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필_Flatten 3-D Ou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환경일보] 권소망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선보이는 사진전 ‘사진과 미디어 : 새벽 4시’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전국 4개 국공립 미술관(서울시립, 대전시립, 경남도립, 광주시립)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하는 ‘미술관 속 사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본 전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중적 정체성을 갖게 된 현대인의 자아를 주제로 한다. 사진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사진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가들의 영상 및 설치 작업, 현직 사진 기자의 작업, 그리고 SNS에 업로드 되는 사진을 이용한 참여형 영상 설치 작업까지 포함한다.

전시 부제인 ‘새벽 4시’는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하기 보다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을 의미하는 하나의 메타포이다. ‘새벽 4시’는 문학가 이상이 1932년에 ‘비구’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단편소설 ‘지도의 암실’에서 인용한 개념으로, 소설 속 주인공이 새벽 네 시에 잠들며 자기 자신, ‘리상’을 만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상현_Symphony Nr.9 몽유도원도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불을 켜 둔 채 잠이 든 ‘리상’은 상상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 풍경과 시간을 유영하며 극장도 가고, 여자도 만나고, 동물원도 가고, 화장실도 간다. 하루 일과를 가상의 지도 위에서 보내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 속 현대인의 삶을 가장 직설적으로 반영하는 이미지는 ‘밤’과 ‘빛’, 그리고 그 안에서 다중적으로 활동하는 ‘자아’라고 할 수 있다. 훤하게 형광등을 켜두고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드는 1932년 ‘리상’의 방. 불을 다 끄고도 컴컴한 방에서 눈부신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면서 페이스북에 체크인을 하고,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플레이하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속 사진들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2014년의 방. ‘리상’이 잠자리에 들며 그리던 가상의 지도, 곧 ‘지도의 암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현실이 됐다.

오는 28일부터 3월23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에서 열리며, 작가 강영민, 구상모, 박종근, 박찬민, 백승우, 원서용, 이문호, 이상현, 장태원, 정희승, 조이경, 차지량, 하태범, 한성필 등이 참여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ema.seoul.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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