~200년이라면 사람이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고 적극적으로 복원에 나서면 10년 만에 복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복합경영활성화를위한현장세미나.

▲자연을 인간이 절대로 개입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볼 것인가? 윤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60억이 넘는 인구가 지구에서 사는 이상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과 무관심은 다르다

 

아울러 산림의 이용은 나무를 베어다가 땔감으로 쓰는 것 정도가 아니다. 그동안의 충분한 경제 발전으로 우리는 산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

 

윤 원장은 “우리는 이제 숲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는 복지 국가 구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시기에 접어들었다”라며 “산림정책 역시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서적 만족, 우리가 흔히 말하는 ‘힐링’을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속가능성이라 함은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보존할 곳은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윤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산림과학원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은 개발과 환경보전이 균형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열대림은 지구 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은 생물 군집이다. 열대림을 보호하려면 역설적이게도 인공조림을 통해 토지의 생산성을 높여 식량과 목재와 자원을 지속적으로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지속가능하게 살려면 자연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고 치유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구 상 유일한 탄소흡수원

 

산림의 기능은 그뿐만이 아니다. 21세기 지구환경 최대 현안인 기후변화 이슈가 점점 심화되는 현실에서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능동적인 대안이 산림이다.

 

기후변화시대에 산림은 지구 육상생태계의 유일한 탄소흡수원이다. 광합성을 통해 성장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온실가스 흡수원이자 탄소저장고이다. 산림과학원은 유일한 탄소흡수원인 숲을 관리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산림생태계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기관이다. 단기간에 이만한 조림사업을 이룬 결과만 놓고 봐도 한국은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결과물들은 해외 석학들도 인정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지난 5월10일 ‘제23차 IUFRO 세계총회 기념관’을 개관했고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국제산림연구기관 등 다른 외국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사막화 관련해서는 연구원들이 몽골,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에 가서 산림복구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과학원’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상당히 무겁다. 거기에 ‘국립’이라는 단어가 첨가되면 책임감은 더 커진다. 반면에 과학자들이 원하는 연구만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하고 자칫 본래 연구가 정부의 요구에 휘둘려서 엉뚱한 방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산림과학원이 2001년 책임운영연구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창의성과 독립성을 우선하고 있다”라며 “직원들이 마음껏 연구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라고 밝혔다.

 

img_9237.

▲국립산림과학원의 수장으로서 그의 역할은 연구자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게 윤영균 원장의 생각이다.


연구자들은 실험실 출신들이 많아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에 함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연구원들이 국민에게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원 개개인이 원하는, 자기 취향에 맞는 것만 연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연구는 당장 성과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밑에서부터 꾸준히 한 방향으로 진행해야 성과가 나오는 연구도 있다.

 

연구자의 창의성을 존중하자

 

윤 원장은 “일반 국민의 시각, 정책을 만드는 관료의 시각, 연구자의 시각이 각각 다르고 연구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라며 “비중을 잘 조정해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복지 사회 구현에 뜻을 둔 연구, 즉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연구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개발과 보전에 대한 균형적인 국가정책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연구에는 장기적인 연구와 단기적인 연구가 있는데, 정부가 필요에 의해 어떠한 연구결과물을 당장 원한다고 해서 장기적인 연구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다만 필요에 따라 비중을 조금 줄이거나 늘릴 수는 있지만 개개인의 연구에 대한 의지와 창의력을 꺾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연구 성과가 성공적이든 실패든 거기서 분명히 얻는 바가 있고 배우는 바가 있다. 이러한 모든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옳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 원장은 과학에 대한 그의 소신을 밝혔다 “기초과학은 지루하고 성과도 보이지 않아 다들 꺼리는 분야다. 그러나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기초과학을 소홀히 한 나라가 성공하는 법은 없다. 국가연구기관이라는 사명감으로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