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_배티공원
▲여성친화 공원 '배티공원'


 

[청주=환경일보] 신민하 기자 = 사직동에 거주하는 태영 씨는 요즘 여름밤이 두렵지 않다. 가까운 곳에 여성친화공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여성친화공원이라고 이야기할 때 태영 씨는 ‘다른 공원이랑 똑같네’ 하고 속으로 그 사람들을 비웃었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저녁 여성친화공원이라는 배티공원을 방문하고 태영 씨는 공원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중년의 아줌마들, 밝은 공원 등 밑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서 전래놀이를 하는 초등학교 여학생 한 무리, 서로 밀어주며 그네를 타던 아이들.

영어로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던 외국인 연인과 손을 잡고 열심히 트랙을 돌던 젊은 부부, 쉼터에서 시원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고 있던 가족들, 태영 씨가 오늘 밤 공원 속에서 만난 이웃들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활기차게 8월의 무더운 여름밤을 즐기고 있었다.

지금 배티공원이 있던 곳은 원래 기무사가 있던 곳이다. 공원 곳곳에서 그 당시에 있었던 철조망이 둘러쳐진 담장을 찾아볼 수 있었다. 80년대 이곳에서 대학을 다닌 시청공무원 은선 씨도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던 높은 담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히 지나다니기 어려웠던 그곳이 이제는 공원이 되어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청주시에서는 2012년 10월 사업비 112억원을 투자하여 기무사가 있던 이곳 부지를 매입하고 여성친화적인 설계로 공원을 조성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어둠침침한 공원이 아니라 조도를 높인 밝은 공원등을 달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턱을 없앴다.

걷기 운동을 하기에도 적당한 길이의 트랙과 혼자 온 사람도 심심하지 않게 배려한 운동기구, 그네 안전시설까지 갖춘 놀이터, 하이힐을 신어도 절대 빠지지 않는 배수구, 예쁜 우산모양의 음수대까지 여성의 관점을 반영해서 공원을 만드니 모든 게 편리하다.

또한, 주변의 원룸촌과 아파트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편한 차림으로 공원에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접근성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었다.

또한, 공원에 위치한 평생학습관 분관에는 20명으로 구성된 전문강사진이 운영하는 양재, 제과‧제빵, 요리, 쿤스트 mom & child(아이와 함께하는 예술놀이체험), art communication(미술감상법), 우쿠렐레, 통기타 기초 등 22개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상반기, 하반기 2회 인터넷으로 교육신청을 받아 컴퓨터 추첨을 통하여 교육생 선발을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는 후문이다.

건물 1층에 위치한 북까페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서관이 아니라 도서 대여는 되지 않으나 각종 신간이 많이 비치되어 있고, 원두커피는 1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마실 수 있다.

엄마들이 커피 향을 맡으며 책을 읽는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고 소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북리펀드’라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북리펀드는 발간된 지 1년 6개월 이내의 신간도서를 가져오면 북카페에 비치하고 책값의 50%를 돌려주는 제도이다.

청주시민, 청원군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대상도서는 소설, 자기계발서, 교양분야로 월 1인 최대 3권까지 가능하며 가족단위는 최대 5권까지 가능하다.

단, 기증이나 증정용 표기, 훼손‧파손 낙서가 있는 도서, 북까페에 비치하기 곤란한 내용의 도서는 교환할 수 없으며 북리펀드를 신청하면 다음달 5일 이내 본인계좌로 도서가격의 50%가 이체된다.

문의는 평생학습관(☎200-6705~6706)으로 하면 된다.

청주시 이춘숙 여성가족과장은 “북리펀드를 통해 개장 당시에 비교적 적었던 북카페의 도서를 작은 예산으로 많이 비치할 수 있었다”며, “2014년에는 시민들의 평생교육 수요를 반영한 야간강좌를 개설하여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kbs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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