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물 부족국가다.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내리지만, 담을 그릇이 없어 그저 흘려보내곤 했다. 대안이라고는 하늘에서 때 맞춰 비를 내려주거나 절약하는 방법이 전부다. 물을 절약하기 위한 절수기 사용이 목욕업소 등에서 의무화 되었지만, 세월이 흘러 단속이 느슨해지자 절수형 수도꼭지 대신 일반형으로 회귀한 업소가 적지 않다.

비현실적인 수도물 값으로 인해 물의 가치를 가볍게 보는 소비자들은 내 물, 남의 물 가릴 것 없이 펑펑 써대고 있다. 심지어 샤워기를 틀어 놓은 상태에서 면도 하거나 칫솔질 하는 등 불필요한 물 낭비도 만연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물 절약 캠페인 전개와 실천이 절실하다. 최근 물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원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평년대비 42.1% 수준이고, 강릉지역은 6.2㎜로 1973년 이후 4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 이어 올 봄에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는데 3월25일 춘천 소양강댐 수위는 157.3m로 준공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상태를 보였다. 6월9일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154m다. 만수위 190m 보다 무려 36m 낮은 상태다.

앞으로 열흘 내 큰 비가 오지 않으면 댐 수위가 150m아래로 떨어져 농업용수 등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발전도 중단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그럴 경우 수도권 일대 식수와 생활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큰 가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설상가상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매년 6월쯤 시작되는 장마가 올해는 7월까지로 늦어져 당분간 큰 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다.

환경부는 일부 지하수나 계곡수가 취수원인 강원, 경북, 경기, 인천 등의 도서 또는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비상급수체계 운영에 나섰다. ‘가뭄 비상대책반’을 운영해 가뭄상황과 식용수 분야의 급수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비상급수지원, 절수운동·홍보 전개 등 가뭄피해 최소화를 위해 여러 작업도 펼치고 있다.

매년 상습적으로 나타나는 가뭄 취약지역인 도서·산간지역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지방상수도 보급률을 높이고, 도서지역 해수담수화 시설도 늘릴 계획이다. 다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물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

양치질할 때 컵 사용, 통에 물 받아 설거지하기, 빨래 모아서 하기, 마실 만큼 물 따르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다해야 한다. 더불어 지자체들은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을 제도화 해 물 사용을 관리하고, 관내 최대한 많은 절수기를 설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기상현상은 태풍이나 홍수, 쓰나미가 아니라 은밀하고 완만하게 닥치는 가뭄이라고 한다. 일단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뭄은 대기근으로 이어지면서 찬란했던 고대문명을 수도 없이 몰락시켰다.

늦었지만, 매년 반복되는 가뭄에 국가안보차원에서 근본적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관련 정보를 표준화해 관리할 국가차원의 ‘통합 가뭄정보센터’도 설치하고 지자체별 특성을 살려 다각적이고 안정적인 취수원 확보에도 투자해야 한다. 물 값 좀 올리자면 시비 거는 사람들은 국민 자격이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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