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극단 이상한 앨리스(대표 윤사비나)가 연극 ‘킹 클로디어스’를 5월23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상상화이트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약 1년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하는 페스티벌인 ‘2013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 햄릿 전’에서 첫 선을 보이며,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공연했고, 이어 부산국제연극제의 경쟁부문(Go World Festival)에 참여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무모한 장기 공연을 추진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디지만 내실 있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작품이 출발했던 공연장인 예술공간 상상화이트를 운영하는 (주)이지컨텐츠그룹의 초청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도 있다.

‘오셀로’, ‘맥베스’, ‘리어 왕’과 함께 흔히 ‘4대 비극’으로 불리는 ‘햄릿’은 왕의 의문사 이후의 왕가(王家)를 배경으로 권력과 애정, 음모가 뒤섞인 셰익스피어 문학의 정수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해석과 변형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고, 한국 연극계에서도 김정옥, 이윤택, 기국서, 김명곤, 박근형, 장진 등 쟁쟁한 연출가들이 자신만의 햄릿을 선보인 바 있다.

극단 이상한 앨리스의 햄릿은 원작의 수십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과 3~4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대사를 대폭 축약해 가장 현대적인 햄릿을 선보인다. 특히, 제목 그 자체인 주인공 ‘햄릿 왕자’와 모든 여배우의 꿈이라 불리는 비련의 여인 ‘오필리어’를 비롯한 많은 인물이 극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죽은 선왕과 등장하지 않는 왕자,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빈자리를 승리자이자 패배자로 남겨진 반왕(反王) 클로디어스가 차지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이 거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햄릿이 이미 존재하고 또 앞으로도 만들어지겠지만, 이 공연은 모두가 악인이라 손가락질하거나 심지어는 극의 전개를 위해서 필요한 일종의 도구처럼 여겨졌던 클로디어스가 주인공인 유일한 작품일 것이다.

또한, 두 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추상적인 몸짓과 낱낱이 파편화된 대사로만 이야기를 전달하고, 음악의 라이브 연주와 영상을 과감히 도입하는 등 이 작품만이 가지는 특징을 만들어 가기 위해 많은 방향에서 고민했다.

평면적인 설정에서 벗어나 사건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클로디어스 역에는 중견배우 장용철이 열연을 펼친다. 한때 형수였고 이후 부인이 된 상대역 거트루드 역에는 신예배우 옥자연가 함께한다. 실험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연극을 추구하는 극단 이상한 앨리스만의 ‘햄릿 없는 햄릿’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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