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엑스포 = 환경일보] 박시나 기자 = ‘생태적 삶 유기농이 시민을 만나다’를 주제로 24일간 열린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이하 유기농엑스포)가 관람객 100만명을 초과 달성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당초 유기농엑스포조직위의 목표인 66만명을 개막 15일만에 가뿐히 돌파했다. 흥행과 경제적 효과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행사라 평가되고 있는 유기농엑스포를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9월18일부터 10월11일까지 24일간 열린 유기농엑스포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세계 20여개국의 바이어 1140명이 찾아 1억7905만달러(2079억6000여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268만달러는 현장에서 바로 수출계약으로 이어졌다. 유기농 제품을 판매한 유기농 산업관은 8억200만원, 직거래 장터는 4억1000만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유기농 산업관에서 홍삼 관련 제품을 상담하고 있다

유기농을 대중 곁으로 ‘유기농 산업관’
얄팍한 국내 소비층에 국한된 산업 기반을 저변 확대시키는데 엑스포에 참가한 264개 국내·외 업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 업체는 농축산물 가공식품을 비롯해 화장품, 생활용품 등 산업 분야별로 상담과 판매를 통해 엑스포 전시장을 비즈니스 장으로 연출했다.


또 경기도와 강원도 등 지자체는 물론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안성시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에서도 참가했다.
국내 업체는 김천방짜유기공방, 내추럴참푸드, (주)누보, (주)뷰티콜라겐, 아그로상생농장, 한스 올가닉 등의 다양한 품목의 유기농 업체가 전시장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들에게 유기농 제품을 알리고 판매 활동을 펼쳤다.

 


생태건축 외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현황

지난 8일 친구들과 엑스포를 찾은 서울 양천구 주부 양모씨(50)는 “볼거리도 많고 지역특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았는데 역시 품질 좋은 특산품이 많아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제품이라서 희소성이 있고 지역 명예를 걸고 판매하는 제품들이라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관 내 이벤트존에서는 지난 9월18~22일 1주차에 마천농협에서 진행하는 유기농 쑥 시식과 담채원에서 주관한 유기농 별 하트 깍두기 만들기가 펼쳐져 관람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2주차인 지난 9월24~28일에는 예인코스메틱연구소에서 천연 비누 만들기 행사를 열었고, 산림조합중앙회 충북지역본부에서는 산양삼 막걸리 시음행사를 진행해 유기농 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모았다.


유기농 의미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유기농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가족 모두 유기농 체험하러 GOGO
체험이나 이벤트는 산업관뿐 아니라 야외전시관에서도 풍성하게 열렸다. 드넓게 펼쳐진 7대 전시장에서는 여러가지 체험 거리가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한편 형형색색 전시장을 물들인 윤작, 간작 등의 유기농법과 한쪽에 자리한 오리 가족들은 도심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의 심신을 잠시나마 쉬어가게 했다. 여주가 주렁주렁 달린 힐링 여주생태길에서는 함께 한 이들과 추억으로 간직될 사진을 찍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전시장 끝자락에 자리한 유기축산 전시관은 동물복지 규정을 적용한 축사를 조성해 일상에서 잊기 쉬운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을 강조했다.

 

24일간 108만여명 찾아 1억7905만달러 실적 거둬
유기농 산업 활성화 위해 실제적인 소득창출로 이어져야


많은 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유기식품가공관은 화덕에서 직접 구워내는 유기농 피자체험과 유기농 현미와 콩을 가공해 만든 뻥튀기 만들기 체험으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청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 왔다는 이현아양(9)은 “유기농이 뭔지 잘 몰랐는데 가족들과 와서 피자도 만들고 전시관도 둘러보니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생태건축관에서는 하이브리드 가로등 모형 등 생태건축과 접목한 대체에너지 모형 전시와 실내녹화, 천정복사 냉방시스템 등 제로에너지 이론을 적용한 건축 기술도 전시했다. 생태건축 외부에는 태양광 발전 현황을 비치해 일반 관람객도 대체에너지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야외쉼터



