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주 1회 이상씩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한 세미나, 국제 심포지엄, 웍샵 등이 정부나 산하기관, 관련 학회나 단체, 대기업 등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럴싸하게 홍보도 하고 매스컴을 타기도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여전히 남 일 보듯 한다. 기후가 변화한다는 걸 체감하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일까.

사람들은 행복하길 바라지만 행복을 위한 각자의 역할에는 인색하다. 입고, 먹고, 거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과 더불어 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추구하지만 양보할 것도 있다. 편리한 삶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석에너지와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해 인간은 ‘부메랑’ 효과를 경험했다.

경제중심의 성장을 거치며 환경오염으로 인해 뼈아픈 고통을 겪었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과제를 둘러싸고 이십여 년 전부터 전 세계가 이해와 동참을 추구해 왔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은 여전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보이질 않는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었다 해도, 우리나라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며 폭염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도 그런가 보다 한다. 산업계는 기업의 존폐 운운하며 정부가 추진해온 저탄소정책에 정면 반박하고, 책임감 없는 정부 부처들과 기관들은 아니면 말자는 식으로 무감각해져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연구라고 발표하는 것들도 뭘 하라는 건지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일부 단체들이 뛰고 있다지만, 때로는 이들의 진정성도 불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짧은 임기 중 뭔가 보여주기 위해 가시적 성과 중심으로 뛰다보니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미래 환경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나 배려가 없다.

그런데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기후변화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우선 할 일은 오픈스페이스를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및 도시화에 따라 GDP가 1065조원, 자동차등록대수 1733만대로 증가한 반면,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26.5㎡로 감소했고 국민 걷기 실천율은 46.1%로 급감했다. 전반적인 생활여건은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삶의 질’ 만족도는 감소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늘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건강은 일자리와 더불어 가장 가치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well-being)’으로 규정했다. 기후변화시대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인구의 90%가 거주하는 도시부터 바꿔야 한다.

도시민 건강증진 정책과 추진전략, 제도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공원이나 녹지 같은 오픈스페이스는 일상생활에서 자연과 접촉하고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 공간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 재생에너지 및 녹지공간 확충에 더 힘써야 한다.

토지이용, 먹거리, 교통, 안전, 교류 등 다양한 측면의 요소들을 고려해 한국형 ‘건강 커뮤니티’ 모델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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