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베이버부머를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2년마다 발표하고 있다. 최근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베이버부머의 은퇴설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결론이다. 경제적인 면만 놓고 볼 때 전체의 76.6%가 권장 수준에 미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 이상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체계에서 빠져 있다. 이에 반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보장을 갖춘 사람은 약 12%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베이버부머 총지출의 1/3 이상이 자녀 교육비다. 고령화나 은퇴설계에 대한 개념이 약한 상태에서 자녀 부양 등 현실적인 지출 때문에 미처 은퇴를 대비한 경제적 준비를 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 이상인데, 주로 주택이다. 부동산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렵고 집값도 하락하면서 은퇴 자금 마련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경제적인 면에서 은퇴설계를 든든하게 하려면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입사할 때부터 은퇴에 대비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최대한 빨리 은퇴설계를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 빨리 시작하면 주어진 시간이 많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면서 준비할 수 있다.


준비가 빠를수록 좋다면 지금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준비를 하기에 이미 늦은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 연구소에서 은퇴설계 교육이나 상담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은퇴를 2~3년 남겨둔 55세 이후 연령이다. 현실적으로 이때 은퇴 준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 상황에서 최적화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은퇴 목전에 왔더라도 합리적인 설계를 할 수 있다.


은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은퇴를 준비할 때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정년퇴직 즈음의 은퇴설계는 주로 70세나 75세 등 노후를 위한 준비에 초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이다. 은퇴 후 직업설계를 통해서 수입 확보 기간을 늘리고, 소비 분석을 통해 합리적 습관을 만들어 생계와 노후 준비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


또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경우가 많기에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거주지를 이사하거나, 아파트에서 연립주택 등으로 주거 형태를 바꿔 가용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중증 질병이나 요양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해 대비하는 것도 병행해야한다. 이때 마음이 중요하다. 두려움이나 공허함, 절망감을 벗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출발이다.


합리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검토하고, 가족과 의논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와 상담도 하면서 실천 계획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리고 결단과 변화, 실천이 꼭 필요하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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