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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람’을 먼저보니 ‘제로에너지’ 가능하더라

국내최초 국민임대 제로에너지 주택단지 노원구 하계동에 구현 ‘관심 집중’
똑같은 박스형 건물이 ‘인간·사회·에너지·환경’ 우선 건물로 탈바꿈

 

[환경일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조건은 바로 의·식·주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 몸 하나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를 평생의 목표로 꿈꾸며 살아간다. 그들의 염원을 담아 거주자의 편의, 안전, 복지를 최우선으로 좇는 여성 건축가가 있다. 험난한 건축 현장에서 당당한 여성리더로서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소신 있게 ‘에너지를 덜 쓰는 집, 따뜻한 집’이라는 새로운 길을 그려나가는 그. 제로에너지디자인(ZED)센터를 설립·운영중인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이명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제로에너지 건축물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기후변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건축분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도시·건축의 미래 모색이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추세를 방증하듯 근본적인 원인부터 막고자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등 에너지 위기 대응에 부합된 친환경 건축이 각광받고 있다.

 

▲ 명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제로에너지 디자인센터

이명주 센터장 <사진=박미경 기자>

또한 보건·복지적 측면에서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개선 역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쾌적한 거주공간이 재조명되면서 탄력을 받아 저탄소 시대에 발맞춘 에너지 절약형 주택과 자연친화적이며 실용적인 주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견한 (주)제드건축사사무소는 2013년 9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발주 ‘제로에너지주택 최적화 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에 대한 R&D 사업에 도전했고 대한민국 최초 국민임대 제로에너지주택 구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제로에너지 주택사업 구심점이 돼 

이 사업에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한 이명주 교수는 명지대학교 건축과 교수이자 제로에너지디자인센터를 이끌고 있는 국내 손꼽히는 여성 건축전문가이다. 그녀는 IT와 Energy를 건축설계와 접목한 Hybrid형 건축물을 통해 미래형 건축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명주 교수는 2009년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 디자인교수 실험실창업지원사업을 통해 1인 창업을 시작한 후 본격적인 제로에너지건축물 실현을 꿈꾸며 (주)제드건축사사무소로 법인 전환해 벤처기업이자, 여성기업, 제로에너지기술연구소로 발전시켜왔다.

 

최근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 내 제로에너지 디자인센터가 설립되면서 명실 공히 연구와 설계를 병행하는 ZED GROUP으로 입지를 새롭게 다지며 저탄소 도시 실현 선두주자로 나섰다.

 

이명주 교수는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당시, 남의 설계사무소에 책상 하나와 인턴 한명을 두고 시작한 회사가 기업으로 성장해 5년 만에 직원이 30명으로 늘어났다”며 “현재 국가 R&D사업을 진행하고, 국내에서 못하는 제로에너지 설계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살아남기 어려운 건축 분야에서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건 우리 연구가 지속가능한 건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게 화두였던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았고 에너지절약형 건물을 만들고 싶다는 파트너들을 만나 묵묵히 과제를 해서 실현시켰기 때문이다”며 “돈을 찾지 않고 소신 있게 수행한 프로젝트가 중소기업청장상, 청년과학자 선정, 대통령 표창 등 많은 상을 받으며 실적이 됐고 이를 통해 국토교통부 사업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복지에 중점 둔 미래지향적 설계

▲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조감도. 빽빽하고 답답하게 설계할 수 있지만 인간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미래지향적으로 설계

했다.  <자료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국토교통부, 서울시, 노원구청이 공동투자하고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이 함께 실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연구 관리하는 ‘제로에너지주택 활성화를 위한 최적화 모델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 사업은 2016년 가을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서울시 노원구 하계동 일대에 들어서는 국내최초 국민임대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 일대에 들어서는 제로에너지 주택단지의

위치 및 주변현황 <자료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이명주 교수는 “단독주택, 공동주택, 아파트가 함께 공존하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설계했다”며 “대부분 국민임대주택은 환경이 열악한데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편의와 안전,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노원구에 들어설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및 교육시설, 근린생활시설, 커뮤니티 시설인 경로당을 만들어 주거공간과 잘 어우러지도록 구성했다.

 

이명주 교수는 “똑같은 박스형 성냥갑 아파트 건물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체성 없이 살아가고 있다”며 “제로에너지 만큼이나 국민들의 복지가 보장되는 미래형 주택단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인간·사회·에너지·환경 복지’로 일컬어지는 4대복지의 꿈이 실현되는 미래형 복지타운 개념을 도입했다. 행복한 국민이 우선시 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이 건축분야에서 이명주 교수를 지탱하게 만든 철학인 것이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자동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주택을 만들게 됐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곰팡이·결로 해결책이 에너지 절약 인도 

▲21세기형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모델 <자료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이명주 교수는 “건축물에 곰팡이와 결로가 생기는 것은 실내외 온도 차이 때문이다”며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결로와 곰팡이를 없애려고 봤더니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물로 설계하게 됐다”고 밝혔다. 역발상이 가져온 일석이조의 효과인 것이다.

