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문난 독서광인 빌 게이츠는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여섯 권을 선정했다. 그 중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에게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닥쳐오고 있다고 경고한 서적 ‘여섯 번째 대멸종’(엘리자베스 콜버트 저)이 들어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곧 처음북스에서 출간될 이 서적을 한 번 살펴보자.



지금도 멸종은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멸종은 계속되고 있다. 환경이 변하거나, 지역을 대체하는 새로운 종이 유입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지속적인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생물이 자연적으로 멸종하는 정도를 배경멸종률이라는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멸종은 배경멸종률을 넘어 ‘대멸종’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이 책에 들어 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 다섯 번의 멸종의 역사는 이렇다.
첫 번째 대멸종 : 오르도비스기, 4억 4천3백만 년 전, 27%의 과와 57%의 속이 멸종
두 번째 대멸종 : 데본기, 3억 7천만 년 전, 19%의 과와 50%의 속이 멸종
세 번째 대멸종 : 페름기, 2억 4천5백만 년 전, 57%의 과와 83%의 속이 멸종
네 번째 대멸종 : 트라이아스 기, 2억 1천5백만 년 전, 23%의 과와 48%의 속이 멸종
다섯 번째 대멸종 : 백악기, 6천6백만 년 전, , 17%의 과와 50%의 속이 멸종

그리고 지금(인류세라고 지칭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은 인간인가? 호모사피엔스라는 최초의 인류가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나타나고 약 4만 년 전에 지금 우리가 유럽이라고 하는 대륙에 도착했다. 이 곳에는 우리의 또 하나의 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멸종했다. 인류의 길과 멸종의 길은 그 궤적을 같이한다.

다윈은 생물이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진화란 무수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뉴요 주 근처에 있는 동굴에는 수많은 박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흰코증후군이라는 증상이 나타나더니 현재는 거의 멸종 상태에 가까워졌다. 흰코증후군은 호저온성세균이 원인인데, 미국이 아닌 곳의 박쥐는 이 세균에 면역력이 있다. 그런데 왜 미국의 박쥐만 멸종에 이르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관광객 때문이다. 세균이 퍼지는 속도보다 수십 만배 빠른 속도로 인간은 세균을 세계 곳곳에 실어 나르고 있다. 하루에 전 세계 어디라도 이동할 수 있는 인간의 속도는 다른 생물에게 재앙이다. 면역 혹은 진화에 이를 시간이 이들 생물에게는 없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의 편의에 의해 지역을 갈라 놓는다. 대형 고양이과는 삶을 위해 100제곱킬로미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들의 지역에 도로를 놓는다. 도로 양쪽에 숲이 있기에 인간의 행동이 어떤 생물을 멸종시켰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인간은 이렇듯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지구라는 별에서 일어난 사건치고는 엄청난 속도로 대멸종을 이끌고 있다. 이 책 ‘여섯 번째 대멸종’은 대멸종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역사적인 관점에서 시작해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멸종과 그 이유에 주목한다. 그리고 인간의 책임은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묻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앉아 있는 횃대를 스스로 자르고 있는지는 않는가? 빌 게이츠의 말대로 올 여름, 아니 인류세를 책임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올 여름이 아니라도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지은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옮긴이: 이혜리

*출판사: 처음북스

*출처: 처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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