유기농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주제전시관

이번 괴산유기농엑스포의 핵심인 주제전시관은 여타 전시회와 차별화된 점이 눈에 띈다. 적당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시회 수준에서 벗어나 관람객의 눈높이에서 직접 체험하며 유기농을 느끼고 만져 이야기로 풀어 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유기농의 이해’를 다룬 1전시관에서는 꿀벌이와 함께하는 영상토크쇼를 통해 어린이에게 어려울 수 있는 생태적 삶에 대한 주제를 대화를 통해 쉽게 다가갔다.
또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생명 사랑의 의미를 전달한 동물복지관은 동물복지 이념과 열대림의 닭 등 조류와 관련한 동물 복지를 소개했다. 특히 벌의 생태적 삶을 통한 유기축산을 소개한 C zone은 살아있는 꿀벌의 생생한 모습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또 유기농 소비자의 테마를 지닌 7·8전시관에서는 유기농제품의 우수성 및 품질 관리를 통해 생산된 유기농 제품을 설명했다. 또 유기농 식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풀이했다.
전시관 내에서는 소비자들의 쉽고 편한 유기농 제품 선별을 위해 전 세계 친환경 인증마크를 나열하고 이 가운데 원하는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이벤트도 펼쳤다.


유기농엑스포는 추석연휴와 개천절, 한글날 등 가을철 황금 연휴가 있어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특히 세대 불문하고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농장구경이나 옛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대장간 체험, 향토음식 경연대회 등 체험 행사를 40회 개최해 관람객의 참여를 높였다.


유기농 화장품 만들기가 무료로 진행된 유기농 의미관에서는 오가닉 뷰티,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이 진행됨과 동시에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마음 치유를 상담하는 프로그램도 열려 건강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도 제공했다. 또 충북괴산의 유기농 융·복합산업을 소개하며 유기농 거점도시로의 괴산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유기농 활성화 대책 마련돼야
이외에 세계유기농학회(ISFAR)와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UN FAO 등 유기농 관련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37개국 4430여명이 참여하는 학술행사가 19차례 개최됐다.


하지만 단순한 체험마당이 아닌 실제를 접목할 수 있는 학술이론과 회의를 홍보에 활용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학술회의와 관련된 구체적인 홍보는 미비했으며 폐막 일주일을 남기고 열린 유기농산업 국제심포지엄 등 단 2개 학술행사만 소개된 것이 전부였다.


엑스포에서 비춰진 고질적인 안전불감증도 지적됐다. 유기농엑스포 1~3주차장이 있음에도 좀 더 편하기 위해 전시장 앞까지 관광버스가 불법 정차해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


행사 진행이 순조롭지 못한 점도 지적됐으나 대체적으로 체험과 볼거리, 비즈니스 등이 적당히 조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특히 11일 열린 폐막식에서는 건강과 생태, 공정과 배려의 유기농 4대 원칙을 바탕으로 모두의 선을 추구한다는 내용의 ‘유기농 3.0 괴산 선언’이 발표됐다.


엑스포 조직위는 이 선언을 UN 식량농업기구를 통해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미래 유기농에 대한 행동지침으로 활용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북도는 이번 행사를 기반으로 ‘유기농 특화도’로 재도약을 다짐했다. 이를 위해 충북도는 올해 4%대인 유기농·무농약 생산 비중을 2020년까지 20%대로 올리고, 유기·무항생제 축산 비중은 6%에서 2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현재 51개 업체인 유기 가공업체 수를 2020년까지 150개로 늘리고 유기농·무농약 학교급식 비중도 31%에서 8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유기농 분야에 앞으로 5년간 총 518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엑스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선 관련 산업과 유기농 특화, 수출 육성 등 실제 소득 창출로 이어가는 데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유기농 산업 육성에 시발점이 되기 위해서는 유기농 소비확산 ‘붐’을 유도해 시장성을 확보해야 하고, 특히 생산 저변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힘겹게 얻어낸 유기농 기반도시로서의 충북이 제대로 된 걸음바를 떼면서 특화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남은 과제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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