 

더불어 이 교수는 “이제는 ‘Losing Less, Giving More’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돼야 한다”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다 누리지만 우리 후손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나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앞서 제로에너지가 잘 적용이 된 건축물로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 취득을 받은 익산패시브하우스가 있으며 이미 완공을 마친 뒤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이명주 교수는 “익산패시브하우스를 짓고 나서 한두 달 동안은 건축주가 패시브 주택을 만족하지 못했다”며 “근데 그 해 겨울을 지나고 나서 건축주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겨울을 지내보니 패시브 주택의 효력을 알겠네요’라는 거였다”라고 후일담을 밝혔다. 일 년이 지나고 나면 패시브 주택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설계철학_‘인간·사회·에너지·환경복지의 꿈을 실현하다’   <자료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완공 후 모니터링 통한 후속점검 실시

 

▲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취득한 익산패시브하우스

<사진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이 교수는 “지금 현재 익산패시브하우스 같은 경우가 실제로 여름, 겨울철에 1년 동안 에너지 비용이 60만원 밖에 안드는 것으로 계산이 돼 있다”며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역시 2017년 완공이 되면 1년간 AS뿐만 아니라 쾌적성, 평가, 모니터링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2000년대 초 명지대학교 설계 교수로서 건축세계에 발을 디딘 이명주 교수가 입지를 굳히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독일에서의 실무경험은 많았지만 설계교수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도전을 하다 보니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이명주 교수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블루오션으로 가치가 있을 만한 2가지를 선정했는데 그것이 바로 장애인 복지와 에너지였다”며 “해외의 경우 독일은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을 한창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1년 당시 독일은 에너지절약형주택에 대한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이를 정책화하기 위해 일반연립주택 공사비보다 약 50% 상승된 에너지절약형주택을 보급시키기 위해 인상비 50%를 정부가 부담하는 등의 노력을 했으며 오늘날까지도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에너지소비량을 계측 및 분석하고 있다.

 

한국, 독일에 비해 23년 뒤쳐져

▲ 독일 패시브협회(PHI) 패시브하우스 인증취득. 국내·외 공신력있는 인증획득을 통해

제로에너지주택 및 단지의 성능을 입증한다. <자료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제로 국민임대주택 실증단지를 정부, 지자체 투자와 민간 연구단간의 협력으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됐다. 비록 독일과 비교했을 때 23년 뒤쳐졌지만 다른 국가들의 시행착오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만의 제로에너지주택 단지 정체성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너지절약형 건축물은 많은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명주 교수는 “검증된 국내산 자재가 없어 대부분 외국산 건축 자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설계 및 시공방법이 까다로워 관련 전문가 수급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추가 비용이 들어 공사비 상승을 초래했다”며 “건축법이나 체계를 바꿔나가면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사례가 없어 사업 추진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는 노원구와 지자체의 결단과 솔선수범으로 추진이 가능했다”며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제로에너지 사업이 가속화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국민 인지도 높여 사업 보급화 추진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플러스에너지 북한산 대기측정소, 저에너지 해우갤러리, 노원 에코센터, 7.9L 컨테이너 하우스로

제드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에너지절감형 건축물 <사진제공=제드건축사사무소>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사업이 서울시 노원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전망은 밝은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주 교수는 “국민임대주택 같은 경우는 임대료는 조금 올라가지만 혜택은 크다”며 “앞으로 이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및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만 이뤄진다면 유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따뜻한 지방, 중부 지방, 추운 지방 등 각 지역마다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절감이 되는지 맞춤형 보급이 가능토록 대안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술이전처럼 에너지 성능별, 설계 및 시공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것”이며 “관련법을 강화시켜나가는 방안도 모색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장애인, 노인, 여성과 같이 소외계층을 위한 디자인,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조성 등 녹색 복지가 주된 연구과제로서 성장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이명주 교수는 “에너지절약형 건물은 기술이고 복지는 철학이다”며 “행복한 국민, 함께하는 마을, 따뜻한 건물, 쾌적한 환경 실현이 무엇보다 바탕이 돼 연구 성과가 국민과 국가에게 되돌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맺었다.

 

▲ 대담중인 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우)와 이명주 교수. <사진=박미경 기자>



<대담=김익수 편집대표, 정리=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박미경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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