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호의 임꺽정 속 차손이와 탐례, 도화지, 수채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환경일보] 권소망 기자 = 연일 계속 되는 한파주의보 속에서도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은 대한민국 만화 팬들을 위해 한국만화 속에서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활동한 조연들, 이른 바 ‘컷 스틸러’ 등이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매년 겨울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홍상표)에서 개최해 전 세대 만화 팬들을 설레게 하는 한국만화원화전이 바로 그것이다.

올 2013 한국만화원화전은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자들’이란 주제로 그동안 주인공만 주목받았던 진부한 감상법에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고, 한국 만화의 가려졌던 새로운 매력에 집중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한국만화원화전 ‘컷스틸러: 칸을 훔치는 자들’을 위해 신구 세대 작가들이 뜻을 모으고 함께 한 것은 당연한 수순. 먼저 국민 만화가 이현세, 신문수, 이두호 등의 작가들이 나섰다.

이현세 작가는 최근 작 <삼국지>속 장비를 흑백의 힘 있고 절도 있는 펜선으로 선보인다. 간결하지만 주제에 집중되는 강렬한 구성으로 인물의 충직과 용맹스러움을 최대로 살려냈다.

3,40대 만화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신문수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 출연 캐릭터들을 한데 모은 작품을 선보인다. 각각 ‘가회; 즐거운 만남’과 ‘캐릭터 열차’, ‘추억의 명랑만화’로 명명된 신 작가의 두 작품은 <로봇찌빠>, <도깨비 감투>등 그의 대표작 속 인물들을 한지에 그려내어 한국적인 흥취를 흠뻑 자아내고 있다.

이두호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 <임꺽정>에서 한국의 민초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던 ‘차손이와 탐례’를 주제로 삼았다. 길 떠나는 장돌뱅이 형제들을 배웅하는 차손이와 탐례의 모습을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로 담아냈다.

원로 만화가들이 한국적인 이미지의 작품들을 선보인 가운데, 중견 작가들 역시 완벽한 완성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만에 독자들과 조우하는 김형배, 차성진 작가는 각각 <20세기 기사들>과 <명무예인>를 활용한 작품을 준비했다.

입체적인 독특한 작풍으로 널리 알려진 김형배 작가의 작품과 감수성이 풍부한 일러스트로 유명한 차성진 작가의 작품 역시 올드 만화 팬들을 추억 속으로 초대한다.

응답하라, 1992년의 순정만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배경이 되는 90년대 초중반을 풍미한 신일숙, 김진, 김혜린 등의 순정만화 트로이카 작가들 역시 각각 자신들의 대표작 <리니지>, <바람의 나라>, <불의 검> 등의 컷 스틸러들을 선보인다.

우선 신일숙 작가가 준비한 <리니지>의 ‘질리언과 오웬’은 보름달의 밤에만 바뀌는 두 개의 인격, 질리언과 오웬의 모습을 담았다. 보름달의 밤에만 바뀌는 독특한 설정과 달의 기사라는 별명에 걸맞은 아름다움은 연재 당시 여고생들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캐릭터이기도 하다.


박희정의 FEVER 등장인물 지준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김진 작가가 선보이는 <바람의 나라>는 <리니지>와 마찬가지로 게임으로도 널리 알려졌으며, 드라마,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로도 선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작 중 무휼왕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누이 세류와 괴유 그리고 일찍 유명을 달리한 무휼의 형인 해명을 사랑한 가희를 각각 독립된 작품으로 그려냈다.

김혜린 작가 역시 자신의 대표작 <불의 검>의 인물 소서노, 바리, 카라를 각각 한 폭씩 그려내었다. 고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원작답게 이번 전시 작품 역시 작가 특유의 처연하고도 아련한 감성을 작품에 담아냈다.

한국만화의 현 주소, 웹툰 속 장면


HUN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장인물 서수혁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웹툰 및 온라인 만화가들도 중진 만화가들의 작품 못지않은 뛰어난 작품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2013년 상반기를 풍미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HUN작가는 작중 남파간첩 삼인방들을 구명해 애쓰는 국정원 요원 서수혁을 주제로 작품을 준비했다.

특히 이 서수혁 캐릭터는 최근 드라마에서 ‘포블리, 삼천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김성균이 연기했던 캐릭터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다방면에서 크게 활용되고 있는 만화 <스쿨홀릭>의 신의철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한 작품을 준비했다. 작중에서는 계속 박스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확인 할 수 없던 ‘도미노군’의 얼굴을 공개한 것. 전시를 준비하던 관계자들조차 신의철 작가의 작품을 받아들고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인지 어리둥절해 했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최근 10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화 <꽃가족>의 국중록 작가와 <웃지 않는 개그반>의 현용민 작가도 이번 전시에 동참했다.

쿠션, 도자기, 옷 속 만화 캐릭터

회화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이전 전시에서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오브제를 전시하는 작가들도 있다. 우선 일러스트 작품집 ‘인디고’를 선보일 정도로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한 만화가 박희정은 최근작의 인물 ‘지준’을 쿠션위에 펜으로 그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뒤를 이어 영화화가 화제가 되고 있는 <목욕의 신>의 하일권 작가는 때밀이의 도전을 다룬 작품에 맞춰 때수건 위에 목욕의 신 속 회장님을 그려냈고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의 원현재 작가는 주인공 메이의 가장 큰 조력자 차오밍을 제목에 맞춰 중국풍 여성 의상 위에 그렸으며,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계단잡이 사인방을 도자접시에 각각 그려 따로 똑같은 시리즈물로 완성했다.

이번 2013 한국만화원화전에서 전시되는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사람들’의 36개의 작품들은 전시 후에는 판매로 연결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수익금은 환경재단과 연계하고 오는 2014년 환경교육을 위한 만화 제작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만화원화전의 수익금은 그간 사회기부단체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전시의 전통을 이어 이번 2013 한국만화원화전은 발생되는 수익금을 환경 재단과 공동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육 자료를 위한 환경 만화를 제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듯 만화 콘텐츠의 1차 생산과 확산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로의 전환 그리고 그를 통한 더 큰 의미로의 확장을 도모하는 한국만화원화전은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차로 전시되며, 25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2회 서울아트쇼’에서 2차로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되는 작품은 구입이 가능하며, 본 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www.manhwa101.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somang09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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