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영림카디널>

[환경일보] 이연주 기자 = 또 다시 돌아온 결혼식 시즌, 하루에도 두세 번 결혼 소식이 전해지지만 다른 세상이야기같이 멀게만 느껴진다.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남들 다 하는 결혼이 나에게는 왜 이리 두려운 걸까? 미혼(또는 독신주의자)인 남녀들이 결혼에 대해 느끼는 고민과 궁금증에 도움을 줄 만한 책이 나왔다.

작가 김희진의 ‘결혼을 묻다’는 결혼 생활의 민낯을 구구절절한 이야기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결혼 100일을 앞둔 예비신부, 육아 초보 부부, 결혼할 생각이 없었으나 우연찮게 결혼한 노처녀, 열한 살 나이 차이의 연상연하 부부, 워킹 맘, 국제결혼 부부, 결혼 40년 차 부부, 가슴 아픈 이혼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 뇌성마비 부인과 함께 사는 남편 등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결혼이라는 모험 속에 담긴 의문을 풀어주는 동시에 하나하나가 결혼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깊은 성찰에 빠지게 한다.

결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연애 시절 비너스와 같았던 여자 친구가 결혼 후에는 마녀로 변해 간다. 나를 위해서 별이라도 따다 줄 것 같았던 남자 친구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줘야 하는 애물이 되고 만다. 서로 보고 싶은 모습에만 빠져있는 처녀, 총각 때와는 달리, 남편이든 아내든 자신의 밑바닥 찌질한 구석까지 내보이게 되는 게 결혼 생활이다. 자신은 다를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결혼은 어차피 그런 것이다. 그런데 결혼을 왜 다들 하는 걸까?

결혼 이전과 이후를 따져가며 이런 저런 이유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얼마 남지 않는다.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나 후손을 남기고 떠나는 인류의 고결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 정도만 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요즘에는 무자녀 가정도 많아 이마저도 결혼의 이유로 내세우기가 민망하다.

게다가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입을 것 먹을 것 아껴가며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도 그렇고, 상대방의 가족이나 친지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도 그렇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들어가 결혼하기에 ‘좋은’ 상대를 제대로 찾아내는 것은 그야말로 지난한 과제이다. 사실 나 자신도 누군가를 보듬어주며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줄 만한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없지 않은가?

요즘 젊은 세대는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출산도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전에 비해 삶이 각박해지고 그 만큼 어려워진 때문일 것이다. 선뜻 결혼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고 결혼 후 출산이나 양육 문제도 상당한 부담거리로 다가온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자니 자신의 인생이 희생되는 것 같아 아깝고,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안 하자니 아쉽다. 그래서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혼을 아예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그런 결론을 내리기 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는 능히 짐작할만하다.

이 책의 저자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 속으로 들어가 일말의 해법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결혼 생활의 파고를 헤쳐가고 있는 부부들을 찾아가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에게 결혼이란 무엇이냐고 말이다. 결혼은 과연 당신의 인생을 행복과 성숙으로 이끌고 있는가? 아니면 순탄치 않아 질곡의 연속에서 파국의 선을 넘나들고 있는가? 그도 저도 아니면 서로의 인생이 무미건조한 이삼타체(二心他體)의 나날로 귀결되고 있는가?

책에는 수개월에 걸쳐 만난 다양한 부부들의 속내를 인터뷰를 거쳐 남긴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는 아직 미혼(또는 결혼을 안겠다고 선언한 사람들도 해당되겠다)인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해 할 결혼 생활의 민낯을 구구절절한 이야기로 전하고 있다.

누구나 운명 같은 짝을 만나 결혼하기를 꿈꾼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만의 환상을 품고 결혼했지만 상상하지도 못했던 힘겨운 현실을 경험했거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겪는 괴로움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아마 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은 결혼을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다 단순하게 아내, 며느리, 엄마가 되면서 갖게 되는 책임만 생각해도 지금보다 훨씬 고단할 것 같은 데 말이다.

책에서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은 공통적으로 결혼 생활을 ‘우리의 삶’이라고 했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시간, 에너지를 포기하고 부부가 ‘우리’로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랐다.

인터뷰에 응한 워킹맘은 ‘나’라는 한 사람의 인생만 보면 결혼은 손해 보는 일이지만 가족을 함께하는 일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결혼 40년 차인 중년의 아내는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 만족감이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결혼이 두렵다고 하지만 이들이 선택한 ‘우리의 삶’에는 각별한 마력이 있는 듯하다.

자신의 결혼 생활을 풀어놓은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사랑과 소통, 그리고 이해라는 다소 진부한 말들이 종종 나타나기도 한다. 모두 다른 색깔의 결혼 생활이지만 그 안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갖가지 희로애락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세상에 과감히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아예 발을 담그지 않을 것인가? 인생은 어차피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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