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끝없이 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특히 동해가 가슴이 확 트이는 바다로 손꼽힌다. 여름휴가 철마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동해 바다는 도심에서 답답하게 살아오던 이들의 가슴에 시원한 청량감 선사해 줌과 동시에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동해바다를 여행전문카페 탑 마스터와 함께 7번 국도를 따라 조금은 때 이른 여름 여행을 떠나봤다.

속초 아바이 마을과 갯배 체험

▲이바이 마을 갯배

속초 아바이 마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향민촌으로 한국전쟁 당시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던 함경도 지역 주민들이 모여 삶의 둥지를 튼 곳이다. 이러한 아바이 마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등장한 이후부터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가을동화’를 본 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골목마다 널려져 있는 오징어들의 모습과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바닷가 풍경은 그저 바라만 봐도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아바이 마을에 왔다면 꼭 체험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이바이 순대와 갯배 체험으로, 아바이 순대는 실향민들이 만들어 먹던 음식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돼지 대창에 무청 시래기, 잘게 썬 돼지고기, 선지, 마늘, 된장 등을 버무려 채워 만든 음식이다.

전쟁 당시 고기를 먹는 일은 힘들었기에 이바이 순대는 오징어로 만들어졌다. 구하기 힘든 고기 대신 속초에서 잘 잡히는 오징어를 이용한 것이다.

갯배 체험 또한 아바이 마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갯배는 아바이 마을과 속초시내 중심을 연결하는 도선으로 두 지점을 쇠줄로 이어놓고 줄을 잡아당기면서 이동하는 속초 지역에만 존재하는 이색적인 교통수단이다.

당시의 갯배는 트럭 한대와 우마차 한두대를 같이 실을 수 있는 크기였다고 하며, 현재는 관광객들의 인기 명소로 명성이 자자하다.


온화한 미소 지닌 천년고찰 양양 낙산사

양양 낙산사는 671년 신라 문무왕 시절 창건한 사찰로 국내 3대 관음기도도량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낙산사는 그 동안의 소실과 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데, 786년에는 산불로 인해 사찰의 대부분이 전소됐으며, 임진왜란 당시에는 사찰이 전부 불에 타기도 했다.

▲양양 낙산사

그 뿐만 아니라 1777년에는 원통보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화재로 전소되어 재건과 소실의 역사가 반복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1930년대 화제와 한국전쟁 때는 또 다시 사찰이 전소됐으며, 최근에는 2005년 큰 불로 인해 사찰 대부분이 전소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까? 낙산사는 모든 이들의 아픔과 시름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낙산사에서 가장 먼저 여행객들을 맞이해 주는 곳은 홍예문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성문처럼 보이는 홍예문은 조선 세조의 행차를 기념해 세웠다고 알려진 곳으로 강원도 26개 고을에서 모은 화강석을 무지개 모양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홍예문을 지나 발걸음을 옮기면 하늘을 맞닿아 있는 지붕의 선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낙산사 건물들이 하나 둘 반갑게 맞이해 준다. 화재 후 새로운 종이 걸린 범종루, 사천왕문, 빈일루, 응향각, 원통보전 등 어느 곳 하나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원통보전을 지나 만나게 되는 해수관음상은 16m 높이로 낙산사를 대표하는 불상이다.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중생의 괴로움과 소원을 모두 다 들어줄 것만 같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마지막으로 낙산사에서 꼭 놓치지 말고 보아야 할 곳이 의상대이다. 의상대는 동해 일출경이 유명하기로 소문난 곳으로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소개된 곳이다. 의상대에 올라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 깊이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 정동진 시간 박물관

▲정동진 시간 박물관

‘정동진 시간 박물관’은 ‘시간’을 주제로 한 박물관으로 인류가 더 정확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태양, 물, 불, 진자, 원자의 움직임을 사용하는 과정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마치 과거 여행을 떠나는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증기기관차 1량과 객차 6량으로 꾸며져 있는 ‘정동진 시간 박물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진귀한 시계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해시계, 물시계, 향시계 등 시간 측정 도구의 발달사를 비롯해 분동시계, 진자시계, 수정시계, 세슘원자시계, 타이타닉이 침몰할 당시 멈춰버린 시계, 도자기로 화려하게 만들어진 시계, 현대 작가들이 만들어 낸 시계 아트 등 평소에는 보기 힘든 다양한 시계들을 볼 수 있다.

휴대폰에서 시간을 보는 일이 많아진 요즘, ‘정동진 시간 박물관’은 시간과 시계의 소중함에 대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yeo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