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영애 기자 = 50대 중년 여인에게 어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삶의 풍파와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을 50대라면, 그보다 더 가혹했을 어머니 세대에 대한 연민이 더욱 진하게 다가올 법하다.


시인 정수산이 80줄에 들어선 어머니를 소재로 한 동명의 산문집을 펴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리가 아파 가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버지의 몫까지 일하며 아이들을 키운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지금도 하루를 쪼개 쓰며 종일 소일거리를 찾고 바지런히 일하는 모친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단다.

“엄마는 일생을 참 깨끗하게 살아오신 것 같아요.”
“그래, 깨끗하게 살았다.”

‘그 어머니에 그 딸’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모녀간의 대화다.

저자는 중·고등학교 교사에서 출판사 편집자로, 또 한국어 강사로 쉴 틈 없이 달렸고 20여 년 동안 한국을 떠나 남들과는 조금 다른 주부이자 엄마 그리고 사회인으로 살아왔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틈틈이 모국어로 어머니와 가족을 중심으로 한 글을 썼고, 그렇게 모은 글들을 책으로 펴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총망라한 뼈아픈 소산’이라고 소개했다.

어머니와 가족, 일상을 소재로 한 이번 창작집은 대체로 그 톤이 밝은 편이다. 유머와 해학이 있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 또한 낙관적이다.

그렇게 마냥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만 같은 저자지만 자신도 “한때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민스러웠던 문제에 봉착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가족의 존재와 그들이 보내준 무언의 응원에 힘입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내면의 그늘과 아픔을 담담한 어조로 승화하는 글을 쓰고자 했고, 이 책은 그동안의 지난한 과정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별하거나 새롭지는 않지만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가족과 일상 속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그려지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의 일처럼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정수산
*출판사: 북랩
*출처: 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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